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과 욕설 앞세우는 ‘유사 디지털 이웃’, 현실 모습은 어떨까?

한겨레 2023. 5. 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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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은 누구일까? 하루 종일 디지털 세계에 접속해 있다 보면 진짜 나는 누구이고 내 이웃은 누구인지 식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네이버 뉴스를 보다 만나는 익숙한 댓글 아이디는 나의 이웃일까? 온라인에서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아이디는 나의 이웃일까? 세대 불문하고 정체성과 삶의 방식에 있어서 디지털 세계가 중요해졌지만, 막상 '디지털 이웃'은 누구인지 생각할 겨를 없이 도구적 이용을 하는 건 아닌지 뒤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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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최선영의 미디어전망대]
 게티이미지뱅크

내 이웃은 누구일까? 하루 종일 디지털 세계에 접속해 있다 보면 진짜 나는 누구이고 내 이웃은 누구인지 식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네이버 뉴스를 보다 만나는 익숙한 댓글 아이디는 나의 이웃일까? 온라인에서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아이디는 나의 이웃일까? 세대 불문하고 정체성과 삶의 방식에 있어서 디지털 세계가 중요해졌지만, 막상 ‘디지털 이웃’은 누구인지 생각할 겨를 없이 도구적 이용을 하는 건 아닌지 뒤돌아보게 된다. 옆집 사람과 인사 나눌 때 대뜸 반말을 하거나 욕을 하며 인사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세계에서는 초면에 막말과 반말, 욕설하기 일쑤다. 그래서 디지털 아이디는 내 이웃일 리 없고, ‘나 자신’일 리도 없다고 손사래 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실재하는 나와 디지털의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 그럴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과 “대면”이라는 온·오프라인 이분법은 더는 의미가 없어졌다. 디지털 이웃과 어떻게 관계 맺기를 해야 하는지 우리 대부분 제대로 교육받은 경험이 없다. 디지털 세계에서의 거주와 교류에 혼란을 느끼는 이유일 것이다.

지난 29일 교황청 커뮤니케이션 부서가 공개한 발표문 <현존을 향하여 : 소셜미디어 참여에 대한 사목적 성찰>은 쉽게 풀어쓴 ‘디지털 이웃과의 만남’ 종합안내서다. 스무쪽 분량으로 총 82개의 구체적 제안을 이야기로 풀고 있는데, 소셜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 좋다. 이 발표문은 소셜미디어에서의 만남이 인간과 사회생활을 통합한 “인생”을 말하는 진정한 존재들로 연결될 필요가 있음을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야 할 함정, 진정한 만남, 분열된 세상에서 창의적 만남의 공동체 구축 등은 어떠해야 하는지 차분히 제시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소통의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나침반 역할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우리의 의사소통은 단순히 “전략”이 아니라 우리의 영혼과 몸, 마음, 신체와 소통하는 것으로 이해하라고 권유한다.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선 먼저 우리 스스로 진실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지를 꼭 확인해야 함을 강조한다. 콘텐츠를 만들 때나 공유할 때 늘 출처를 확인하고 이웃에게 도움이 되고, 해를 끼치지 않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또, 거짓말과 거짓 정보는 디지털 이웃과 공동체 일원임을 인식하는 것에 대한 이기적인 거부라고 일갈한다. 거짓 정보와 거짓말은 타인에게 우리 자신을 기꺼이 내어 주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며, 이는 우리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잃는 것이기에 디지털 이웃과의 친교는 “진실을 지킬 의무”로부터 비롯됨을 상기시킨다.

오늘도 네이버 뉴스 댓글 창에 익숙한 아이디의 활동이 눈에 보인다. 출근길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 네이버는 “인상 깊은 댓글을 우연히 접했다면 팔로우 설정을 통해 그 이용자가 작성한 글을 편리하게 보라”고 권유하고 있지만 디지털 이웃을 맺고 싶을 만큼 다정하고 사려 깊은 메시지를 쓰는 아이디는 거의 없어서 관계 맺기는 꺼려진다. 잘못된 정보, 폭력, 막말, 욕설이 뒤섞인 메시지를 연일 올리는 친숙한 유사 디지털 이웃을 현실 세계에서 만나면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하다.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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