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규 칼럼] 음식 소비 전환과 사회·생태적 지속가능성

관리자 2023. 5. 3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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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한국인의 음식 소비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육류 소비가 쌀 소비를 앞지른 것이다.

쌀 소비가 감소해 농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하고 결과적으로 쌀 생산 축소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쌀 소비 감소에 따른 논 면적 축소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중요한 방안을 포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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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한국인의 음식 소비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육류 소비가 쌀 소비를 앞지른 것이다. 지난해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 3대 육류의 1인당 소비량은 58㎏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쌀 소비량은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인 56㎏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밥심’이란 표현은 옛말이 돼버릴지 모르겠다.

한국인의 음식 소비 전환은 여러 사회·생태적 함의를 지닌다. 첫째, 쌀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음식문화가 위협받게 됐다. 지난 수십년 동안 밥의 중심성은 견고했다. 쌀밥을 먹는다는 것은 균형 잡힌 식사를 의미했다. 그동안 밥·국·반찬을 기반으로 풍성한 한식문화가 발달했다. 그릇·수저 등 인접 동양권과 다른 독특한 식기문화도 발전했다. 하지만 식문화의 변화로 세칭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 문화의 근간이 흔들리게 됐다.

둘째, 벼농사에 의존하던 국내 농가들의 경제가 더욱 어려워졌다. 농업 생산의 다양화, 농민층의 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수 농가는 벼농사에 종사한다. 쌀 소비가 감소해 농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하고 결과적으로 쌀 생산 축소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곡물시장의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이는 대한민국의 식량안보를 크게 위협할 것이다.

셋째, 농촌 생태계와 경관의 특징이던 논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논 면적은 2013년 96만4000㏊에서 2022년 77만6000㏊로 10년간 20% 정도 감소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듯 논은 산소 공급, 홍수 조절, 기온 강하, 생물학적 다양성 유지 등 다원적 기능을 수행한다. 쌀 소비 감소에 따른 논 면적 축소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중요한 방안을 포기하는 것이다.

넷째, 육류의 과도한 섭취는 비만·고혈압·뇌졸중을 비롯해 각종 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고기를 과하게 선호하는 현상이 계속되면 중장기적으로 개인의 건강이 악화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 또한 커질 것이다. 고기를 조리·섭취하는 방식도 문제다. 예전처럼 여러 반찬과 함께 고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고기로 배를 채우거나 패스트푸드 등 튀김 형태로 먹는다. 이렇게 먹는 고기가 건강에 좋을 리 없다.

다섯째, 현대 축산업은 대부분 밀집형 사육에 의존한다. 좁은 공간에 많은 가축을 사육하면서 동물권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또한 고기 생산과 유통은 높은 탄소발자국을 남긴다. 국내 축산업은 대부분의 곡물사료를 수입에 의존한다. 육류 수입량 역시 계속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2022년 수입식품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쇠고기 53만3000t, 돼지고기 59만4000t, 닭고기 19만6000t을 수입했다. 육류 생산과 소비는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입맛은 개인의 선호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구성되기도 한다. 쌀 소비 감소와 육류 소비 증가를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현재의 음식 소비 전환이 지닌 사회·생태적 문제를 고려한다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식생활의 중요한 출발점은 쌀밥 먹기에서 시작돼야 한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다양한 채소와 적당량의 육류를 함께 섭취하는 것이다.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건강한 식단이다. 또한 쌀밥을 먹는 것은 농민을 살리고 생태계를 보존하며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다.

이제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연령·계층·집단별로 제대로 된 음식 교육에 나서야 한다. 환경단체를 포함한 시민단체들도 사회·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쌀밥 중심 음식체계로 역전환을 이뤄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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