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불평등 풍자한 영화 ‘슬픔의 삼각형’

관리자 2023. 5. 3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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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크게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젊은 모델 커플 야야와 칼의 이야기로 문을 연다.

유명 여성모델 야야가 남자친구 칼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는 사실은 영화에서 '데이트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토론으로 이어진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영화에서 계급을 전복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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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은 초호화 크루즈에 승선한 인물들을 관찰의 대상으로 삼아 신자유주의의 민낯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다(사진).

영화는 크게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젊은 모델 커플 야야와 칼의 이야기로 문을 연다. 보이는 것이 거의 전부인 패션업계에서 젊음과 아름다움은 절대적 자산이고 추종해야 할 가치다. 그러나 젊음과 아름다움이 등치되는 사회에선 누구나 세월의 야속함을 느낀다. 누구든 언제나 대체될 수 있는 존재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편협한 미적 기준 외 패션업계의 또 다른 공공연한 비밀은 남성모델과 여성모델의 수입 차이다. 유명 여성모델 야야가 남자친구 칼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는 사실은 영화에서 ‘데이트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토론으로 이어진다. 칼은 자신들의 관계가 평등하지 않다고 불평하지만 애초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평등의 가치는 희미해진 지 오래다.

2부의 이야기는 부자들이 승선한 초호화 크루즈에서 펼쳐진다. 야야와 칼은 인플루언서(유명인) 자격으로 협찬을 받아 배에 탄다. 크루즈는 지상에서보다 더 공고한 계급의 룰이 작동하는 공간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와 제공받는 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철저한 계급사회다. 즉 돈이 곧 인격인 사회다. 크루즈의 직원들 또한 부자들의 비위를 맞추며 돈을 향한 욕망을 드러내지만, 이들이 간과하는 것은 순수한 노동으로는 결코 계급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저명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말했다. “부자들은 단지 부자이기 때문에 점점 더 부유해진다. 반면 빈자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점점 더 가난해진다.”(<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영화에서 계급을 전복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계급의 사다리는 성실하게 오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듯 그는 피할 수 없는 자연발생적 재난, 즉 폭풍우의 힘을 빌려 무인도에 인물들을 표류시킨다. 물리적으로 배를 전복시킨 것이다. 그리하여 3부의 배경은 무인도가 된다. 생존 투쟁을 벌이는 무인도에서 기존의 경제적 자산은 쓸모없다. 이곳에서 캡틴의 자리는 크루즈에서 객실 청소를 담당했던 필리핀 외국인 근로자 애비게일이 차지한다. 표류자들 가운데 물고기를 잡아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은 애비게일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를 시현하는 애비게일의 규율 앞에서 부자 표류자들은 작은 존재가 되고 만다. 하지만 애비게일이 구축한 새로운 질서도 이상적이거나 아름답지는 않다. 이 영화의 신랄함이자 환장할 매력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주현 씨네21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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