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치기 출연에도 겹쳐지지 않는 김동욱의 존재감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3. 5. 3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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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이로운 사기', 사진=tvN

지난 29일 첫 방송된 tvN '이로운 사기'와 지난 1일부터 방송 중인 KBS 2TV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월화드라마로 '이로운 사기'는 오후 8시 50분,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오후 9시 45분에 방송된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의 남자 주인공은 배우 김동욱이다. '이로운 사기'의 방송이 끝나기 전에 '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방송이 시작된다. 소위 말하는 '겹치기 출연'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두 작품이 만날 일은 없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지난 1월 수목극으로 편성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KBS의 수목극이 수시 편성으로 바뀌며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월화드라마로 변경됐고 방영 시기까지 겹치며 '이로운 사기'와 일부 시간대를 공유하게 됐다. '이로운 사기' 속 김동욱의 연기를 본 시청자가 채널을 돌리면 '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김동욱을 보게 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모두에게 난감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편성을 다시 연기하거나 주연 배우의 분량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사진=KBS

문제는 자칫 잘못하면 두 작품 모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찌감치 방송을 시작한 '어쩌다 마주친, 그대' 속 김동욱의 모습에 실망한 시청자들은 '이로운 사기'를 향한 관심을 접을 수 있다. 반대로 같은 요일 먼저 방송되는 '이로운 사기' 속 김동욱의 모습이 실망스럽다면 뒤이어 방송되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장 좋은 건 서로 다른 모습을 통해 다른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김동욱은 남다른 존재감으로 이 선순환을 만들어 내고 있다. 

김동욱이 맡은 '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윤해준과 '이로운 사기'의 한무영은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한 결을 가진 캐릭터다. 1987년으로 돌아간 윤해준은 '우정리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무영 역시 이로움(천우희)의 부모를 살해한 진범을 밝혀내려고 한다. 이를 위해 국가배상 청구 소송 변호를 뒤로 연기할 정도다. 김동욱은 냉철한 분석력을 가진 캐릭터를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이로운 사기'', 사진=tvN

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윤해준은 자신의 신분을 국어 선생님으로 위장한다. 해준과 함께 과거로 온 윤영은 엄마 순애를 마주하고 전학생 신분이 된다. 여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무거워지는 걸 막아준다. 김동욱은 힘을 빼야 하는 순간 확실하게 빼면서 진지함과 능청스러움을 오간다. 반면, 과공감 증후군을 앓고 있는 한무영은 타인의 감정에 지나치게 동조하고 몰입한다. 지나치게 의뢰인에게 몰입하는 탓에 변호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김동욱은 이러한 한무영의 특징을 흡입력 있게 표현하며 시청자들도 한무영처럼 사연에 공감하게 만들어준다.

여자 주인공과 서사를 풀어내는 방식 역시 다르다. 윤해준과 백윤영은 우연히 엮인 인물이다. 두 사람은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는다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점차 감정을 쌓아간다. 결국 해준은 "나한테 자기가 사라지면 위안이 되느니 어쩌니 그런 말 할 때부터 알아봤어. 되게 밉네. 미워서 큰일이네"라고 독백을 내뱉으며 자신의 마음을 확인한다. 반대로, 한무영과 이로움에겐 (이로움은 아직 연관 짓지 못한) 과거의 사건들이 있다. 과거의 기억을 갖고 있는 한무영은 복수를 하려는 로움을 잡아당기거나 "도망치지도 외면하지도 않을 거예요"라고 다짐하는 등 처음부터 이로움을 향한 감정을 강경하게 표현하고 있다. 각각의 커플이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윤해준과 한무영이 각각 백윤영과 이로움을 대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설렘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사진=KBS

두 캐릭터의 큰 틀이 비슷하기 때문에 '자가복제'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여건 속에서 김동욱은 두 캐릭터의 디테일을 다르게 표현하며 전혀 다른 캐릭터를 구현해 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5회 3.8%를 제외하면 줄곧 4%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OTT와 TV화제성 순위 등에 상위권을 유지하며 선전하고 있다.

2회까지 방송된 '이로운 사기'는 1회 4.5%, 2회 3.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첫 방송에 비해 2회 시청률이 떨어진 건 아쉽지만, 아직 풀어낼 서사가 많기 때문에 반등을 기대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겹치기 출연이라는 악재에도 전혀 겹쳐지지 않는 두 캐릭터를 연기한 김동욱이 남은 두 작품을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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