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I 대부’ 제프리 힌튼이 선택한 오픈AI 대항마 ‘코히어’… 에이단 고메즈 CEO “LLM 정확도, 세계 최고 수준”
스탠퍼드대 연구결과 정확도는 오픈AI과 동일… 공정성은 오픈AI보다 앞서
“기업 데이터 80~90% 활용 못해… AI 서비스로 돈·인력 낭비 막을 수 있어”
각국에 특화된 AI 모델 개발될 것… 캐나다, AI 연구 중심으로
“네카오와 협업 가능성 논의한 적도 있어”
인공지능(AI) 학습의 근간이 되는 ‘딥러닝’ 개념을 고안한 ‘AI 대부’ 제프리 힌튼은 지난달 “AI의 위험성을 알리겠다”라며 구글에 사표를 냈다. 힌튼은 캐나다 토론토대 컴퓨터과학 교수 시절 창업한 AI업체 DNN리서치가 2013년 인수되면서 구글 부사장으로 연구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금껏 연구해 온 것을 후회한다. 구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지 않고 AI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떠났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컴퓨팅 분야의 노벨상인 ‘튜링상’ 수상자인 힌튼이 빅테크의 AI 독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힌튼은 앞서 1980년대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 미국의 AI 학계가 국방부에서 연구비를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캐나다 토론토대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미국 스타트업 정보업체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힌튼 박사가 직접 투자한 스타트업은 무인트럭 AI 스타트업 와비, AI 헬스 스타트업 시그널1, 그리고 거대 언어 모델(LLM)을 개발하는 AI 스타트업 코히어 총 3곳이다. 이 중 오픈AI처럼 IT 업체가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AI 모델을 제공할 수 있는 건 코히어뿐이다. 최근 코히어가 오픈AI나 구글에 대항할 수 있는, 힌튼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AI 스타트업으로 뜨고 있는 배경이다.
GPT-4처럼 각종 AI 서비스를 위한 원재료가 되는 AI LLM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오픈AI, 앤트로픽, 스테빌리티 AI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열 곳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리는 우리 코히어 팀의 오랜 멘토이자 친구, 조언자이다. 그는 현재도 여전히 우리를 지지하고 있으며, 우린 그가 초기 투자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에이단 고메즈 코히어 공동창엄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부터 조선비즈와의 화상 및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히어의 기업가치는 20억달러(올해 5월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고객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등 다수의 글로벌 업체가 코히어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히어는 자사 LLM을 기반으로 기업이 AI 서비스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응용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한다. AI를 잘 모르는 기업도 API를 활용해 기업 내 각종 AI 검색 기능을 도입하거나 AI 챗봇을 개발할 수 있다. 예컨대 스포티파이는 이용자가 앱에서 원하는 음악을 AI를 활용해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코히어와 함께 검색 기능을 만들고 있다. 텍스트 기반 생성형 AI 스타트업 재스퍼는 이용자에게 AI로 제품 설명란과 광고문구를 생성하는 서비스를 코히어와 함께 제공하고 있다.
코히어가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구글 등 빅테크에서 퇴사한 S급 AI 인재들이 몰린다는 점이다. 고메즈 CEO는 “AI는 매우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분야인데, 전 세계에서 AI 언어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이 300명이라고 가정한다면 그중 50명은 코히어에 있다”라며 “공동창업자인 닉 프로스트는 제프리 힌튼의 토론토 구글브레인 연구실 내 첫 번째 직원으로, 그곳에서 3년이나 연구를 진행했다. 회사의 주요 인력은 모두 딥마인드, 유튜브,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의 출신이다”라고 했다.
고메즈 CEO 역시 캐나다 토론토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구글브레인에서 인턴·학생연구원으로 약 3년간 근무하면서 오늘날 챗GPT와 구글 바드의 학술적 근간이 된 논문 ‘어텐션 기법만 있으면 돼(Attention is all you need)’를 공동 저술했다. 그는 “빅테크에서 계속 일할 수도 있었으나 더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실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AI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창업을 결정했다”라며 “빅테크에서 유사한 갈증을 느낀 다수 인재가 코히어에 있다”라고 했다.
코히어는 인력뿐 아니라 기술력 역시 오픈AI 등 경쟁사와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고메즈 CEO는 “코히어의 LLM은 타사 대비 가장 높은 정확도를 확보했다”라며 미국 스탠퍼드대의 연구결과를 언급했다. 스탠퍼드 파운데이션 모델 리서치 센터(CRFM)가 지난 3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히어는 오픈AI, 구글 등 15개 업체와 비교했을 때, AI가 서로 다른 글자를 얼마나 정확하게 일치시키는지를 의미하는 정확도에서 오픈AI와 함께 가장 높은 점수인 0.93점을 기록했다. AI가 성별, 인종 등을 차별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공정성 요소에선 코히어의 코멘드 베타 AI 모델이 0.93점으로 오픈AI의 텍스트-다비치-002 AI 모델(0.922점)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그는 대중의 관심을 얻기 위해 챗GPT처럼 별도의 “화려한” 무료 데모 버전을 공개하지 않고 바로 B2B 시장에 뛰어든 점 역시 코히어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오픈AI는 지난해 챗GPT를 대중에 선보였으나 B2B 상품인 ‘챗GPT API’와 음성인식 기능 ‘위스퍼’는 올해 3월에서야 내놓았다. 반면 코히어의 경우 기업이 실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 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2021년부터 내놓았다.
고메즈 CEO는 “기업 데이터의 80~90%는 조직화하지 않은 상태로 다수 기업은 이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정작 활용하지 못한다”라며 “이들이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AI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들 기업이 노동집약적인 업무에 돈과 인력을 낭비하는 것을 도울 수 있으며 이는 큰 시장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고메즈 CEO는 생성형 AI가 지금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나, 점차 각국에 특화된 AI 모델이 개발될 것이라고 했다. 그가 거주하는 캐나다가 대표적이다. 그는 “토론토대, 맥길대, 워털루대 등 주요 대학이 있는 캐나다 역시 AI 인재 유치에 용이해 AI 연구의 중심이 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수천만명 정도가 활발하게 사용하는 언어의 경우 충분히 생성형 AI 모델을 만들 수 있기에 각국의 IT 기업이 자신의 문화 등을 반영해 고도화된 AI를 개발할 것이다”라며 IT가 발달한 한국도 이러한 생성형 AI 개발에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실제 AI를 개발 중인 네이버와 카카오와도 코히어는 협업 가능성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대화를 진행한 바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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