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금융지원 끝나는데···빚 늘어난 자영업자, 연체율도 위태
오는 9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를 앞두고, 고금리·경기둔화 등으로 빚 갚기가 힘겨운 소상공인 차주(대출받은 사람)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는 가구당 평균 1억5000만원의 금융 부채를 갖고 있지만, 코로나19로 타격받았던 매출이 채 회복되기도 전에 다시 경기가 침체해 이자 내기도 버겁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 은행 연체율 상승세
3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평균 0.35%로, 1년 전보다 0.12%포인트 상승했다.
중기·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만 해도 0.25%였으나 올해 1월 0.32%로 뛰었고, 2월 0.39%, 3월 0.31%를 기록했다. 개별은행의 경우 중기·개인사업자 연체율이 0.40%를 돌파한 곳도 있다. A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연체율은 0.23%, 대기업 연체율은 0.03%에 그쳤으나 중기·개인사업자 연체율은 0.42%로 집계됐다.
대출 금리의 갱신 주기가 통상 1년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 거의 모든 차주가 고금리의 영향권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14일 1.25%에서 올 1월13일 3.50%로 올랐다. 이에 따라 이자 부담이 증가한 차주들이 연체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자영업자 대출은 급격히 불었다. 한국은행의 자영업자 부채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자영업자가 보유한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의 합) 잔액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1분기 700조원에서 지난해 4분기 1019조8000억원으로 319조8000억원(45.7%) 증가했다.
이 기간 자영업자 차주의 연체율은 ‘U’자 곡선을 그렸다. 2020년 1분기 연체율은 0.33%였다.
같은 해 4월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시작된 후 2분기 연체율이 0.29%였고, 1년 후인 2021년 2분기 연체율은 0.18%로 하향 안정됐다. 그러다가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의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3분기 연체율 0.19%, 4분기 0.26%로 반등했다.
자영업자는 다른 직군보다 금융 부채가 많아 고금리 영향에 쉽게 노출된다.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공동 실시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주가 자영업자인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평균 1억4903만원으로, 상용근로자(1억2353만원)나 임시·일용근로자(5629만원), 무직 등 기타(8198만원) 직군의 가구보다 많았다.
소상공인연합회 “시간 더 필요해”
이런 와중에 9월 코로나19 금융지원(이자 상환 유예)까지 종료되면 연체율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황현목 소상공인연합회 세종지회장은 “코로나19 때 오후 9시 영업제한 때문에 장사를 못하는데 월세·관리비·인건비는 계속 나가니까 살기 위해 대출을 받았고 지금도 사업자대출 잔액이 2억원 정도 남아있다”면서 “금리가 올라 이자는 급증했지만 매출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3분의 1도 회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금리·고물가의 영향으로 손님들도 지갑을 닫은 탓에 매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다.
황 지회장은 “지금 소상공인들은 장사 안되지, 은행 이자 못 내지, 게다가 월세는 진작부터 밀려서 쫓겨나게 생긴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한 집 건너 소상공인인 게 현실인데,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종료하는 것은 소상공인을 다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금융지원이 종료된 후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가게 문을 닫고 개인회생 등으로 몰리게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내고 “대다수의 소상공인이 채무 상환 의지가 있다.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를 달라”며 금융당국에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연장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추가적인 금융지원 연장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중은행은 금융지원 종료에 대비해 연착륙 프로그램을 개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차주들의 여건을 평가해 빚을 갚을 의지와 형편이 되는 차주는 대출을 끝까지 갚도록 지원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채무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은 올해 연체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차분하게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은행도 가능한 한 부실 채무가 아닌 정상 채무로 관리하길 원하는 만큼 차주가 최대한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도 부정선거라 생각했었다”···현장 보고 신뢰 회복한 사람들
- 국힘 박상수 “나경원 뭐가 무서웠나···시위대 예의 있고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 늙으면 왜, ‘참견쟁이’가 될까
-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이사장 해임 “모두 이유 없다”…권태선·남영진 해임무효 판결문 살펴
- 내란의 밤, 숨겨진 진실의 퍼즐 맞춰라
- ‘우리 동네 광장’을 지킨 딸들
- 대통령이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사과해요, 나한테
-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 돌진…70명 사상
- [설명할경향]검찰이 경찰을 압수수색?···국조본·특수단·공조본·특수본이 다 뭔데?
- 경찰, 경기 안산 점집서 ‘비상계엄 모의’ 혐의 노상원 수첩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