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술 너무 많이 마신다" 꾸중에 큰아버지 무참히 살해

노경민 기자 2023. 5. 31.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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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23일 오후 7시께 부산 한 주택 거실에서 큰아버지 B씨(75)와 술을 마시던 조카 A씨(38)는 B씨로부터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냐"고 꾸중을 듣자 주먹을 휘둘렀다.

A씨는 주먹과 발로 B씨의 신체 전반을 때렸고, 이러한 무차별적인 폭행은 2시간가량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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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질환으로 치료
재판부 "어눌한 발음으로 심신장애 주장하나 범행 당시 태도와 달라"
ⓒ News1 DB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2019년 1월23일 오후 7시께 부산 한 주택 거실에서 큰아버지 B씨(75)와 술을 마시던 조카 A씨(38)는 B씨로부터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냐"고 꾸중을 듣자 주먹을 휘둘렀다.

A씨는 주먹과 발로 B씨의 신체 전반을 때렸고, 이러한 무차별적인 폭행은 2시간가량 이어졌다. B씨가 피를 흘린 채 쓰러졌지만 A씨는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집에서 빠져 나갔다.

A씨는 11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큰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같다"고 신고했지만, 이미 B씨가 다발성 골절 등으로 인해 숨진 뒤였다.

그의 패륜적 범죄의 배경에는 이들 간 악연이 자리잡고 있었다.

범행으로부터 4년 전 A씨가 담을 넘어 B씨의 집 안에 침입하는 일이 있었다. A씨는 B씨의 집에 들어가 스킨로션을 마시고 벌거벗은 채로 온몸에 스킨로션을 바르는 기이한 행동을 벌였다.

이때부터 둘의 사이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2년 뒤에는 A씨가 밥을 얻어먹기 위해 B씨의 집을 찾았는데, B씨가 욕을 하며 A씨를 쫓아낸 일로 사이가 더욱 나빠졌다.

조사 결과 A씨는 평소 정신 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보호관찰관과의 면담에서 "내가 재림 예수이고 십자가에 못 박힌 자국이 있다"며 "일부러 인간의 고통을 맛보고 있다. 그래야 지옥을 만든다"라는 황당한 말을 내뱉기도 했다.

A씨는 재판에서 살인에 고의가 없었고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가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부산역으로 도주했는데, 택시비를 낼 돈이 없어 기사에게 전화번호를 건네 다음에 결제하겠다고 부탁하는 등 심신장애의 사람이 할 만한 행동이 아니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그는 2018년 8월 오토바이 절도 혐의로 경찰관에게 신분증을 제시받자 다른 사람의 장애인 복지카드를 마치 자신 것인 양 건네며 신분을 속인 적도 있었다. 심지어 예전에 자신을 버렸던 어머니를 폭행하고 감금하기도 했다.

또 A씨는 과거에 여러 차례 폭행, 강제추행 등으로 재판을 받을 때면 심신장애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행동이 A씨가 정신적 증상으로 형사책임이 감면될 수 있음을 잘 인식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신체가 온전하지 못한 노인에게 흉기나 다름없는 주먹과 발로 치명적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유형력의 행사가 반복적으로 이뤄졌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며 "피고인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법정에서 다소 어눌한 발음과 동작을 통해 심신장애 상태인 점을 보여주고 있지만, 살인 직후에 도주하면서 보인 태도와 지나치게 대조적이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우발적으로 살인이 벌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모두 기각됐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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