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되면 수업은 같이, 시험은 따로?···엔데믹 맞는 학교는 아직 곤혹

김나연 기자 2023. 5. 3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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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 및 방역조치 전환 계획을 발표한 지난 11일 서울역 앞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들고 있다. 조태형 기자

6월1일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학교도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풍토병화)’을 맞이했다. 그러나 완전한 ‘해방’은 아니다. 사회와 달리 학교에는 아직 남은 방역지침이 더 많아 혼란도 불가피하다.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이제 코로나19에 확진된 학생도 ‘마스크를 쓰면’ 등교할 수 있다. 교실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생활해도 된다. 그런데 시험 기간에는 이전으로 돌아간다.

학교 방역지침은 시험 시에는 이전처럼 확진자 전용 분리고사실을 운영하도록 규정한다. 평소에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다 시험을 볼 때만 분리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부장을 맡은 A교사는 지난 28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6월1일)를 앞두고 학생 한 명의 확진 소식을 접했다. A교사는 “분리고사실을 운영하려면 최근에 확진된 교사들 중 감독관을 추가로 구하는 등 번거로운 상황이 생긴다”며 “수업은 같이 들으면서 시험은 따로 보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의 건강이 안 좋으면 최대한 출석하지 않도록 권고하는데, 시험도 마찬가지”라며 “시험 상황에서는 다른 학생들의 집중도나 건강 문제를 고려했을 때 분리고사실을 운영해야 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27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삼일공업고등학교에서 교직원들이 급식실 칸막이를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급식실 칸막이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2021년 9월 기준 급식실이 있는 학교 중 99.4%가 칸막이를 설치했다. 새 학기부터 칸막이 설치 의무가 해제됐으나 이를 폐기하지 않은 학교가 여전히 많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재확산할 우려가 있고, 철거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장원 교사노조연맹 대변인은 “인력이나 비용 면에서 칸막이를 철거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며 “여건이 되는 대로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정학습을 교외체험학습 사유로 인정하는 조치를 언제 폐지할 지도 관건이다. 교외체험학습은 가족여행이나 행사참여 등을 목적으로 출석을 인정받는 제도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감염을 우려하는 학생이 등교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가정학습도 교외체험학습의 사유로 승인됐고, 기간은 최장 57일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출석하지 않는 동안 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논란이 됐다. 가정학습을 이유로 장기간 등교하지 않은 학생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당분간 가정학습을 교외체험학습 허가 사유로 유지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에서 조정되긴 했지만, 아직 ‘경계’ 상태인 만큼 언제까지만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식의 내용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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