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만리경-1호, '핵 작동' 노림수…독자적 타격능력 개발 시도"

김지훈 기자 2023. 5. 3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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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해 어청도에서 북서쪽 200여km 바다에 추락한 북한 우주 발사체 잔해 추정 부유물. /사진제공=합동참모본부

한미일 3국 북핵 대표가 31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를 규탄하는 대북 메시지를 냈다. 위성발사용 로켓에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1718호(2006년 채택) 등을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핵 협의그룹(NCG) 창설 등 대북 억지력 강화 차원의 행보에도 북한이 대놓고 대형 도발을 저지른 것이다. 다만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국제 사회의 단합된 대북 제재가 추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가 기존처럼 대북 추가 제재와 관련한 거부권(拒否權·veto)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번 발사 실패는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에 직면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초조한 심경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는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및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북핵수석대표와 3자 유선협의를 통해 북한의 소위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3국 수석대표는 이번 협의를 거쳐 북한이 이른바 위성 추가 발사 등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서해 어청도에서 북서쪽 200여km 바다에 추락한 북한 우주 발사체 잔해 추정 부유물. /사진제공=합동참모본부

이번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강화시켜 대미·대남 압박을 강화하는 시도로 풀이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을 얘기하면서 군사정찰위성을 핵심 전략무기로 얘기했는데 올해가 국방발전 5개년 계획 3년차"라며 "핵미사일은 상당 수준 개발했고 눈 없이 주먹만 갖고 싸울 수는 없으니 실질적 작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등 국방발전 계획을 추진한 목적에 대해서는 "북한이 원하는 건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 받고 핵 군축을 하는 것인데 핵 군축의 최종 목표로 비핵화를 상정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이상론이고 북한은 자신들이 핵을 갖는 상황을 원할 것"이라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4월 말까지 정찰위성을 발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는데 그게 지연된 것"이라며 "오늘 발사는 그동안 발사 준비 과정에서 뭔가 문제점이 발견됐기 때문에 오늘까지 연구가 됐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서해 어청도에서 북서쪽 200여km 바다에 추락한 북한 우주 발사체 잔해 추정 부유물. /사진제공=합동참모본부

정 실장은 "기술 발전의 과정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북한이 직면한 초조함을 드러낸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부터 전술핵 탄두를 탑재하는 전술핵 무기에 대해 얘기하다가 막상 3월말이 돼서야 탄두(화산-31형)가 나왔다"며 "핵실험한다는 얘기는 계속 나오지만 소형화 경량화 등 측면에서 뭔가 결국 기술적으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으니 늦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양 연구위원은 군사정찰위성에 대해 "이번에도 4월 발사한다고 큰소리를 쳤더니 안 된 것이고 북한이 통보한 첫날(5월31일) 발사한 것은 국제사회의 압박이나 워싱턴 선언 등에 따라 북한 상층부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예비역 육군 준장인 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장은 "우리가 북한 핵을 가볍게 볼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고 북한의 핵 능력은 우리가 억지하거나 군사적, 외교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선을 이미 넘어섰다"고 말했다.

한 전 소장은 "전쟁 위협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다보니 북한은 다음번 초점이 자신들에게 맞춰질 가능성을 의식하고, 정찰위성을 통해 독자적인 타격 능력을 개발하려는 것"이라고 햇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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