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경찰, 진압 과정서 곤봉으로 노동자 머리 내려쳐 병원 이송

2023. 5. 3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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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하청 농성자 저항… 경찰, 곤봉으로 수차례 머리 내려쳐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경찰이 포스코 하청노동자들의 고공농성장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곤봉(경찰봉)으로 농성자의 머리를 내려쳐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은 여러차례 경찰봉을 내리쳤고, 농성자는 정수리가 찢어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31일 한국노총 금속노련에 따르면 이날 새벽 5시 30분경 전남 광양시 광양제철소 앞에 설치된 포스코 하청노동자 농성장에서 경찰관 6명이 사다리차 두 대를 타고 올라가 고공농성중이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머리를 경찰봉으로 내려쳐 주저앉힌뒤 지상으로 이동시켜 연행했다. 현재 김 사무처장은 순천의 성가롤로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조합원이 촬영한 영상을 살펴보면 경찰관 6명이 사다리 차 두 대를 나눠타고 고공농성중이던 김준영 사무처장에게 접근했고 김 사무처장은 농성장의 구조물 일부를 빼내 이를 휘둘러 경찰의 접근을 막았다. 방패와 경찰봉을 든 경찰들은 김 사무처장에게 바짝 다가가 경찰봉을 휘둘렀고 김 사무처장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농성자가 제압된 상황에서도 경찰은 곤봉을 몇 차례 계속 휘둘러 김 사무처장을 내려쳤다. 

▲경찰이 31일 포스코 하청노동자들의 고공농성장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곤봉(경찰봉)으로 농성자의 머리를 내리쳐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금속노련 제공

경찰이 노조 진압과정에서 '폭력 진압'의 상징인 경찰봉을 사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경찰청 물리력 사용 기준안'에 따르면 물리력을 사용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고 급박하지 않은 경우엔 대상자 설득과 안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이 새벽에 기습적으로 고공농성 진압을 진행하면서 대상자를 설득하는 과정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날 경찰은 같은 장소에서 농성중이던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의 머리를 땅에 짓눌러 엎드리게 한 뒤 뒷수갑을 채워 과잉진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관련기사 : 경찰 과잉 진압 논란, 금속노련 위원장 무릎꿇리고 뒷수갑 채워)

현장을 목격한 박용락 금속노련 상임부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경찰이 김 사무처장을 몽둥이로 내려친 순간 저항을 할 수 없이 풀썩 주저 앉았는데도 온 몸과 머리를 계속 내리쳤다"며 "도대체 왜 새벽에 기습적으로 쌍팔년도때처럼 폭력적으로 진압을 하는지 모르겠다. 제가 아닌 그 누군가가봐도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31일 포스코 하청노동자들의 고공농성장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저항하고 있는 모습. ⓒ금속노련 제공 영상 갈무리
▲경찰이 31일 포스코 하청노동자들의 고공농성장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곤봉으로 주저앉은 노동자를 내리치고 있다. ⓒ금속노련 제공 영상 갈무리

박 상임위원장은 "새벽 다섯시 반쯤 경찰 500명 정도가 철탑을 둘러싸고 사다리차를 진입시켰다"며 "우리는 포스코 하청노동자 조합원들과 금속노련 조합원을 합쳐 20명 정도가 있는 상황이었고, 김 사무처장은 구조물에 있던 막대기를 빼내 휘두르며 저항했다"고 했다. 이어 "우유통을 던지고 막대기를 휘둘렀지만 경찰의 방패나 곤봉 앞에서는 다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박 상임위원장은 "(김 사무처장의) 머리가 박살이 났다"고 표현했다. 이어 "정수리 위쪽이 크게 찢어져 피가 얼굴을 타고 흘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중요한 건 경찰이 김 사무처장을 연행한 뒤 경찰서에서 15분동안 회의를 하느라 피가 나는 사람을 방치했다는 것"이라며 "경찰 호송차량이 앞장서서 응급차가 병원으로 갈 때도 천천히 호송차량을 따라가야 했다.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처장은 광양경찰서로 연행된 뒤 순천의 성가롤로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김준영 사무처장은 이날 사측과의 교섭을 앞두고 지난 29일부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포스코 하청업체인 포운 노동자들은 지난해 4월 24일부터 임금교섭과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하면서 402일째 광양제철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 되자 김 사무처장은 철탑을 만들고 고공농성에 올랐다. 하지만 경찰은 교섭이 예정된 이날 새벽 고공농성자를 끌어내렸고 이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박 상임부위원장은 "사측(포운)은 오늘 10시에 교섭을 하자고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경찰이 기습적으로 폭력진압을 했다. 오늘 진정으로 교섭할 생각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며 "오늘 교섭도 하지 않을 작정으로 위에 지시가 있었을 것 같은 추측이 든다"고 주장했다.

노윤철 금속노련 조직실장도 "전날 경찰이 (오늘 교섭이 예정되어 있는데) '어떻게 진압을 할 수 있냐'고 말했다"며 "그런데 새벽 다섯시 반 쯤 갑자기 들이닥쳐 위에 혼자 있는 김 사무처장 머리를 두들겨 팼다"고 말했다.

당초 경찰관계자는 "수사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으나, 보도 후 농성자가 위협적으로 저항해 공격적인 진압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농성자가 무기를 들고 경찰의 접근을 저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검거 계획을 실행하는 당시 위에 올라가 있는 김 사무처장이 쇠막대기를 던지고 정글도를 휘둘렀다"며 "현장에서 불가피하게 경찰봉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양측 주장과 관련해 영상을 확인하면 농성자가 정글도를 이용해 경찰을 적극적으로 위협하려 휘두르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 철탑 구조물에서 빼낸 쇠막대기를 몇 차례 휘두르는 모습은 확인된다.

경찰봉을 휘둘러 머리에서 피가나는 등 폭력 진압이라는 노조 측의 주장에는 "폭력 진압도 과잉 진압도 아니라 법 집행"이라며 "현장에서 불법 농성장으로 교통의 큰 불편을 초래했고 정당한 법 집행을 하는데 경찰에게 격렬하게 저항을 했기 때문에 당시 현장을 제압했다"고 반박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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