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은행장 선출, 60일 프로젝트'…그 성과와 과제

이경남 2023. 5. 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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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간 경영승계 프로그램 첫 가동
자추위 '깜깜이' 없애고 객관성·투명성 확보
여전한 지주 회장 영향력…'단발성 이벤트' 우려도

우리금융지주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기 경영진 후보군을 추리기 위한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을 위해 도입했던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이 객관적으로 후보군을 파악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경영승계프로그램이 안착하면 우리금융내 출신은행에 따라 권력이 이양되는 파벌 중심의 문화가 종식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후보. /그래픽=비즈워치

우리금융의 새로운 시도

31일 우리금융지주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기 은행장으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후보를 내정하기 위해 운영됐던 60일 간의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 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이후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임기 종료 전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하자 차기 은행장을 선임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그간 우리은행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들이 참여하는 자회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몇 차례의 회의 이후 은행장 후보를 최종 선출했다. 

반면 임 회장은 이원덕 행장이 곧장 직에서 내려오게하지는 않았다. 은행장을 선출하는데 충분한 검증 과정과 시간을을 할애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기간동안 발생할 수 있는 은행장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였다. 

우리금융지주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 개요. /표=김용민 기자 kym5380@

이후 우리금융지주는 총 4단계로 구성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우리금융은 △외부 전문가 심층 인터뷰 △평판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면접 등 총 4단계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은행장 후보군을 4명으로 좁힌 이후 약 두달간 진행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이같은 절차를 거쳐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후보를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했다. ▷관련기사 : 기업금융 강화 의지 보인 임종룡…우리은행장 조병규 발탁

이정수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상무는 "그룹 회장이 위원장이 되는 자추위의 논의만으로 주요 자회사의 CEO를 선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라며 "절차적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자추위 위원장인 지주 회장의)독단적인 판단 등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이같은 제도를 도입했다"라고 설명했다. 

'60일 프로젝트'가 남긴 것

우리금융지주는 이번에 운영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통해 객관적으로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보다 촘촘하고 깐깐하게 구성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정수 상무는 "1단계 외부 전문가 심층 인터뷰에서 외부 전문가의 주관에 치우친 평가가 이뤄지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라며 "각 전문가가 후보군들에게 수일간 인터뷰를 거쳐 객관적인 자료를 자추위원들에게 제공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단계 평판조회에서는 통상 진행되는 기업의 임원 선임 과정에 들어가는 인터뷰 대상보다 두 배 많은 인원을 인터뷰 하는 등 표본을 확대했다"라며 "특히 은행 내부 시스템으로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주장처럼 이번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 도입이 CEO선임 과정에서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한 것은 우리금융지주 내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계파갈등이 불거질 불만을 최소화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다른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체계를 명확히 만들고 이를 실행했다는 것 자체에서 객관성과 투명성은 확보했다고 본다"라며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갔다면 이른바 출신은행에 따른 계파갈등에서 불거지는 불만이 나올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그래픽=비즈워치

앞으로의 숙제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이번 시도가 일회성 혹은 단발성 '이벤트'가 되지 않을 수 있을지 우려한다.

여전히 우리금융 계열사 CEO들의 선임권한은 자회사후보추천위원회의 의장을 맡는 지주 회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회장의 의중이 바뀌면 자회사 CEO선임 과정 또한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데 우리금융지주는 계열사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소장으로 박정훈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임종룡 회장이 몸을 담았던 금융위원회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힘'을 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명성'과 '객관성'을 위해 은행장 선임에 긴 시간을 할애했다는 것과 대비된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은 이번에 도입했던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을 장기간 프로젝트로 돌입할 수 있게 매뉴얼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프로그램을 '명문화' 한다면 지주 회장도 쉽게 제도를 바꾸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상무는 "이번에 진행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체계화 하고 주요 계열사 CEO선임 등에도 도입할 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체계를 매뉴얼화한다면 사외이사들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시스템이 마련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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