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방중 첫날 식사 메뉴판에 ‘馬’자 적힌 까닭은
‘일마당선(一馬當先)’
30일 베이징을 찾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저녁 식사 장소인 고급 식당 ‘화푸후이’에서 이 같은 사자성어가 적힌 메뉴판을 받았다. 일마당선은 ‘전쟁 중에 선두에 선 말’이란 뜻이다. 머스크의 중국 이름인 마스커(馬斯克)의 첫 글자 ‘마(馬)’를 써서 ‘미중 경쟁 속에서 선봉에 선 머스크’란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입장에서 머스크는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선구자’다. 메뉴판의 문구는 중국 측에서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친중(親中) 기업인으로 꼽히는 머스크의 방중은 2020년 1월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방문의 목표는 중국 고위급들과 만나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 내 테슬라 사업 확장을 논의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머스크는 테슬라 공장이 위치한 상하이가 아니라 정치 중심 베이징을 먼저 방문했다. 30일에는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과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의 쩡위친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을 만났다. 31일에는 반도체·자동차 등 중국의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공업정보화부 부장(장관) 진좡룽과 독대했다. 로이터통신은 “머스크가 방중 기간에 리창 총리를 만나 자사 전기차에 고급 자율주행 기능 탑재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머스크는 중국에 우호적인 발언도 내놓았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머스크는 친강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중국의 이익은 서로 얽혀 있는 샴쌍둥이처럼 나눌 수 없다”며 “테슬라는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망(網) 단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친강과 회동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이날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는 전날 대비 4.14% 상승한 201.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테슬라 주가가 200달러를 넘긴 것은 지난 3월 31일 이후 처음이다.
머스크는 미국 정부가 탈(脫)중국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중국과 밀착하고 있다. 지난 4월 상하이에 대규모 에너지 저장장치(ESS)인 메가팩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쩡위친 CATL 회장과는 ‘절친’ 관계다. 평소 두 사람은 메시지를 주고 받을 만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자사 모델3·모델Y 차량에 CATL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이번 방문이 테슬라가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머스크가 중국에 구조 요청을 보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세계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고,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테슬라도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테슬라의 최대 해외 시장으로, 작년 테슬라 매출의 22.3%가 중국에서 나왔다. 상하이 공장은 테슬라의 최대 생산 거점으로, 지난해 전체 생산량의 52%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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