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선관위 채용 비리, 전면 수사는 기본

2023. 5. 3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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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공정해야 할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위공직자들이 자녀 편법 채용 비리 의혹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지방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선관위 직원의 자녀는 공모도 없이 지방 선관위의 경력직 채용에 응시한다.

지난해 선관위는 자체 감사에서 채용 비리 의혹에 면죄부를 줬다.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자녀들을 특별 채용해 공직을 세습한 선관위를 그대로 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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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가장 공정해야 할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위공직자들이 자녀 편법 채용 비리 의혹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전국적 조직을 가졌으면서 정치적 독립성을 이유로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었기에 국민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사무총장과 차장이 동시에 채용 비리에 연루돼 사직서를 제출했고, 충북 단양과 제주를 비롯한 지방에서도 유사한 채용 비리가 발견되면서 사실상 고용 세습을 시도한 비리 의혹자는 이미 11명이나 된다.

묵묵부답이던 노태악 위원장이 전수조사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신뢰를 잃은 선관위의 자체 조사를 믿을 사람이 있을까. 또, 문재인 정부 때 임명돼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내부 논의도 거치지 않고 서둘러 조사계획을 발표한 것도 국민의 의심을 배가시킨다, 선관위와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국민이 그렇게 우스운가.

그 수법은 대동소이했다. 지방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선관위 직원의 자녀는 공모도 없이 지방 선관위의 경력직 채용에 응시한다. 그 지방 선관위는 ‘동료’나 ‘아는 사람’을 내외부 면접관으로 위촉해 선관위 직원 자녀의 면접점수를 만점 또는 그에 가깝게 주어 합격시킨다. 이후 짧은 시간에 승진까지 시켜 경력 관리를 해 줌으로써 이후 인사에서 ‘좋은’ 자리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해 선관위는 자체 감사에서 채용 비리 의혹에 면죄부를 줬다. 언론 보도로 여론이 나빠지자 사무총장과 차장은 재빨리 사직서를 제출했다. 비리 의혹이 있는 공무원은 조사 중 면직시키지 않는 게 원칙이다. 결과에 따라 징계를 받아야 하고, 징계받은 공무원은 공직 재임용이나 연금 수령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이를 피하려고 두 사람을 징계 전 면직 꼼수를 부린다.

이런 고용 세습이 선관위뿐이겠는가.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들도 노사 합의로 직원 자녀들에게 채용 시 가산점을 주는 곳이 많다고 한다.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구돼 감시 사각지대에 있는 조직이나 심지어 국회의원들도 이런저런 방식으로 자녀들의 취직에 불법·탈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은 분노한다. 2년 전 조국 사태 때 오죽하면 ‘미안하다. 아빠가 조국이 아니어서’라는 패러디까지 등장했겠는가.

고위공직자들에게는 남다른 윤리 수준이 요구된다. 입시 때면 대학교수들도 자녀나 일가친척, 심지어 지인의 입시 지원 여부를 매년 보고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그들의 시험 감독이나 면접관이 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공무원 채용에서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국민의힘이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선거 앞둔 여당이 선관위를 장악하기 위해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자녀들을 특별 채용해 공직을 세습한 선관위를 그대로 두란 말인가. 오히려 선관위원 전원이 스스로 사퇴하고, 전국 선관위 전체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를 통해 채용 비리의 전모를 밝히는 것이 공직윤리에 부합한다. 선관위뿐만 아니라,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중앙과 지방 정부의 채용 비리 가능성을 전면 재검토해 국가 공직사회의 윤리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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