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발사체, 어청도 서쪽 바다 추락… 軍, 연결단 추정 물체 인양(종합3보)
북한 "가급적 빠른 기간 내 2차 발사 단행" 예고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이 31일 발사한 '우주 발사체'가 정상적으로 비행하지 못한 채 서해 어청도 서쪽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도 이날 '군사정찰위성 발사 중 사고가 났다'며 발사에 실패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은 북한 발사체가 추락한 수역에서 1·2단 추진체의 연결단으로 추정되는 물체는 인양하는 데 성공, 곧 관련 분석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6시29분쯤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 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
이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지난 뒤 "비정상적 비행으로 어청도 서쪽 200여㎞ 해상에 낙하했다"고 합참이 전했다. 어청도는 전북 군산항에서 서쪽으로 약 66㎞ 거리에 위치한 섬이다.
북한도 이날 관영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31일 (오전) 6시27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예정됐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으나, '천리마-1형'은 정상 비행하던 중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엔진)의 시동 비정상으로 하여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조선 서해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후 우리 군은 인근 해역에 대기 중이던 해군 구조함을 즉각 북한 발사체 추락 해역에 보내 수색 작업을 벌였고, 수심 약 70m 지점에서 북한 발사체의 일부로 추정되는 찾아 인양하는 데 성공했다.
군 관계자는 신속한 발사체 인양이 가능했던 데 대해 "북한이 우주 발사체 추정 미사일 발사를 미리 공지함에 따라 어느 정도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5월31일 0시부터 6월11일 0시 사이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일본 해상보안과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한 뒤 이날 위성 발사를 시도했다.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 통보에 따라 발사체 비행 과정에서 로켓 추진체 등이 낙하할 것으로 예상된 한반도 서해와 동중국해 일대 등 총 3곳엔 항행경보가 발령됐다.
항행경보가 발령된 3개 지역을 북쪽에서부터 차례로 살펴보면 △충남 대천항에서 직선거리로 230~300㎞가량 떨어진 서해 공해상과 △제주도 서쪽 약 300㎞ 거리 공해상, 그리고 △필리핀 루손섬 동쪽 700~1000㎞ 거리 공해상이다.
위성 발사용 우주 로켓은 비행 원리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사실상 동일하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그동안 북한의 위성 개발 및 시험을 ICBM 개발의 일환으로 보고 그 중단을 요구해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합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군이 이날 인양한 북한 발사체 일부분 추정되는 물체는 속이 비어 있는 원통형으로 돼 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해당 물체에 대해 "1·2단 추진체를 연결하는 인터스테이지(Interstage) 같다"며 "폭발하지 않아 멀쩡해 보인다"고 전했다.
우리 군은 현재 북한 발사체 추락 해역에서 추가적인 수색·인양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쏜 발사체가 공중에서 폭발하지 않았다면 위성 본체 등도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군 당국은 이날 수거한 물체와 함께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가 어떤 종류의 연료를 사용했는지 등 제원과 발사 실패 원인에 대한 종합 분석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천리마-1형'에 도입된 신형 발동기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 데 사고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관련 조사 및 대책 마련 등의 과정을 거쳐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 관계자는 북한의 이 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북한은 2012년 4월 위성 발사 실패 때도 이를 인정하고 8개월 뒤인 2012년 12월에 재차 발사했다"며 "(이번에도) 충분히 시간을 갖고 그렇게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군 관계자는 북한의 우주 발사체 발사 절차와 속도가 "과거에 비해 빨라졌다"고 전해 2차 발사를 서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13일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첫 시험 발사를 실시한 지 50여일 만인 이날 '위성 발사'란 형식으로 도발을 재개했다.
북한이 위성 발사를 시도한 건 이번이 7번째로서 지난 2016년 2월7일 '광명성 4호' 이후 약 7년 만이다.
합참은 "우리 군은 경계태세를 격상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히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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