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서비스 80가지 쉽게 번역… “이주배경 아동 언어장벽 없애요”[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인지현 기자 2023. 5. 3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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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나고 자란 아동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바로 '언어장벽'이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안내문 등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각종 사회복지 서비스 관련 공문까지, 이주배경 아동들에게는 너무 멀고 어려운 존재다.

큰 종이에 복지서비스 중 중요한 것들을 위주로 적은 후 어떠한 것이 이주배경 아동에게 더 필요한지 토론하면서 하나씩 지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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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포천 무한돌봄희망센터‘쉬운 언어 번역가’ 프로젝트
이주·비이주배경 청소년 8명
언어차로 인한 차별사례 찾아
쉬운 말·영어로 안내책자 제작
행정센터 등 관내 50곳에 배포
“생활속 차별에 민감도 높아져”
경기 포천시 무한돌봄희망복지센터가 진행한 ‘쉬운 언어 번역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직접 작성한 ‘아동 의견서’를 들고 있는 모습. 의견서에는 이주배경 아동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정부가 각종 관공서 안내문 등을 쉬운 말로 작성해야 한다는 제안 등이 담겼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해외에서 나고 자란 아동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바로 ‘언어장벽’이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안내문 등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각종 사회복지 서비스 관련 공문까지, 이주배경 아동들에게는 너무 멀고 어려운 존재다. 특히 정부와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도 해당 아동들은 본인 또는 보호자의 서툰 한국어 실력 때문에 정보에서 배제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경기 포천시 무한돌봄희망복지센터가 지난해 6~12월 7개월 동안 진행한 ‘쉬운 언어 번역가’ 프로젝트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포천시 무한돌봄희망복지센터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아 실시한 쉬운 언어 번역가 프로젝트는 이주배경 가족을 위한 각종 안내와 서비스를 쉬운 말과 영어로 번역한 책자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특히 이주배경 및 비이주배경 아동·청소년들이 함께 주체가 돼 활동을 기획, 실행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역사회를 이끌어 갈 아이들 스스로 언어장벽에 대한 문제점을 느끼고 아동권리 관점에서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포천시 거주 중·고등학생 6명과 고등학교 과정에 있는 20세 이상 참여자 2명 등 총 8명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본격적인 번역 프로젝트 가동에 앞서 지난해 7월 첫 모임을 갖고 먼저 우리 주변에서 언어의 차이로 인해 생활 속 차별이 일어나거나 편견이 굳어지는 사례를 찾아봤다. 또 언어의 차이가 정보격차와 차별로 이어지는 각종 사례도 찾아보면서 ‘쉬운 말 쓰기’가 이주배경 아동들에게 갖는 의미를 되새겼다. 이어 8월, 아이들은 경기도에서 배포한 ‘2022 경기도 복지서비스’ 책자를 쉬운 말로 번역하는 활동에 나섰다. 큰 종이에 복지서비스 중 중요한 것들을 위주로 적은 후 어떠한 것이 이주배경 아동에게 더 필요한지 토론하면서 하나씩 지워나갔다. 그 결과 안전, 건강, 경제, 돌봄·보육, 교육, 주거, 문화·여가, 기타(고용 등) 등의 분야에서 이주배경 아동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 80여 가지를 선정했다. 그 후 쉬운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차근차근 거치고, 순화할 수 없는 일부 단어는 각주를 달아 보충했다. 2인 1조로 조를 이뤄, 각자 번역한 내용에 대해 교차 피드백도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쉬운 말 책자를 다시 영어로 번역할 때는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 결과 완성된 것이 ‘쉬운 말로 보는 복지서비스’ 책자. 프로젝트 활동 결과로 제작된 이 책자 2000부는 포천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사회복지기관 등 관내 기관 50곳 이상에 배포됐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동들은 이에서 그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사회복지기관장을 찾아다니며 의견서를 전달하는 시간도 가졌다. 12월에 이의 일환으로 포천시장, 포천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포천교육지원청, 포천시종합자원봉사센터, 포천시청 여성가족과 등을 대상으로 한 아동의견서 전달식이 진행됐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관인고 박수민(19) 학생은 “참여 전후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언어 장벽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생활 속 차별에 대해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무한돌봄희망복지센터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임혜지 씨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이들로부터 어려운 단어 사용이 누군가의 알 권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반응이 나왔다”며 “또 신청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에 불편함을 느끼는 아이들도 나오는 등 각종 사회문제를 인식하는 능력과 민감도가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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