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조급증·기술적 준비부족…北정찰위성 총체적 실패 낳았나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박윤균 기자(gyun@mk.co.kr) 2023. 5. 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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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對美 감시자산’ 실패로 군사력 강화일정 차질
1단로켓 분리 이후 2단로켓 ‘오작동’ 서해에 추락
우주발사체 핵심 엔진·연료계통서 모두 한계 노출
북한이 지난해 12월 정찰위성발사를 위한 중요시험 실시 후 공개한 보도사진. [조선중앙통신/매경DB]
북한이 이른바 ‘군사 정찰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려 동북아 안보정세에 파문을 일으키려다가 실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에 따라 한미일 공조에 맞서 군사력 증강을 시도하던 북한의 시간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북한의 첫 군사 정찰위성인 ‘만리경-1호’를 실은 신형 위성운반 로켓 ‘천리마-1형’은 31일 발사 직후 1단 로켓은 분리됐으나 이후 2단 로켓 엔진을 작동시키지 못하고 서해상에 추락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발사 실패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발사체 낙하지점에 대해 “한중 잠정조치수역, 한국과 중국의 중간 해역 정도로 안다”고 말했다. 이곳은 한국과 중국 어선이 별도의 신고절차 없이 자유롭게 조업을 할 수 있는 수역이다.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실패에서는 이례적인 조급함이 감지된다.

북한은 당초 국제사회에 ‘5월 30일 0시부터 6월 11일 0시 사이에’ 정찰위성을 쏘겠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발사가능 예고기간이 시작된 지 불과 6시간여 만에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를 강행했다. 하지만 발사 준비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발사를 서두른 정황이 곳곳에 드러났다. 발사실패 직후 내놓은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는 국가우주개발국 대변인을 인용해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도입된 신형 발동기(엔진) 체계의 믿음성(신뢰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위성을 실은 신형 발사체(천리마-1형)가 핵심 분야인 엔진과 연료 관련 계통에서 모두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전문가 “北, 충분한 지상연소시험 못한듯”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일대 위성사진. [매경DB]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새로운 엔진의 연소 특성이 불안정하고 신뢰성도 담보하지 못할 정도로 충분한 지상연소시험을 수행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며 “사용된 연료도 기존 로켓 연료에 비해 성분 조성비를 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관측했다.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서두른 배경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수뇌부의 재촉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북한은 이번 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지난 4월까지 마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일정이 지연되면서 지도부의 조급함이 커졌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동창리 발사장 대신 평양의 관저에서 가까운 위성관제소에서 상황을 지휘·통제했을 공산이 크다.

북한으로서는 한국이 최근 ‘누리호’ 3차 발사를 성공한 것에 자극받아 일정을 더 빠듯하게 앞당겼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주말 한국과 미국, 일본이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계기로 3국 간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것도 북측의 발걸음을 재촉했을 수 있다. 군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이번 북한의 발사 절차가 빨리 진행됐고, 그 절차에 대해 계속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발사 실패땐 정권적 부담…신중히 접근할듯
북한은 이번 발사 때 드러난 기술적 결함의 원인을 밝혀 해결책을 마련하고 여러 가지 부분시험들을 거쳐 가급적 빠른 시일 내 2차 발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또다시 정찰위성 발사버튼을 누르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북한은 지난 2012년 4월 ‘광명성-3호’ 1차 발사 실패 때에는 8개월 뒤인 그 해 12월 2차 발사에 나서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렸다.

이와 관련 장영근 교수는 “보통 우방국에서 이러한 사고나 실패가 발생하면 모든 근원적인 원인을 조사하고 보완하기 위해 최소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면서 “북한의 경우는 최소의 고장 원인 조사를 통해 큰 문제를 확인하고 수정 후 바로 발사할 개연성이 높다”며 “수 주일 내로 2차 발사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군 당국에서는 북한이 2차 발사를 성공시키기 위한 기술적 준비를 갖추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2차 발사도 실패한다면 정권적인 부담이 되기 때문에 (재발사 일정을 잡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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