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대표 선임에 ‘오디션’ 도입…경영공백 해소는 과제
올 1분기 순이익 4위 머물러…충당금 적립도 가장 적어
우리금융 “절차 투명·전문성 높여, 리더 인재 육성할 것”
2개월간 깐깐한 평가, 조병규 최종후보 선정
우리금융은 지난 26일 열린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에서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추천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3월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 자회사 대표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이때 임기가 남았던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했다.
은행장 선임은 통상 짧게는 며칠 내 완료되기도 한다. 실제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한용구 전 신한은행장이 2월 6일 건강상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힌 지 이틀만인 8일 정상혁 당시 신한은행 부행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반면 우리금융은 3월 24일 자추위를 열어 1차 후보군(롱리스트)으로 우리은행의 강신국 기업그룹장, 이석태 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대표를 선정하면서 최종후보 선임 시기를 5월말로 지정해 장기 레이스를 예고했다.
이번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담당한 우리금융의 전략 담당인 이정수 상무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자추위 등 내부 논의만으로 주요 자회사 대표를 선발하는 게 일반적인 금융업계 관행인데 절차적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일 프로그램을 찾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소개했다.
프로그램은 △전문가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업무역량 평가 △자추위 심층면접 4단계로 진행했다. 우선 외부 전문가 4명이 각 후보자당 2시간씩 평가를 진행했다. 금융환경 변화와 금융산업 이해, 은행 경영·성장 전략, 규제·리스크관리·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 리더십·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은행장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과 자질을 검증했다.
상사·동료·후배를 대상으로 실시한 평판 조회는 기존에 비해 대상을 두 배 가량 늘렸으며 심층적인 다면 평가를 진행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들의 후보자 업무역량 평가가 진행됐고 약 한달 후인 이달 26일 최종 후보가 결정됐다.
이 상무는 “본부장급의 간부를 어떤 과정으로 육성하고 어떠한 평가를 해나갈지가 핵심”이라며 “통상 2~3년차 본부장 대상 연간 최소 50시간 이상 연수를 시키고 피드백을 거쳐 조직의 역량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장을 뽑는 과정에서 내외부 입김을 줄이고 전문성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성과는 있지만 선임 기간이 너무 오래됐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은행은 이원덕 은행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석 달 가까이 사실상 경영 공백 상태다. 조 후보자가 선임될 7월 3일까지 보면 거의 4개월이 된다. 그사이 발표한 1분기 실적을 보면 우리은행 순이익은 8595억원으로 4대 은행 중 가장 낮았다. 3위권이던 하나은행은 가장 많은 9707억원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임종룡 회장이 3월 24일 선임된 후 현안이 쌓였지만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차기 은행장을 선임하느라 ‘원팀’으로서 시너지 발휘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한 증권사 등의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방안은 없는 상태다.
국내 4대 은행의 한곳을 거느리는 만큼 신중한 선임이 필요하겠지만 최근 금융권을 둘러싼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기민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3월부터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비롯해 대형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가 번지는 분위기다. 국내 은행도 대출 연체율이 점차 상승하면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우리은행이 올해 1분기 쌓은 충당금은 795억원으로 KB국민은행(3913억원), 신한은행(1785억원), 하나은행(1220억원)보다 크게 적은 수준이다.
이 상무는 선정 절차가 오래 걸렸다는 지적에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다”며 “(롱리스트) 4명과는 선정 과정이 너무 오래 걸려 공백은 없다고 공감대를 이뤘기에 우려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우리금융은 회장이나 은행장 등 주요 대표에 한해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어떻게 적용할지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주요 대표 임기가 돌아올 때마다 수개월씩 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피로 누적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상무는 “경영승계 프로그램은 비중 있는 리더를 뽑는 과정에 적용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주를 대표한 이사회의 리더상 정립”이라며 “프로그램이 구속력을 갖도록 이사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해외 사례도 참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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