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교사의 마음이 무너질 때

고성한 홍성 은하초 교사 2023. 5. 3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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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아이들의 얽히고설킨 문제를 풀어 주고, 무너진 감정도 회복시켜준다.

그런데 교사도 사람이라, 종종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다.

그 응원 덕분에, 조금은 아이들 앞에 편안한 마음으로 설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아이들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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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한 홍성 은하초 교사

교사는 아이들의 얽히고설킨 문제를 풀어 주고, 무너진 감정도 회복시켜준다. 그런데 교사도 사람이라, 종종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다. 그럴 땐 누가 교사의 마음을 다독여줄까. 문득, 이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학기 말에, 아이들이 각자 담임 교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진아와 대현이가 쉬는 시간에 선생님 욕을 자주 합니다."

수업 태도도 바르고 깍듯한 진아와 대현이가 내 욕을 한다고? 모범적인 두 아이가, 담임인 내 욕을 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진아와 대현이가 평소처럼 활짝 웃으며 내게 인사를 했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두 아이를 따로 불렀다. 아이들이 본인의 잘못을 담담하게 인정했지만, 이내 슬픔이 밀려왔다. 괜찮은 척 해봤지만 그때뿐이었다. 깊은 한숨을 쉬는 내게 동료가 말했다.

"선생님, 속상하시죠?"

"모범적이라고 칭찬했던 아이들이 제 욕을 하고 다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제 학급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진 않았을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일관적으로 학급 운영을 하시잖아요. 또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요. 제가 선생님 학급 학생이라면 안정감이 들고, 좋았을 거예요. 선생님 학급 아이들 대부분도 저처럼 생각할걸요?"

동료가 묵직하게 건넨 위로와 격려가 마음속에 깊이 와닿았다. 그 응원 덕분에, 조금은 아이들 앞에 편안한 마음으로 설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반 대다수 아이도 나를 묵묵하게 지지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아이들 앞에서도 이전처럼 자신 있게 행동할 수 있었다.

어른이 된 우리도 종종 마음이 흔들린다. 그럴 때 주위를 둘러보면, 진심으로 우리 마음을 이해해주고 지지해 줄 수 있는 동료가 있다.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갸우뚱거리다가도 이내 중심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아이들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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