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출관 문 열린 데이터 확인안돼… “다솔아, 어디있니?”[Science]

노성열 기자 2023. 5. 3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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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ience - 누리호 탑재 초소형 인공위성 ‘도요샛 3호기’ 분리 실패 추정
과기정통부 공식적으로 발표
“3단 가속도 측정값도 미확인
해외 발사체에서도 종종 발생”
져스텍의 ‘JAC’도 오리무중
전세계 지상국 네트워크서도
아직 행방에 대한 제보 없어
그래픽 = 송재우 기자

“다솔아, 살아 있니? JAC도 집으로 연락해주렴!”

누리호 3차 발사의 성공적인 완료에도 불구하고 탑재된 초소형 큐브(cube) 인공위성 2기(機)의 생존이 일주일째 확인되지 않아 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인공위성을 궤도까지 날라다 주는 누리호 발사체의 ‘우주 교통기관’ 성능, 주(主)탑재인공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의 목표 궤도 안착과 가동, 그리고 부(副)탑재인공위성 7기 가운데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의 도요샛 3기와 산업체 튜브위성 2기까지 정상 궤도 진입과 작동을 확인했으니 99% 목표를 달성한 셈이지만 살짝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31일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도요샛 3호는 아예 누리호로부터 분리하는 데 실패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과기정통부는 전날 발표한 ‘누리호 3차 발사 중간분석 결과’에서 “도요샛 3호는 사출관 문 개폐와 3단의 가속도 측정값이 확인되지 않는 등 사출이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식 인정했다. 큐브위성은 어뢰처럼 사출관에서 튀어나오며 우주로 쏘아지는데, 사출관 문이 열린 데이터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3단 로켓도 큐브위성이 사출될 때 그 충격에 의해 살짝 속도가 변하는데, 그 데이터 역시 확인되지 않아 결국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승객’이 된 셈이다.

3단 로켓의 경우 임무를 다하면 목표 궤도 근처에서 지구를 회전하게 되는데, 다솔은 누리호와 한 몸이 된 채 함께 외롭게 돌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위성 신호가 아직 수신되지 않는 져스텍의 큐브위성 ‘JAC’도 생존 여부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아직 속단은 할 수 없다. 실제로 누리호 2차 발사 당시 실렸던 큐브위성 4기 중 연세대 ‘미먼’은 사출 48일 만에 신호를 받는 데 극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

정부는 도요샛 3호기 ‘다솔’이 누리호로부터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한 데 이어, 향후 1∼2달간 위성 전문가와 원격수신정보 상세분석에 착수하는 등 정확한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조선학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해외 발사체에서도 발사 과정에서 다양한 극한 환경에 노출되는 등 특성상 큐브위성이 사출되지 않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다솔이 누리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정황은 발사 당일에도 나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주탑재위성과 달리 큐브위성들은 누리호와 전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사출관 개폐 정보만 받는데, 당일 명확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3호기 사출 장소가 누리호 3단에 장착된 카메라의 사각지대여서 영상 자료도 확보하지 못했다. 천문연은 위성 신호 정보를 공유하면 전 세계 지상국 네트워크에서 자발적으로 신호 수신을 확인해주는 사이트인 ‘새트노그스(SatNOGS)’에 도요샛의 신호 주파수를 올려놓았지만, 다솔의 행방에 대한 제보는 아직 없는 상태다.

큐브위성은 가로·세로·높이 각 10㎝의 대형 주사위 크기를 1U라고 부른다. 천문연의 도요샛은 6U 크기, 무게 10㎏의 큐브위성 4기로 구성된 군집(群集)위성으로, 도요새(snipe)와 위성(satellite)의 합성어다. 그래서 1호기 ‘가람’, 2호기 ‘나래’, 3호기 ‘다솔’, 4호기 ‘라온’이란 귀여운 이름이 붙어 있다. 이들은 1년의 임무 기간 동안 근(近)지구 우주날씨의 시공간적 변화를 동시 관측하는 게 목표다. 특히 4기의 위성이 큐브위성 최초로 종대와 횡대로 대형을 바꿔가며 편대 비행을 할 예정이었다. 천문연 측은 최악의 경우 3기의 도요샛만으로도 임무 수행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천문연 관계자는 “최소한 2기만 있어도 이론적으로는 편대 비행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3기 정도로도 임무의 80∼90% 수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간 업체의 큐브위성 3기 중 져스텍의 ‘JAC’는 사출 자체는 확인됐지만 아직 ‘생존’ 신호가 수신되지 않았다. JAC는 지구관측 광학 탑재체(4m급)를 싣고 6개월간 지구를 돌 예정이었다. 도요샛 3호기와 JAC, 이들 2기의 실종에도 불구하고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이번 3차 발사를 ‘성공’이라고 정의했다. 무엇보다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진짜 인공위성을 태우고 ‘고객’을 원하던 자리에 제대로 내려줬고, 주된 고객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도 아무 문제 없이 목표궤도에서 예정된 임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7기의 부탑재위성은 누리호의 수용 공간에 여유가 남아 공모를 통해 모집한 무료 ‘서비스 승객’이다. 누리호는 최대 1.5t의 화물을 싣고 지상 600∼800㎞까지 올려주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주탑재위성의 무게는 180㎏에 불과하다. 나머지 큐브위성들도 모두 각 3.2∼10㎏의 경량급인 데다, 목표궤도 역시 550㎞로 낮아 누리호의 힘이 남아돌았다. 3호기가 실종된 도요샛 군집위성의 제작소인 천문연은 원래 국외 발사를 준비 중이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려워지자 누리호 탑승으로 변경했었다.

민간 우주기업 역량 극대화… 2025년부터 3년간 4·5·6차 발사

■ 한국의 미래 우주 도전과제

강력한 성능 차세대발사체로
2031년 달착륙선 발사 예정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세 차례 1∼3차 발사를 무사히 마쳤다. 이후 대한민국의 우주 도전과제는 무엇이 될까. 크게 보아 3가지로 요약된다.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민간 이양)과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누리호 다음 로켓), 그리고 이 차세대발사체를 이용한 달착륙선 발사다.

우선, 3차 발사에서 시작된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통해 민간 우주기업의 역량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세 차례 4∼6차 누리호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동일한 발사체이지만 국가 주도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발사체 제조·조립은 물론, 발사 운용의 기술까지 이전될 전망이다. 21세기 우주 선진국에서 진행 중인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누리호 4차 발사 때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국내 산업체 부품 검증을 위한 큐브위성, 큐브위성경진대회에서 선정된 위성을 탑재할 계획이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기업에서 자체 개발한 소자·감지기 등을 탑재할 수 있는 플랫폼 위성을 개발, 제공해 국내 산업계의 기술 경쟁력 향상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누리호 이후 우리나라의 확장된 우주비행 능력을 감당할 차세대발사체가 개발된다. 현재 75t 주엔진 4개를 묶은 1단 로켓보다 훨씬 성능이 향상된 100t급 메인 액체엔진 5개를 클러스터링한 1단 로켓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더욱이 가운데 엔진 1개를 두고 4개의 엔진이 둘러싼 1단부의 아랫부분 설계는 발사 후 다시 회수해 재활용하는 재발사 능력 개발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향후 재사용 발사체로의 개량이 용이하도록 엔진에 재점화, 추력조절 기술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차세대발사체는 한번 점화한 연료의 배기가스를 그냥 버리지 않고 리사이클링해 연소력을 높이는 다단연소사이클 방식의 2단형으로 구성된다. 이 같은 강력한 성능을 갖춘 차세대발사체를 이용해 현재 1.5t급으로 계획 중인 달착륙선을 2031년부터 발사할 예정이다. 1차 발사는 달 궤도 투입성능검증위성, 2차 발사는 달착륙선 기본 비행모형, 3차 발사는 달착륙선 최종모형 순으로 진행된다.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은 개발기간 10년(2023∼2032년)에 총 사업비 2조132억4000만 원이 드는 대형 사업으로 지난해 11월 30일 예산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차세대발사체 개발은 기존 발사체 개발 과정과 달리,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초설계부터 공동 참여하도록 해 발사체 설계 역량을 갖춘 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차세대발사체는 향후 누리호로 발사하지 못하는 달착륙선을 비롯, 화성 등 우주탐사 수요, 대형위성 발사 수요에 대응해 해외발사체에 의존하던 국가 발사 수요를 국내 발사체로 대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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