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탈탄소' 유럽을 가다㊤]탄소 주범? 이제 넷제로 선봉

한재준 기자 2023. 5. 3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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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피닉스 공장, 순환자원 100%로 시멘트 생산…SCR 설비로 질소산화물도 최소화
아일랜드 브리든 공장, 제약회사 폐기물도 연료화…"친환경 위해 대체연료 바람직"
독일 베쿰에 위치한 피닉스 시멘트 공장.

(독일 베쿰·아일랜드 더블린=뉴스1) 한재준 기자 =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7%는 시멘트 산업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산업보다 시멘트 산업에 있어 탄소중립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독일의 중소도시 베쿰(Beckum)에 위치한 피닉스 시멘트 공장은 겉보기엔 여느 중소 시멘트 공장과 다를 바 없지만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시멘트 산업의 미래를 앞장서 개척하고 있다.

원뿔 모양 지붕의 유연탄 저장고는 더이상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다. 유연탄은 '과거의 연료'가 된 지 오래다. 대신 공장 내에 새로운 저장시설이 자리 잡았다. 잘게 분쇄된 가정·상업용 폐합성수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방문한 피닉스 공장의 엔지니어인 토어스턴 코츠워(Thorsten Kotzur)씨가 가장 먼저 소개해준 곳은 700톤의 폐합성수지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고다.

저장고 문을 열자 매캐한 석탄 냄새 대신 악취가 코를 찔렀다. 코츠워씨는 이 냄새를 '야생의 냄새'(smell of the wild)라고 표현했다. 업계에서는 이 악취를 '돈 냄새'라고도 부른다. 폐합성수지가 과거의 유연탄을 대신해 시멘트 제조 공정의 연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피닉스 공장 설비를 공급한 폴리시우스사에 따르면 대체연료 가격은 킬로줄(kJ)당 유연탄 가격의 30~60% 수준으로 저렴하다.

피닉스 공장은 순환자원 100%로 연간 약 50만톤의 시멘트를 제조하고 있다. 지난 1946년 공장 문을 연 이후 유연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다가 25년 전 폐합성수지 저장고를 짓고 순환자원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 2015년 기준 1990년 대비 18%의 온실가스 저감에 성공했다.

피닉스 시멘트 공장의 폐합성수지 저장고

잘게 분쇄된 폐합성수지는 소성로(Kiln, 킬른) 가동에 쓰인다. 소성로는 석회석과 점토, 규석, 철광석을 1450도의 고온에서 가열해 시멘트의 제품화 전 단계인 클링커(Clinker)를 생산하는 설비다. 피닉스 공장에선 소성로 가동에만 연간 2만5000톤의 폐합성수지를 사용하고 있다. 시간당 2.5톤의 폐합성수지가 저장고에서 소성로로 이동한다.

다만 폐합성수지에는 수분과 불순물이 있어 유연탄만큼 고른 효율을 내기는 어렵다. 보통 5~20% 정도의 효율 변동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피닉스 공장은 7개사로부터 공급 받는 폐합성수지 연료 효율을 균일화하기 위한 공정을 거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고 효율 변동이 심하면 수거하는 깐깐한 작업도 거친다.

피닉스 공장은 폐합성수지 외에 동물 사체와 폐기름도 대체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소성로뿐만 아니라 예열 설비에 있는 하소로(Calciner)에도 연간 4만톤의 순환자원을 이용한다. 소성로와 하소로에 사용되는 순환자원은 연간 총 6만5000톤에 달한다.

독일 베쿰에 위치한 피닉스 시멘트 공장의 회전식 소성로가 가동되고 있다.

티센크루프 그룹 계열사인 폴리시우스사 설비를 사용하는 독일 시멘트 공장 중 대체연료 사용률이 100%인 곳은 피닉스 공장을 비롯해 두 곳이다. 대체연료 사용률이 90~95%인 공장도 상당수다.

피닉스 공장이 순환자원 사용률 10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안심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순환자원을 연료로 사용하더라도 질소산화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피닉스 공장은 선택적촉매환원설비(SCR)를 갖춰 질소산화물을 최소화하고 있다. 코츠워씨는 공장 배출구에서 나오는 먼지가 1mg/㎥로 기준치 이하라고 설명했다.

피닉스 공장은 순환자원을 포함한 대체연료 비율이 바뀔 때마다 지역사회와 타운홀 미팅을 연다. 지역 주민들이 온라인 상으로 공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갖췄다.

더블린 외곽에 있는 브리든 시멘트 공장 전경.

대체연료를 활용한 시멘트 제조에 힘을 쏟는 곳은 이곳 뿐만 아니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외곽에 있는 브리든사의 시멘트 공장도 시멘트의 미래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브리든 공장은 2030년까지 30%의 탄소를 저감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대체연료 사용률 77%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3일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대체연료 사용률은 소성로 55%, 하소로 100%로였다.

브리든 공장은 지난 2002년 가동을 시작한 신생 공장이지만 2006년부터 대체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동물 사체를 연료로 사용했다가 2009년부터 폐합성수지 등 순환자원을 연료로 투입했다. 2012년부터는 제약회사에서 나오는 재활용 불가능한 액체 폐기물도 활용하고 있다. 브리든 공장 지속가능 분야 담당자인 톰 맥 매너스씨(Tom Mc manus)는 "탄소를 줄이고 친환경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체연료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도 순환자원을 활용한 시멘트 제조가 처음부터 환영 받았던 건 아니다. 주거지로부터 2㎞ 떨어진 공장에서 폐기물을 태워 설비를 가동한다는 것이 인근 주민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공정이기 때문이다.

배리 맥러플린 브리든 시멘트 공장 기술팀장이 중앙통제실에서 공장 가동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브리든사는 순환자원 도입 1년 전인 2005년부터 지역 주민에게 안전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수차례 마련했다. 지금도 외부 단체에서 환경 기준 준수 여부를 심사하도록 공장을 개방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은 지역 주민을 위한 기금으로 내놓는다.

브리든 공장 관계자는 "지난 수십년간 순환자원으로 만든 시멘트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모니터링 결과 기존 시멘트와 동일하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아일랜드 내 매립지 포화 압력으로 폐기물은 매립을 통한 처리보다 시멘트 공장의 대체연료로 사용될 것이다. 연간 약 35만톤의 순환자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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