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은 코딧 "OECD 나와 창업···우리같은 맞춤형 서비스 세계에 없어"
(지디넷코리아=방은주 기자)"포춘500대 기업 중 10곳이 우리 고객입니다. 상위법부터 하위법 그리고 조례까지 한 곳에서 검색할 수 있는 초개인화한 맞춤형 서비스는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합니다."
정지은 코딧(CODIT) 대표는 30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2020년 6월 설립된 코딧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방대한 양의 의안·법령·정책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법령 뿐 아니라 유사 법안과 관련 정책, 뉴스, SNS 댓글도 함께 제공해 주목을 받고 있다. 영문으로 자동번역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주요 고객은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대기업과 빅테크 기업, 대형 스타트업, 정부 부처, 국회, 협회 등이다.
정 대표는 "23년치 의안 및 국회의원 데이터와 12년치 관련 뉴스, 15년치 관련 정책 자료를 포함해 약 1억건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런 규모 법안 정책 모니터링 기업은 국내서 코딧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코딧'과 같은 서비스는 세계에서는 몇 곳 된다. 미국 대형 기업 블룸버그가 대표적이다. 정 대표는 '코딧' 서비스가 외국기업 서비스보다 낫다면서 "모니터링에 최적화한 알림 기능과 법안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 제공, 조항별 규제 리스트 제공, 유사 규제끼리 묶어볼 수 있는 클러스터링 기능, 규제 점수로 본 그림자 규제 검색은 세계에서 오직 우리만이 서비스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딧 서비스와 함께 정 대표의 이력도 시선을 끈다. 그는 영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8년 정도 근무했다. OECD 경험이 현재의 코딧을 창업한 계기가 됐다. 정 대표는 삼성중앙역 인근 사무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한국을 넘어 미국과 일본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정 대표와 일문일답
-이력이 독특하다
"서울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한 학기만 마치고 런던으로 건너갔다. 런던에서 고등학교와 대학(로얄할로웨이)을 마쳤다. 대학 졸업 후 우리나라 외교통상부(MOFAT)에서 7개월간 인턴 및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너무 재미있었다. 나랑 잘 맞았다. 당시 외교부 과장님이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추천해줘 들어갔는데 영어 성적 덕분에 거의 수석으로 들어갔다(웃음).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국제기구 인턴십를 알게됐고 3개월간 유네스코에서 일했다. 유네스코에서 일할때도 재미있었다. 유네스코 경험이 기반이 돼 OECD 공채로 들어가 8년 정도 근무했다."
-OECD에 들어갈때 한국인 공채 1호라고 들었다
"그렇다. 나 이전에도 OECD에서 근무하는 한국인이 있었지만 '영 프로페셔널'이라는 OECD 공채프로그램으로 들어간 건 내가 한국인으론 처음이다. 당시 400대1을 뚫고 들어갔다. 20대 중반이였는데 거의 최연소여서 한국언론에도 소개됐다."
-OECD를 나와 창업한 계기가 궁금하다
"OECD 근무시 35개국의 정책 및 규제 데이터를 비교하곤 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국가는 거의 없었다. 데이터를 요청하면 1년반 된 자료를 주곤 했다. 공개된 데이터도 한정적이였다. 디지털이 만연한 21세기인데 문제가 있다 싶었다. 디지털 분야 태스크포스(TF)를 맡았는데 당시 조사해보니 미국에는 블룸버그 등 민간(프라이빗) 영역에서 법안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있더라. 사용료도 비싸지 않았다. 한국에도 이런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OECD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각 나라 정부가 보낸 데이터를 받아 리포트로 정리하거나 자체 서베이로 데이터를 직접 생산했다. 특히 각 나라 성인들의 역량 평가를 주 업무로 했다. 읽기와 쓰기 같은 것들이다. 각 나라 공무원들의 역량 평가도 했다."
-한국 공무원들의 역량은 어땠나
"연령별로 차이가 많이 났다."
-코딧은 어떤 회사인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방대한 양의 의안·법령·정책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에게 필요한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자 스타트업이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규제와 정책 영역을 혁신하고 있다. 2020년 6월 30일에 설립했다."
-시작은 어디서 했나
"위례신 도시에 있는 월세 50만원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직원은 3명이였다. 나와 CTO, UI와UX 담당 직원. 지금은 정규직 8명에 인턴 2명 등 10명으로 늘었다. 매출도 꽤 된다.(웃음)."
-창업을 하려면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디어가 시장성이 있는 지, 또 이를 구현하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맞다. OECD 근무때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지 지인을 통해 어느 회사의 CTO를 소개 받았다. 본인이 현재 하고 있는 것보다 (구현하려면) 10배는 더 힘들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하더라. 실제 우리 서비스는 데이터를 외부에서 가져와야 하는데다 가공해야하고 또 데이터가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어 통일성 등에 있어 힘든 사업이였다. 그때 조언 해준 CTO가 지금은 우리 회사 CTO로 일하고 있다. 자금 문제는 때마침 중소벤처기업부가 시행한 예비창업패키지사업에 선정돼 해결했다."
-창업전에 파일럿 프로그램을 돌려봤다던데
"우리 회사를 2020년 6월에 설립했는데 이보다 앞서 4월에 국내에서 총선이 있었다. '총선 kr'이라는 총선 관련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했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창업을 해도 되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이름 코딧(Codit)은 무슨 뜻인가
"코드(Code)가 라틴어로 법률의 집대성 이란 뜻이다. 코딩이란 말과도 비슷하다. 그래서 코드에 IT를 붙여 코딧(Codit)이라고 사명을 지었다."
-코딧은 솔루션 이름이기도 하다. 어떤 솔루션인가?
"'코딧'은 각종 규제를 모니터링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기업과 기관이 알고 싶은 규제를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커스터마이즈)으로 제공한다. 예를들어 노인 돌봄과 관련한 법안이 우리나라에 146개 있는데 이들 법안과 관련한 정부 정책과 보도자료, 관련 뉴스와 SNS 등을 알려준다. 2021년 10월 첫번째 버전을 출시했다. 현재 버전은 2.0이다."
-규제와 관련한 모든 것을 모니터링 해 주나
"그렇다. 상위법부터 하위 행정규칙까지 다 해준다. 바뀌는 부분도 체크해 일일이 알려준다. 번역 엔진을 자체 개발했다. 한글 뿐 아니라 영어로도 번역해 제공한다."
-'코딧' 같은 규제 서비스의 국내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나?
"공식 자료는 없다. 우리가 추정컨대 한국 시장 규모는 약 30조원 정도 된다. 스타트업이나 소상공인 중 20%가 한달에 30~40만원 정도 내고 코딧 같은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가정했을때 산출한 규모다."
-고객사는 얼마나 되나
"약 1000곳 정도 확보했다. 특히 포천100대 기업에 들어가는 글로벌 기업 10곳이 우리 고객이다. 당근마켓과 직방같은 대형 스타트업과 무역협회, 국회, 정부부처 등이 우리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국회 고객은 어떤가?
"국회는 의원실 약 80 곳에서 사용한다. 무료로 제공했다. 시행령, 시행규칙과 뉴스와 SNS 등 의안정보시스템에 없는 여러 정보까지 제공해 반응이 좋다. 의원실 전용 페이지도 있어 해당 의원에게만 관련된 내용을 볼 수도 있다."
-법안 통과도 예측 가능한가? 미국에서는 한 현지 스타트업이 법안 통과도 예측가능하다고 화제를 모은 적이 있는데
"미국 스타트업이 법안 통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한 건 마케팅 수단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안이 대안으로 반영돼 통과되기 때문에 예측이 무의미하다. 실제 국회 관계자와 논의해보니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하더라. 어떤 조항이 어떤 문구로 언제 통과될 지가 관심인데 이는 첫 단계인 소위 회의에서 거의 결정된다. 아직 이에 대한 데이터는 없다."
-규제와 관련한 법안이 가장 많은 분야는 어디인가?
"자동차와 의료 쪽이 많다. 자동차는 세세한 규정이 계속 바뀌더라. 의료도 생명과 관련돼 있어 규제가 많다. 플랫폼 회사와 관련한 규제도 많다. 우리도 규제 관련 일을 하면서 "아, 이런 것도 있었네?" 할때가 많다.(웃음). 어떤 분야는 법령이 1500개가 넘는 것도 있다."
-코딧 같은 회사가 국내는 또 없나?
"국내에는 리걸테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서비스는 한국에서 우리가 유일한 것 같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쉽지 않다. 데이터를 가져와 가공하는 데만 우리도 1년 반이나 걸렸다. 데이터 퀄리티도 중요하고 계속 체크해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사업이다. 솔루션 판매를 구독(SaaS) 방식으로 하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다. 규제 모니터링은 인력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휴먼 베이스다. 이를 우리가 자동화한 건데 코딧이 시장을 개척해 가고 있다. 정부 모 부처에서 우리 같은 솔루션을 만들려 몇 번 시도했지만 못하고 결국 우리랑 협업하는 걸로 돌아섰다."
-세계 시장 동향은 어떤가?
"해외에는 미국에 몇 곳 있다. 블룸버그 거버먼트와 피스컬노트, 쿼럼 같은 회사가 있다. 유럽은 프라이버시 보호가 강한데도 제대로 된 회사가 아직 없다. 일본과 중국에도 없다."
-해외에 진출할 계획이 있나?
"진지하게 보고 있는 곳이 두 곳 있다. 미국과 일본이다. 일본 기업과 일해보니 로열티가 좋더라. 오는 10월 일본에서 열리는 IT전시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다음달에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대형 스타트업 행사에도 참여한다."
-미국에도 진출한다고? 성공 가능성이 있나?
"있다고 생각한다. OECD 근무할때 보니 미국 데이터는 많이 오픈돼 있더라. 우리가 미국에서 하려는 건 모든 분야가 아니다. 규제가 많은 특정 영역만 집중할 거다. 미국에서도 한국 데이터를 보고 싶어 하고, 거꾸로 한국에서도 미국 데이터를 보고 싶어 한다. 우리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미국 회사와 달리 맞춤형이다. 상위위법부터 하위법 그리고 조례까지 한 곳에서 검색할 수 있다. 또 법령 뿐 아니라 법안이 의회 회의록에서 몇 번 언급됐는지, SNS에서 누가 어떻게 말했는 지, 언론은 이를 어떻게 다뤘는 지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미국 기업은 우리처럼 정보를 디테일하게 제공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하면 미국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본다."
-특허는 얼마나 갖고 있나
"8건을 등록했고 15건을 출원했다. 해외 특허도 3건 출원했다. 짧은 기간에 특허를 가장 많이 등록 시킨 스타트업중 하나다."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C랩 아웃사이드' 스타트업에 뽑혔다
"2022년 11월 성과를 알리는 데모데이에도 참여했다.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는 1년간 삼성전자가 직접 육성한 C랩 아웃사이드 스타트업의 졸업식이나 마찬가지다. 삼성은 2019년부터 C랩 아웃사이드 행사를 매년 진행중이다. 이 사업에 선발되면 최대 1억원의 사업 지원금과 마케팅 등을 삼성전자에서 지원받는다."
-투자유치는 얼마나 했나
"2020년 7월 매쉬업엔젤스에서 시드 투자를 받았고 이어 작년 11월 프리A로 50억원을 유치했다. 프리A에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프리미어파트너스가 참여했다. 이외에 중기부가 시행하는 '팁스(TIPS)'와 정부 연구개발(R&D)를 지원 받았다. 내년 중반쯤 시리즈A를 생각하고 있다."
-나스닥 상장도 고려하고 있나
"그렇다."
-직원을 계속 채용중인데...
"정규 직원은 8명이고 인턴까지 합치면 10명이다. 현재 백엔드와 프런트 개발자를 비롯해 영업 등 다양한 부문에서 직원을 뽑고 있다. 앞으로 20여명 정도를 더 채용할 예정이다. 원티드와 그리팅이라는 채용 플랫폼을 통해 뽑고 있다. 그리팅은 블로그처럼 맞춤형으로 이용할 수 있어 좋더라."
-기업 문화나 회사 분위기는 어떤가?
"우리가 하는 일이 재미있고, 이걸로 무언가를 이뤄보고 싶은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줬다. 2년전 준 직원의 스톡옵션이 벌써 30배나 올랐다. 앞으로 들어오는 정규 직원 모두에도 스톡옵션을 줄 예정이다."
-코딧이 신용보증기금보다 더 유명해졌다는 건 무슨 말인가
"신용보증기금 영어 이름이 kodit이다. 한글 발음이 '코딧'으로 우리와 같다. 예전에는 네이버에서 한글로 코딧을 치면 신용보증기금이 우리보다 먼저 검색됐다. 지금은 우리 회사가 먼저 나온다. 우리가 더 유명해진 것이다(웃음). 구글에서도 법안을 치면 우리가 먼저 나온다."
-올해 경영 목표는?
"우선 고객사를 현재의 두 배인 2천곳으로 늘리고 싶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외국계 기업만해도 만 개나 된다. 규제와 관련한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게 하고 싶다. 중장기적으로는 주요 국가의 규제 데이터를 한 곳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 서비스 하고 싶다. 기업들이 비즈니스 하는데 국경없이 하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개인 바람을 더 보탠다면 한국이 싱가포르같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그러면 더 많은 글로벌 기업이 들어오고 한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방은주 기자(ejbang@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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