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개도국의 생물을 어떻게 착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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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집트의 휴양도시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가 처음으로 공식 의제로 채택돼, 선진국을 중심으로 별도의 기금을 설치하자는 합의가 나왔다.
지난해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직후에 중국 쿤밍에서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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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방글라데시 연구팀 “생물다양성 ‘손실과 피해’도 선진국이 부담해야”
지난해 이집트의 휴양도시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가 처음으로 공식 의제로 채택돼, 선진국을 중심으로 별도의 기금을 설치하자는 합의가 나왔다.
그동안 국제 기후협상에서 손실과 피해는 기상이변이나 해수면 상승 같은 자연의 변화로 인한 결과를 의미했다. 역사적으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선진국이 개도국이 기후변화로 겪는 피해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선언적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도 있지만, ‘오염자 부담의 원칙’에 기반을 둬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첫 시도여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영국 국제환경개발원(IIED)의 딜리스 로 수석연구원을 비롯한 영국과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구성된 국제연구팀은 29일(현지시각) 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에서 훼손된 생물다양성도 손실과 피해로 간주해 선진국이 개도국에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부유한 국가의 탄소 배출은 기후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부유한 국가의 소비는 개도국의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018년 영국의 농작물∙가축∙목재 관련 소비는 3만5977ha(축구장 4만3000개) 이상의 열대 삼림벌채와 관련이 있다”며 선진국의 소비가 개도국의 생물다양성 훼손을 발 딛고 선 것임을 지적했다. 서아프리카 해안에 진출한 유럽연합 대형어선이 어종과 자원을 고갈시켜 토착 어업의 붕괴로 이어진 것도 비슷한 사례다. 이는 지역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면서 빈곤과 실업, 젊은이들의 이주 같은 경제∙사회적 현상을 수반했다.
연구팀은 가난한 나라는 경제개발 기회와 외국인 투자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며,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양자관계로는 생물다양성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이후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이 저소득 국가에 적용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기회로 글로벌 광업∙농업∙임업 기업이 개도국의 천연자원을 대규모로 착취했다고도 했다.
지난해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직후에 중국 쿤밍에서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열렸다. 참가국들은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에서 2030년까지 육상 및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2050년까지 모든 생물종의 멸종 비율과 멸종 위험을 10분의 1로 줄인다는 야심 찬 목표에 합의했다. 동시에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고 이를 되돌리려는 기금 설립안도 통과됐다.
기후변화에서 오염자 부담 원칙이 적용된다면, 생물다양성에 관해선 소비자 부담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게 딜리스 로의 견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보상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 아직 불투명하지만, 생물다양성 손실과 관련된 피해 역시 일부 자금을 할당해 복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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