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유조선 나포 도발에 열 받은 UAE, 미국에 강력 항의…협력 관계 깨지나
UAE “미국이 충분한 조처 취하지 않아”
중국 군사시설 공사까지 ‘탈미국’ 행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최근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에서 잇따라 발생한 이란의 유조선 나포 사건과 관련해 미국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UAE는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이지만, 지난해 예멘 내전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이후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UAE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부는 중동의 ‘탈미국’ 바람이 UAE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현지시간) 미국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UAE 당국이 지난 4월과 5월 발생한 이란의 유조선 2척 나포 사태에 대해 미국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하며 강력한 조처를 하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4월27일 오만만에서 마셜제도 국적 유조선을 나포한 데 이어 5월3일엔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파나마 선박을 붙잡았다. 이란 정부는 해당 유조선이 이란 선박과 충돌한 뒤 적절한 구호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국제사회에선 이란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UAE가 미국에 문제를 제기한 사건은 5월 발생한 두 번째 나포다. 당시 파나마 선박이 출발한 곳이 바로 UAE 두바이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UAE가 항해하기에 안전하지 않다는 인상을 줬다는 사실에 관리들이 분노했다”고 전했다. 이어 “전 세계 원유의 3분의 1 이상이 통과하는 페르시아만 안보를 미국이 책임지는 상황에서 UAE는 미국 정부가 충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여긴다”며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불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UAE는 특히 이번 유조선 나포 사태를 지난해 1월 예멘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반군 후티가 UAE 수도 아부다비 석유 시설과 공항을 미사일로 공격한 사건과 비교해가며 미국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미 정부 관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UAE는 당시에도 미국이 전투기 등 무기를 지원하는데 2주가 걸렸다는 점을 거론하며 격하게 화를 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 UAE 대통령은 지난해 후티 공격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통화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미국은 급히 진화에 나섰다. 중동을 담당하는 미 해군 5함대의 팀 호킨스 대변인은 “미국은 중동 전역에서 강력한 해군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5함대는 지난 23일 호르무즈해협에 쾌속정과 무인선을 투입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는데, UAE를 달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UAE와 미국의 끈끈했던 관계는 최근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이다. UAE는 31일 미국 주도의 연합해군사령부(CMF)에서 두 달 전 철수했다고 발표했다. CMF는 미 5함대를 중심으로 3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중동 해상 안보 동맹이다.
UAE 외교부는 “CMF에 대한 안보 협력 효율성을 재평가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그러나 역내 안보와 안정을 위해 소통은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온라인게임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 채팅방에서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문서엔 UAE가 미국 정부의 요구로 중단했던 자국 내 중국군 군사시설 건설을 재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정부는 2021년 11월 중국 국영 해운기업인 중국원양해운이 아부다비에서 진행한 공사가 군사시설 건설 목적이라고 판단해 UAE에 작업 중단을 요구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보도에서 “미국의 오랜 안보 파트너인 UAE가 미국과의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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