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5년 ‘위성발사 꿈’, 2번 궤도진입 했지만 그마저 ‘뇌사상태’

박은경 기자 2023. 5. 3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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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8월 ‘광명성 1호’, 3단 분리 실패
국제사회 비웃음 속에도 연이은 시험 발사

북한은 31일 오전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첫 군사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만리경 1호’를 발사했지만 2단 로켓 엔진을 작동시키지 못한 채 서해상에 추락했다. 북한이 위성을 발사했다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1998년부터 25년 간 ‘위성의 꿈’을 쏘아 올렸지만 궤도에 진입시킨 것은 7번 중 2차례 뿐이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대외적으로 밝힌 첫 인공위성 발사는 1998년 8월31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쏘아올린 ‘광명성 1호’다. 1500㎞ 비행하던 발사체는 위성을 탑재한 3단부에서 고체 추진체가 폭발하면서 위성 분리에 실패해 궤도 진입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발사 나흘 뒤 북한 조선중앙통신(조중통)은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주장했다. 미국 독립기념일(현지시간 7월4일)에 맞춘 2006년 7월5일에는 무수단리에서 ‘대포동 2호’를 발사했으나 42초간 정상 비행하다가 공중에서 부러져 발사대에서 2㎞ 이내의 해안가에 추락했다. 이 발사체를 위성으로 판단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2009년 4월5일 북한은 ‘광명성 2호’라는 인공위성을 ‘은하2호’ 발사체에 실어 동해와 일본 상공을 거쳐 태평양으로 발사했다. 당일 조중통은 로켓에 실린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2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으며 사흘 뒤에는 ‘평양시 광명성 2호 성과적 발사 환영 군중대회’까지 열었다. 그러나 한·미·일 3국은 북한의 기술 부족으로 인공위성 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사진 합참

우주발사체로 포장한 장거리 로켓 발사 목적 중 하나는 미사일 기술 수출과 이전인데 연이은 실패로 북한은 체면을 구겼다. 제임스 카트라이트 당시 미 합동참모본부 부의장은 “연거푸 3번 실패한 국가에서 미사일을 구매하겠냐”고 반문했다.

절치부심한 북한은 대포동 미사일의 지속적인 개량을 통해 ‘은하’ 우주발사체를 개발했다. 2012년 4월13일에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은하 3호’ 장거리 로켓에 실어 ‘광명성 3호’ 위성을 쐈으나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을 앞두고 외신을 초청해 이벤트를 보려주려했던 북한은 이례적으로 곧장 실패를 인정했다. 그해 12월12일 ‘실용 위성’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에 드디어 성공했다. 이어 2016년 2월 7일에 북한은 운반 로켓 ‘광명성’에 실어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했다. 북한 관영매체는 “광명성 4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완전성공하였다”고 선포했다.

북한의 과거 6차례 위성 발사 가운데 광명성 3호 2호기(KMS 3-2)와 광명성 4호(KMS-4)는 지금도 인공위성 궤도를 돌고 있다. 미국 우주사령부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의 정보를 바탕으로 위성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엔투요(www.n2yo.com)에 따르면 북한이 2012년 12월과 2016년 2월에 궤도에 올린 광명성 위성은 현재도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다. 초속 약 7.6㎞의 속도로 도는 이들 위성 2기가 모두 지구를 한바퀴 완전히 도는데는 약 94분 가량이 소요된다. 광명성 4호는 약 450㎞ 고도로, 광명성 3호 2호기는 약 450~500㎞로 고도로 돌고 있다. 두 위성은 미국과 한반도 상공도 통과한다. 그러나 북한이 광명성 3호 2호기와 광명성 4호의 지상관측 영상·사진을 공개한 적이 없는데다 위성과 지상 기지국 간 신호 송수신이 탐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뇌사상태’로 평가된다.

그간 발사된 ‘광명성’ 계열 위성들이 실용위성이었던 것과 달리 31일 발사한 만리경 1호는 군사적 목적의 정찰위성이다. ‘멀리까지 선명하고 들여다보기 위한 위성’이라는 의미로 만리경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북한은 곧바로 실패를 인정하고 “빠른 기간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추가 발사를 예고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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