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기의 현장에서] 부러울 만큼 환영받는 ‘악마의 게임’

2023. 5. 3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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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돌아왔다.

'국산 게임 중 이렇게 환영받은 게임이 있었나?'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국산 게임 하나가 팬들로부터 열렬히 환영받는 모습을 보니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가 했던 말 한 마디가 머릿속을 스쳤다.

관계자는 "게임은 규제 산업이다. 지금도 그렇다. 한 마디로 서로 '이겨야 한다'는 경쟁 의식보다는 우리끼리 뭉쳐야 한다는 동업자 의식이 커졌다"며 외산 게임과 달리 이용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국내 게임산업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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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돌아왔다. 이곳저곳서 기다렸다는 듯 환호와 박수가 나온다. 6월 6일 공식 출시되는 게임 ‘디아블로 4’ 얘기다. 학생 때 디아블로를 즐겨했던 오랜 팬으로서 ‘악마의 귀환’이 반갑지만 한편으론 부럽다. ‘국산 게임 중 이렇게 환영받은 게임이 있었나?’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디아블로 4를 환영하는 건 팬뿐만이 아니다. 행정기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서울시 산하기관 중 하나인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에 디아블로 4의 분위기를 미리 느껴볼 수 있는 ‘헬스테이션’을 설치했다. 글로벌 기대작의 귀환에 지하철 역사 자리까지 내어준 것이다.

그래픽카드를 생산하는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 40 시리즈 모델에 디아블로 4 접속코드를 끼워 판다. 가격이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달하지만 일부 유통사에서는 판매를 조기 종료할 만큼 관심이 뜨겁다.

이처럼 외국산 게임 하나가 팬들로부터 열렬히 환영받는 모습을 보니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가 했던 말 한 마디가 머릿속을 스쳤다. 관계자는 “국내 게임업계는 경쟁 의식보다는 동업자 의식이 강하다”고 했다.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다보면 늘 듣는 얘기다. 관계자는 “게임은 규제 산업이다. 지금도 그렇다. 한 마디로 서로 ‘이겨야 한다’는 경쟁 의식보다는 우리끼리 뭉쳐야 한다는 동업자 의식이 커졌다”며 외산 게임과 달리 이용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국내 게임산업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국내에서 게임은 좀처럼 환영받지 못했다. 학업을 방해하고 폭력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한동안 이어졌다. 급기야 오후 10시부터 청소년의 게임이용을 법으로 제한했던 적도 있다. 오랜 진통 끝에 셧다운제는 시행 10년 만인 2021년 11월 폐지됐다.

국내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규제 분위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최근 정치인이 게임사가 발행한 가상자산을 수십억원어치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게임업계를 향한 시선은 다시 싸늘해졌다.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P2E, 블록체인 등을 모색하던 게임사의 구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국내 게임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분위기가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산업을 경계하는 분위기마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게임사들은 난처하다는 표정이다.

국내 게임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과금 중심의 수익구조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들이 분기마다 과금 규모 순위를 경쟁하듯 발표할 정도다. 게임팬 사이에서는 명작 게임은 없고, ‘과금 규모가 곧 실력’인 게임이 많아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게임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동시에 게임사도 과금 중심이 아닌 콘텐츠 중심의 게임 개발로 옮겨가야 한다. 그래야 국산 게임도 출시 전부터 팬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는 분위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0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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