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은은한 꿀향에 또 한잔 벌처럼 홀려도 좋아라

박준하 2023. 5. 3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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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술 답사기] (58) 충남 공주 ‘석장리미더리’
꿀에 물·효모 넣고 발효시킨 술 ‘미드’
전세계서 즐겨마셔 … 변주 용이 ‘매력’
공방서 매일 담그다 전문양조장 차려
배즙·체리 등 배합 통해 특유의 맛 내
충남 공주 석장리미더리에서 천연꿀로 만드는 미드(꿀술). 왼쪽부터 ‘졸인 꿀술’ ‘블랙미드’ ‘석장리 꿀술’ ‘씨크릿’ ‘츄즈’. 미드마다 넣은 과일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공주=현진 기자

흔히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꿀맛 같다’고 한다. 꿀은 달콤하면서도 풍미가 있는 대체 불가능 식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꿀로 술을 만들면 어떨까. 술도 꿀맛 같을까. 맥주를 담그는 곳은 브루어리, 와인을 생산하는 곳은 와이너리, 그리고 꿀술인 ‘미드(Mead)’를 만드는 곳은 ‘미더리’라고 부른다. 충남 공주 석장리는 구석기 유적이 발굴된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소규모 양조장과 맥주 공방을 운영하는 이재천 석장리미더리 대표를 만났다.

이재천 대표가 다채로운 미드 시음을 도와주려고 잔에 술을 따르고 있다.

“1996년부터 맥주를 시작했어요. 공방을 운영하면서 홈브루잉(집에서 맥주 담그는 기술)을 가르치고, 맥주 소믈리에로 대회 심사도 다녔죠. 미드는 일부 맥주 대회의 하위 카테고리에 있을 정도로 맥주인에게 친근한 술이에요.”

우리나라에서 다소 생소한 술인 미드는 기원전부터 마셨다고 알려져 있다. 벌집에 물이 차서 발효된 것이 미드가 된 것으로 추정한다. 미드는 아시아·유럽·아프리카 할 것 없이 두루 마셨으며 북유럽 신화나 영국 소설 <해리포터>, 마블 영화 <토르> 등 미디어에도 등장한다. 이 대표에 따르면 맥주 양조장 한편의 아무런 통에 미드가 발효되고 있을 때가 많단다. 그만큼 맥주인들에겐 일상적인 술이다. 그도 맥주 공방에서 매일같이 미드를 담그다가 2년 전 본격적으로 미더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새롭고 신기한 걸 좋아하죠. 넣는 재료에 따라 변주를 줄 수 있는 미드가 성격과 잘 맞더라고요. 양조장을 열었을 때 한달에 20병만 팔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미드는 꿀에다 물을 섞은 다음 효모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전세계에서 만드는 술인 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꿀과 과일을 발효하면 ‘멜로멜’, 허브 같은 향신료를 넣으면 ‘메세글린’, 맥주에 들어가는 홉을 넣으면 ‘브라곳’이라고 부른다. 석장리미더리는 한국양봉농협에서 천연꿀을 받아 여기에 공주산 배즙과 효모, 갖은 과일을 섞어 미드를 만든다. 미드 중에서 멜로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소규모 양조장 면허를 받을 때 과실주로 받아 석장리미더리 제품의 라벨을 보면 ‘과실주’라고 쓰여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꿀맛 그대로를 생각했다가 고개를 갸웃거리죠. 생각보다 꿀향이 은은하게 느껴지거든요. 품질 좋은 꿀을 써서 미드의 꿀향을 풍성하게 하고, 과일을 많이 넣어 술에 화사한 느낌을 입히려고 해요.”

석장리미더리에서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미드는 황금빛이 나는 <석장리 꿀술>(13도)이다. 꿀과 배즙만 넣은 술이다. 한 모금 넘기면 입 안에 꿀향이 가득 퍼진다. <졸인 꿀술>(11.2도)은 이보다 색이 더 진하다. 이는 꿀을 졸이거나 살짝 태워서 만드는 방식으로, 북유럽에서 선호하는 미드 스타일이다. <석장리 꿀술>보다 질감이 진득하고 무거운 단맛이다. 건조 계피를 살짝 더해 첫맛은 계피향, 그리고 캐러멜향, 졸이면서 짙어진 꿀향이 순서대로 다가온다. 설탕과자인 달고나도 떠오른다.

<츄즈>(8도) <블랙미드>(8도) <씨크릿>(11.2도)은 술에 베리류를 넣어 색이 붉다. <츄즈>는 꿀, 배, 체리, 제주산 비트, 라즈베리를 넣었다. 질감이 가볍고 산뜻해 디저트 와인으로 좋다. <블랙미드>는 베리류인 블랙커런트를 첨가했으며 포도로 만든 레드와인이 연상된다. <씨크릿>은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붉은빛이 나는 술이다. 배즙을 넣지 않고 체리와 블랙커런트만 꿀에 더해 입으로 머금으면 베리류를 손에 가득 담아서 한 입에 털어넣은 기분이다. 다섯 종류 가운데 가격도 가장 비싸다. 이들 모두 달콤하면서도 적당한 산미가 느껴지는 균형감 있는 미드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여러 과일을 섞은 미드를 시도하는 동시에 양조장에서 주기적으로 작은 시음회를 열어 소비자와 소통할 계획이다. 그는 비정기적으로 시음회도 열며 양조장을 찾아온 손님들과 오랜 시간 술 이야기를 나누는 걸 행복으로 삼는다.

“앞으로 평생 술 만드는 것을 즐기면서 맛있고 새로운 술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 술을 마시는 분들이 미드라는 새로운 장르의 술도 알게 된다면 곧 그 매력에 빠질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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