병원 찾아 헤매다 사망하는 비극 계속 반복되는데…정부 뭐하나?

최대호 기자 2023. 5. 3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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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이송체계 구축 시급…응급실·중환자실 저수가도 문제
ⓒ News1 DB

(용인=뉴스1) 최대호 기자 = 경기 용인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70대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길에서 2시간을 허비하다 결국 사망했다.

지난 3월 대구에서 발생한 10대 소녀 사망 사건과 판박이 비극이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에서 재현한 것이다.

교통사고 발생 10분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해 A씨(70대)를 구조한 구급대는 용인 지역을 포함해 수원·안양·안산 등 수도권 병원 10여 곳에 수용 가능여부를 타진했지만, A씨를 받아준 곳은 없었다.

구조 당시 A씨는 복강내 출혈이 의심됐고, 구급대는 용인 신갈에 위치한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게하는 동시에 지역을 넓혀 병원 수소문을 계속했다. 그리고 사고 현장에서 100㎞ 떨어진 의정부시 한 병원으로부터 A씨 치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그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급차 탑승 당시만 해도 의식이 있던 A씨는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며 상태가 악화됐고, 끝내 도로 위에서 심정지 상황을 맞았다.

구급대원들은 심폐소생술 등을 펼치며 환자 살리기에 혼신을 다했지만, A씨는 사고 발생 2시간여가 지나 도착한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구급대원들이 애가 타는 상황에서 수소문한 병원들은 중환자 병상이 없다거나 수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처럼 응급상황에서 구급차가 출동하고도 환자를 수용할 병원이 없어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두 달여 전 4층 건물에서 추락해 다친 대구 10대 소녀 역시 의식이 있는 채 구조됐지만,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거리에서 2시간여를 허비하다 구급차에서 심정지로 사망했다.

이보다 앞선 작년 7월에는 근무중 뇌출혈로 쓰러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수술 의사 부족으로 다른 병원 이송 후 숨지는 일도 있었다.

구급차로 짧은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대형병원들이 곳곳에 있음에도 막상 응급환자들을 수용할 수 없어 이른바 '구급차 뺑뺑이'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의힘 등 정부와 여당은 대구 10대 소녀 사건 이후 응급이송체계 정비를 약속했지만, 유사한 비극은 되풀이됐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경증환자와 중증환자의 분리 등 응급의료 자원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설사 병상이 있다고 해도 의료 현장 여건상 수술 전문의가 부족해 환자들이 방치되는 경우 역시 문제점으로 부각된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극심한 저수가로 인해 충분한 의료진 확보가 어렵다. 병원 입장에서는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많은 병원이 필수 의료분야인 응급실·중환자실 운영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 병원을 선호하는 인식도 하나의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많은 시민들이 동네 병의원 등에서 치료가 가능한 질병임에도 대형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길 원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형병원 중환자실이 비어 있는 경우는 드물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내과 명예교수는 대구 10대 소녀 사건 직후 "중증도를 평가해 환자를 진료가 가능한 병원과 연결해 주는 국가 차원의 응급의료 자원 배분과 협력 기능이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당시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환자와 경증환자를 모두 수용해 진료를 보고 있기 때문에 정작 당장 응급의료처치가 필요한 중증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없다"며 "응급현장 사례와 문제점을 적극 파악하고, 응급의료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최근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증과 중증 환자를 분리하는 이원화 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병상이 없는 경우 경증 환자를 강제로 빼서 병상을 확보하는 방안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31일 '응급 의료 긴급 대책 당정협의회'에서 "응급실에 경증 환자가 몰려서 정작 중증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경증과 중증을 분리해 받는 이원화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정은 최근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는 근본 원인으로 △수술의사와 중환자실 병상 부족 △약 70%에 이르는 경증 환자로 인한 응급실 단일화 △구급대와 의료기관 간의 정보 공유 체계 부족 등 세 가지를 꼽고, 이를 보완하기로 했다.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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