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사] 약물중독 한의학이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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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을 수시로 투여한 탓에 좀비처럼 멈춰선 사람들이 즐비한 미국 켄싱턴 주의 길거리 영상이 화제였다.
약물중독은 그 치료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현재 중독을 치료하는 최선의 방법은 약물남용 프로그램을 통해 마약에 중독된 뇌가 스스로 항상성을 회복되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다.
약물치료의 한계가 명확하게 존재하는 중독 치료는 기존 질병의 치료와는 그 방법이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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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을 수시로 투여한 탓에 좀비처럼 멈춰선 사람들이 즐비한 미국 켄싱턴 주의 길거리 영상이 화제였다.
‘우리나라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마약은 생각보다 더 깊숙이 대한민국 사회에 침투해 있다. 청소년들의 흡연율이 많이 낮아졌다는 통계의 이면에는 담배 대신 마약 소비율이 증가했다는 결과가 있다.
청소년의 필로폰 투여에 관한 기사가 나오고,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액상담배로 둔갑한 액상대마에 의도치 않게 노출되고 있다. 이제 한국에서는 피자 한 판 가격으로 마약을 구입할 수 있으며, 휴대전화 터치 몇 번이면 미성년자를 포함해 그 누구라도 마약을 구입할 수 있다.
약물중독은 그 치료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중독은 진단할 수 있는 정량적 방법이 없다. 뇌종양은 MRI로, 고혈압은 혈압계로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중독을 진단할 수 있는 진단장비가 없다.
두 번째는 정량적 진단이 안 되기 때문에 딱 떨어지는 치료법 또한 없다. 종양은 수술적으로 제거하고, 고혈압은 혈압 강하를 위한 약물치료를 한다. 하지만 중독은 ‘금단완화제’ 처방이 주로 이뤄진다.
세 번째로는 다른 뇌질환과 다르게 중독은 다양한 뇌 부위에서 신경 적응의 결과로 유발된다는 점이다. 중독환자는 정서, 사고, 행동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생기므로 치료를 위해선 극단적으로 뇌를 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현재 중독을 치료하는 최선의 방법은 약물남용 프로그램을 통해 마약에 중독된 뇌가 스스로 항상성을 회복되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다.
만약 마약중독 환자의 뇌세포를 자극하여 뇌의 항상성 회복을 돕는다면 중독 환자의 일상회복을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부작용이 적으며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비약물적인 뇌세포 자극법이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의학에는 비약물적으로 뇌세포를 자극하는 기술이 있다. 바로 침 치료다. 침 치료의 핵심은 몸의 기울어진 항상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치료법이다. 실제로 WHO에서는 침 치료가 적합한 42가지 의학적 질환 중 하나로 약물남용을 제시한 바 있다. 나아가 ‘National Acupuncture Detoxification (NADA) protocol’을 통해 침 치료의 금단 완화, 갈망 예방, 중독치료 프로그램은 우리보다 미국에서 먼저 체계화됐다.
중독에서 침 치료의 효능은 오피오이드 중독 병력이 있는 뇌진탕 환자의 대상회 절제술 시술 과정에서 처음 보고됐다. 과량의 진통제에 노출된 환자에게 진통제 대신 전침 자극으로 마취했더니 자극 동안 진통과 더불어 금단 현상이 사라짐을 발견했다. 이후 임상·비임상 연구를 통해 전기침에 의한 엔도르핀·다이놀핀 분비 가능성이 확인됐으며 관련 연구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침 치료는 ‘경혈 전자약’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태동기를 맞고 있다. 현재는 멀미, 과민성 방광염, 조현병 등의 질환에서 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중독의 경우 다른 질환 대비 비교적 최근에 연구가 시작된 분야다. 약물치료의 한계가 명확하게 존재하는 중독 치료는 기존 질병의 치료와는 그 방법이 달라야 한다. 중독 환자의 금단 관리, 중독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의학의 일환으로 한의학이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 것이다.
한·양방의 상호 보완 연구를 통해 개인맞춤형 치료, 예방의학의 범주에서 한의학이 중독치료 및 관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서수연 한국한의학연구원 박사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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