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장관 “노동개혁 불편하다고 안 하면 미래 없어… 노사 상생 나서야” [세계초대석]
실제 근로시간 줄이기 위한 제도 개편
추진과정서 국민에 충분한 믿음 못 줘
설문조사 바탕 실효성 있는 방안 강구
법치주의 근간 바로서야
‘노란봉투법’ 투쟁적 관계 조장 가능성
시위·집회도 법 지켜야 권리 보장받아
노사관계 근간 87년 체제 극복이 과제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후 노동개혁이 주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근로시간 개편은 주 40시간제(8시간씩 주 5일 근무)를 현장에 안착시켜 실근로시간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추진 과정에서 국민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충분한 믿음을 드리지 못했다. 주 52시간제 이전의 장시간 근로로 회귀하는 건 아닌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근로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있었다. 분명한 것은 현행 근로시간 제도가 모든 산업과 직종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면서 포괄임금 오·남용과 같은 편법을 낳고 불신과 체념을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다양한 업종과 직종, 근로자와 기업의 수요를 고려했을 때 현재의 획일적이고 경직된 근로시간 제도는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고, 유연한 근로시간 운영이 필요한 근로자, 사용자가 선택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보완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
―의견수렴 결과에 따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도 있나.
“법치가 모든 것의 기본이자 뼈대라면, 노사자치는 근육이다. 법치라는 뼈대 없이는 노동시장이 바로 설 수 없다는 것이 법치주의의 근간이다. 임금체불이나 공짜야근, 직장 내 괴롭힘, 고용세습과 같은 법이 지켜지지 않아 생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노동시장의 약자다. 기존의 법만 제대로 지켜져도 더 좋은 노동조건에서 일할 수 있지만, 노사를 막론하고 관행이란 이름으로 방기해 온 것이 사실이다. 더 나아가 이런 불법 부당행위는 노동시장의 상호불신으로 이어져 법과 제도 개선을 어렵게 한다.”
―최근 노동계 집회·시위와 관련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대기업 노사의 이익 추가, 생산성 격차, 불공정 거래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기인한 것으로 법 조항 몇 개를 바꿔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번 개정안은 현장에 미칠 영향이나 적합성이 면밀히 검토되지 못했다. (개정안에서처럼) 사용자의 범위를 추상적 개념으로 확대하게 되면 원청은 교섭의 대상과 범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증가할 수 있다. 또 쟁의행위의 범위를 확대하고 손해배상 청구까지 제한할 경우 노사관계가 실력행사에 의존하는 투쟁적 관계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손해배상 소송은 특정 노조에 집중돼 있고, 그 원인이 위력에 의한 사업장 점거인 현실에서 결국 기존 노조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미조직 근로자 보호에는 취약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정부 노동정책이 노동인권감수성과 거리가 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자살로 노동계와의 갈등도 격화되는 양상이다.
“노동개혁은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뿐 아니라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을 위한 과제다. 노조가 만들려는 세상도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도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면 사회적 대화라는 틀에서 양보와 타협을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불법부당한 행위는 양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투명한 회계를 운영하는 것은 국고를 지원받는 기관으로서 당연한 책무다. 기부금의 세액공제를 받는 기관 중 회계공시 의무가 부여되지 않은 곳은 노조가 유일하다.”
―현재 노동개혁은 노사정 대화가 원활하지 못해 정부 주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조직 근로자나 노동 약자의 권익을 위해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이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중앙 단위에서는 경사노위 내 의제별, 계층별 위원회를 운영해 미조직 근로자들이 권익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지원할 것이다. 업종과 지역 단위에서도 미조직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지역노사민정협의회에 다양한 형태의 참여를 확대하겠다. 그동안 양대노총이 독점적으로 참여해 온 각종 정부위원회에도 청년과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 등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게 개선할 계획이다.”
●1961년 충북 제천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 경영학 석·박사 ●한국노총 기획조정국장·정책연구실 연구위원 ●노사관계개혁위 전문위원 ●노사정위 전문위원·근로자위원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건설교통부 장관정책보좌관 ●고용부 경기지방노동위 상임위원 ●한국노총 사무1처장·정책본부장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경사노위 세대간상생위 근로자위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사무처장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한국기술교육대 인력개발학 초빙교수 ●제9대 고용부 장관(現)
대담=이우승 사회부장, 정리=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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