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기 많았던 시절… 학습의 의미 일깨워준 친구[보고싶습니다]

2023. 5. 3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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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싶습니다 - 수창초등학교 친구 장문석

한자어에 근주자적 근묵자흑(近朱者赤 近墨者黑)이라는 말이 있다. 붉은 물감을 가까이하면 붉어지고 검은 물감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의미이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은 가까이 있는 사람에 의해서 운명도 바뀔 수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내 삶에 영향을 준 친구라면 단연코 초등학교 친구 장문석을 꼽을 수 있다. 문석이가 서울에서 대구로 전학을 왔던 1971년 봄, 4학년 어느 날 오후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필자가 다닌 수창초등학교는 1907년 개교한 지 116년이 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필자가 수업 시간에 뒷자리 친구랑 장난치다가 이승복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야단을 맞아 기분이 울적해 있었을 때인데, 선생님께서 문석이를 서울서 전학 온 친구라고 소개하면서 내 옆자리를 가리키며 “장문석, 이쪽 빈자리에 앉아라”라고 하셨다.

그 순간 나에겐 짝이 생겨났고 문석의 등장으로 인해 철부지 시절의 생활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공부 잘하는 문석이가 짝이 되면서 장난기 많은 소년은 자연스럽게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같은 반이었던 이동윤과 문석, 우리 3명은 자연스럽게 집을 오가면서 숙제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고백하건대, 문석이란 친구가 내게 준 영향이 적지 않았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생활하다 군에서 보내준 위탁교육으로 석·박사학위를 받고 국방대 교수 생활을 하다 전역한 후 회갑도 지난 지금까지 학문의 세계(국방부 산하 연구소)에서 발판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 마련에 어린 시절 문석의 영향이 컸다.

뒤돌아볼 때 초등학교 시절 서울서 전학 온 문석의 공부 방식은 달랐다. 문석은 시험문제에 단답식으로 답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아는 지식을 몽땅 적어넣음으로써 오히려 오답으로 처리되는 상황이 발생하곤 했다. 또한, 문석은 토론하는 것을 즐겨 했는데, 문석이와 어울리면서 표현력과 성적이 향상됐고 학년이 오르면서 개구쟁이는 반장으로 탈바꿈했다.

올곧은 문석이는 특히 입바른 말을 하기 좋아했는데, 청·장년이 돼서도 그가 들려주는 시사만평은 친구들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했다. 많은 책을 읽으면서 얻은 폭넓은 지식에다 신문을 통해 얻은 정보를 융합, 그만의 철학으로 승화시킨 후 하나씩 보따리를 풀어내면 그 누구도 엔간해서는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시각과 관점의 차이에 의해 필자가 반론을 제기하면 “감히 문석이에게 반론을…”이라면서 친구들은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만큼 문석의 말은 논리정연해 반론을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문석은 전교 1~2등만 진학한다는 금오공고에 진학했고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근무했다. 이후 국립 경북대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문석의 존재감은 초등학교 모임에 가면 확연하게 알 수 있는데, 수창초등학교에 불과 2년 반 정도밖에 다니지 않았음에도 초등학교 친구들에게 회자되는 것은 그의 향기와 자취가 남다르기에 친구들 뇌리에 깊게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방대에서 강의할 때면 장난기 많은 초등학생이던 나에게 공부의 개념을 심어주고 동기를 부여해 준 문석이가 떠올라 고마운 마음을 느끼곤 했다. 까까머리 초등학교 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때를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보고 싶은 친구야! 항상 건강하고 우리의 우정 변하지 말자.”

이준희 전 국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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