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전’ 넘어 ‘물리전’으로 치닫는 노정관계…노사정 간담회도 취소
노동계와 정부의 대립이 ‘여론전’을 넘어 ‘물리전’으로 치닫고 있다. 경찰이 포스코 하청노조 고공농성 강제진압 과정에서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 2명을 연행하자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 심판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6월1일 열릴 예정이던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는 취소됐다. 대화의 문은 굳게 닫혔고, 노·정 간 갈등을 중재할 곳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법치주의를 강조하면서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과 화물연대 파업에 경찰력을 투입하진 않았다. 정부는 대신 노조 회계 증빙자료 제출 요구, ‘건폭’몰이, 단체협약 시정명령 등으로 노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전략을 택했다.
건설노동자 양회동씨가 지난 1일 건폭몰이에 항의하며 분신해 사망한 뒤부터 노·정 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민주노총은 ‘정권 퇴진’ 기조를 공식화했다. 지난 16~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서울 도심 집회 이후 경찰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집회에서 불법행위 발생 시 캡사이신 분사기를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경찰의 강경 대응 방침은 곧장 현장에서 시행됐다. 경찰은 지난 25일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려던 야간문화제를 원천봉쇄하고, 이를 막으려던 참여자 3명을 연행했다.
경찰은 포스코 하청업체 ‘포운’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금속노련이 전남 광양제철소 인근에서 벌이던 고공농성도 진압했다. 포운 노동자들은 지난해 4월24일부터 임금교섭과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하면서 400일 넘게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사태가 장기화하자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지난 29일 철탑을 만들고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경찰은 지난 30일 고공농성 진압에 앞서 소방관의 에어매트 설치를 가로막던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연행했다. 31일엔 사다리차로 철탑 망루에 접근해 김준영 사무처장도 체포됐다. 김 처장은 경찰봉에 맞아 피를 흘리며 연행됐다. 경찰은 “김 처장이 쇠파이프로 형사들을 때리며 저항해 플라스틱 경찰봉으로 제압하고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은 “쇠파이프를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라 망루에서 뜯어낸 것이며 방어용으로 방패 등에만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불법, 폭력 진압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 시간 이후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1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는 한국노총 항의로 취소됐다. 당분간 사회적 대화 테이블이 마련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고심 끝에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도 수락했다”며 “하지만 앞에서는 대화의 손길을 내밀고 뒤에서는 노동자를 폭력진압하는 정권에 이젠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인 김 처장의 연행은 최저임금 심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위원들은 31일 성명을 내고 “앞으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비롯한 회의 파행의 책임은 정부와 경찰에게 있다”며 김 처장의 석방을 촉구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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