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TL’, 긍정적 요소 많지만 고민거리도 남겨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약 1주일간 진행된 ‘TL’의 베타 테스트에서는 기존 ‘리니지’ 시리즈에서 벗어나기 위한 엔씨소프트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수준 높은 그래픽과 각종 편의 기능, 과거 PC MMORPG의 향수가 느껴지는 콘텐츠 구성 등 세부적으로 살피면 긍정할 요소도 많았다.
비즈니스모델 측면에서도 현재까지 공개된 수준이라면 기존의 비판 목소리를 내던 이용자도 일정 수준 납득할 것으로 보여졌다. 다만 전반적인 얼개가 다소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기존에 제작하던 구조에서 방향성을 바꾸며 게임 내 여러 요소가 하나로 통일되지 못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베타 테스트 참여자의 의견을 반영해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다.
‘TL’의 강점 중 하나는 고품질 화면으로 구현된 세상이다. 매우 높은 지역까지 올라가 저 멀리 보이는 대지와 해안을 바라보는 시각적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일부 지형지물은 갈고리를 활용해 이동할 수도 있어 탐험의 느낌이 배가되기도 했다.
밤과 낮의 변화도 자연스러웠으며 이에 따른 캐릭터의 능력 변화도 존재했다. 테스트 기간의 중반 지역인 ‘검붉은 숲’에서는 비바람에 흔들이는 나무와 수풀의 모습이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몰입감을 높였다.
한창 비가 내리던 주말에는 게임 속의 바람 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로 생각될 정도로 가상 세계에 대한 묘사 수준이 높게 느껴졌다.
물에 젖거나 빨리 사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물약을 실험체에 뿌리는 임무, 양으로 변신해 각 거점을 돌아보는 임무, 춤추는 고블린들을 찾아서 사냥하는 임무, 지역 이벤트와 연계된 임무 등 여러 활동이 가능했다.
자동 이동을 지원하지 않거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 임무도 많아 이용자가 직접 단서와 실마리를 찾아 추론하고 수행하도록 요구하는 것들이 존재했다.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수행하거나 알기 쉽게 목표물을 표시해주는 것이 편했지만 십수 년 전 PC MMORPG의 향수가 느껴지는 임무들의 존재도 만족스러웠다.
MMORPG 장르에 걸맞게 다수의 이용자가 함께하는 콘텐츠도 다양하게 구비됐다.
대표적인 것이 던전 ‘실레우스의 심연’이다. 홀로 입장해 사냥할 수도 있지만 등장하는 몬스터의 능력이 강해 대부분 파티를 구성해 즐기는 지역이었다. ‘실레우스의 심연’에서의 파티 사냥은 예전 MMORPG의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
다수의 인원이 몬스터를 하나씩 하나씩 잡아내며 다량의 경험치와 아이템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많은 몬스터가 몰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사냥하는 경험은 오랜만이었다.
수십명의 이용자가 동시에 참여해 공략하는 필드 보스 ‘모르쿠스’나 ‘킹 마인붐-09’ 등도 만날 수 있었다. 늑대 사냥 대회, 별빛 비석 제전 등의 지역 이벤트도 지루한 사냥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런 대부분의 콘텐츠는 경쟁 요소가 가미돼 이용자간의 PvP도 가능했던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 미스틱 글로브라는 재화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나 수집 코덱스는 좀 더 모험의 느낌을 살려주는 요소였다.
미스틱 글로브는 ‘TL’의 세계 곳곳에 무작위로 등장하는 오브젝트다. 미스틱 글로브를 획득하면 제작 재료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고 가끔 주변 일정 범위 내에 ‘미스틱 포털’도 생성돼 더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약 1시간 동안 유지되는 ‘미스틱 포털’을 찾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수집 코덱스 역시 곳곳에 숨겨진 문서를 찾아 이야기를 완성하는 재미를 선사했다.
지상과 공중, 수면 이동을 위한 야성 변신도 일종의 편의 기능으로 느껴졌다. 일정 주기로 체력을 회복시켜주고 재화 획득량을 늘려주는 ‘아미토이’도 존재했다.
특히 게임패드를 이용한 조작의 편의성이 상당했다.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를 게임패드를 이용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연구가 이뤄진 듯 했다.
콘솔 플랫폼을 준비한다는 것이 빈말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물론 더 다듬고 더 최적화하고 더 기능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느껴졌다.
다만 이런 요소들이 결합된 ‘TL’은 다소 어색한 게임이었다. 어색함을 늘리는 것 중 하나는 대표적인 편의 기능인 자동전투와 타깃팅 기반의 전투 방식이었다.
자동전투와 타깃팅 기반의 전투가 나쁜 것은 아니나 모바일게임이 아닌 차세대 PC·콘솔 멀티플랫폼 게임을 지향하는 ‘TL’에 걸맞은 포장지인지는 의문이 들었다. 특히 게임패드로 즐길 때 이런 느낌은 더욱 강했다.
조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몬스터나 상대방의 공격을 눈으로 보고 피하고 거리를 확인하고 상대를 견제하며 공격을 가하는 플레이를 상상하게 됐다. 그러나 ‘TL’은 그런 상상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다. 공격 범위나 공격 방향 등을 보고 상대 공격을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마주보고 전투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전투 편의 기능이 많다 보니 파티 플레이 등이 아니면 직접 조작하려는 노력이 덜해지게 됐다.
초반 성장 과정도 다소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TL’은 모험을 진행하며 임무를 수행하고 보상으로 해당 이용자 수준에 맞는 장비가 주어지는 방식이 아닌 장비 제작을 유도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경우 캐릭터 능력치의 큰 상향 없이 상위 사냥터로 진입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제작과 강화에 대한 가이드가 더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또 다른 의문은 ‘TL’만의 차별화된 재미다. 많은 요소가 기존에 익숙한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 정교하게 구현된 자연환경을 돌아보며 감탄하다가도 전투나 임무를 수행하다보면 색다름을 느끼기 힘들었다. 여기에 편의성에서 만족하지만 가끔은 왜 ‘변신’을 하는지 ‘아미토이’는 갑자기 왜 등장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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