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오염수에서 어떻게 핵종 없애나… 후쿠시마 시찰단 현장 점검의 재구성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국내 전문가 시찰단이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을 점검하고 돌아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오염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IAEA가 ‘문제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머지 않아 오염수 방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문가 시찰단의 점검 결과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마련한 오염수 해양방류 설비와 계획에 문제가 없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보완을 요구할 것인지 시찰단의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방류 설비는 일부 야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제기능을 못하는 걸까. 시찰단이 공개한 현장 점검 활동 보고를 바탕으로 오염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양에 방류되는지 짚어봤다. 시찰단은 현장 점검 첫 날인 23일 ALPS와 K4 탱크군을 살폈다. 이어서 이튿날인 24일엔 긴급차단밸브와 화학분석실, 방출설비 등을 점검했다.
오염수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제기능을 상실하면서 발생했다. 원자로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면서 생긴 잔해가 원자로 건물 곳곳에 남아 있는데 이 잔해에서 발생하는 각종 방사성 물질이 냉각수와 지하수 등에 유입돼 오염수가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저장하기 위해 원전 부지에 1068개의 저장탱크를 만들었는데 이 탱크가 거의 차면서 해양방류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장탱크의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기 위해 거치는 첫 단계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다. 오염수 내 포함된 다양한 방사성핵종을 제거하기 위한 설비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기설 ALPS 18개, 증설 ALPS 18개, 고성능 ALPS 20개로 구성된 주처리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시찰단은 “오염수가 전처리설비를 통과하면서 부유물질, 금속 이온 등이 제거된 후 다시 흡착탑을 통과할 때 핵종들이 흡착재에 붙는 과정으로 제거된다”고 설명했다.
시찰단은 도쿄전력에 ALPS 처리 전후 방사성핵종 농도에 대한 분석 자료를 받았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64종의 방사성핵종을 농도를 분석한 자료를 확보했다. 특히 검출 이력이 많은 10여개 핵종은 4월 데이터까지 확보해서 분석하고 있다.
시찰단 관계자는 “확보한 ALPS 전후 데이터를 분석하고, IAEA 시료채취 교차 분석결과 등을 참고해 종합적으로 핵종제거 성능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LPS를 거친 오염수는 K4 탱크군이라고 불리는 설비로 이동한다. 측정·확인용 설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해양 방류 전에 오염수의 방사선핵종이 배출기준을 충족하는지 측정하는 설비다.
K4 탱크군 역시 시찰단이 중점적으로 살펴본 설비다. K4 탱크군은 유입, 측정·확인, 방출 공정별로 10개씩 총 30개의 탱크로 이뤄져 있다. K4 탱크군에서 시료를 채취해 핵종별 농도를 측정하기 때문에 시료의 균질화가 제대로 이뤄져 있는지가 중요하다. 시찰단은 순환계통 성능 확인을 위해 설계도면, 시험·점검 기록지, 교정 성적서 등 품질서류, 유지관리계획을 현장에서 확인했고, 균질화 관련 설비는 추가로 성능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문제가 없다는 판정이 내려지면 방출 설비로 오염수가 이동한다. 이송펌프가 K4 탱크군에서 오염수를 해수 배관 헤더로 이동시키는데, 중간에 긴급차단 밸브가 있어서 이상상황 시 방류를 막는 역할을 한다.
긴급차단 밸브 역시 오염수 방출을 막기 위한 중요 설비다. 후쿠시마 원전에는 모터구동 형식의 긴급차단밸브 2개와 공기구동 형식의 긴급차단밸브 2개가 설치돼 있다. 시찰단은 “긴급차단밸브의 구동력 상실시 밸브가 자동 닫힘으로 설계된 것을 확인했다”며 “쓰나미에 따른 기능 상실에 대비해 밸브 2대는 해발 11.5m 높이에 있고 방조제로 보호하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해수 배관 헤더에서는 이송설비에서 나온 오염수를 해수와 희석하게 된다. 해수와 희석된 오염수는 상류수조와 하류수조를 거쳐 약 1㎞의 터널을 지나 해양으로 방류된다.
중앙감시제어실에선 이 모든 과정을 확인하고 주요 설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제어한다. 시찰단은 감시제어기능 이중화, 전원상실·설비고장 대비, 긴급차단밸브 동작 여부 등을 확인했다.
화학분석동에선 여러 단계에서 채취한 시료의 핵종을 분석한다. 후쿠시마 원전의 화학분석동에는 31명의 분석원과 38대의 분석장비가 있다. 시찰단은 데이터 처리 과정을 현장에서 시연을 통해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찰단은 후쿠시마 주변 해역의 모니터링과 방사선영향평가 관련 자료도 함께 확인했다. 일본 정부는 방사선영향평가시 편평어, 게, 갈조류를 지표생물로 지정했다.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에서 제시하는 참조 해양 동식물이고, 후쿠시마의 대표 어종이다. 시찰단 관계자는 “방출시 모니터링을 위해 특정 조사지점에 대해 삼중수소 농도의 이상치를 설정하고, 1개 지점이라도 이상치를 초과할 경우 즉시 방류를 중단하는 계획이 수립됐다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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