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기술 자립은 생존 문제… 緣에 기대선 안 돼”
반도체 전쟁 속 정신무장에 나서
중국은 최근 시진핑 국가 주석의 주요 발언·발표문을 편찬한 ‘과학 자립자강을 논하다’라는 책을 중국 전역에서 발행했다. 미국과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및 과학 분야에서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 중국이 전면적인 ‘기술 자립’ 선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28일 중국 관영 인민일보에 따르면 이 책에는 시 주석이 집권을 시작한 2013년 3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약 10년간 과학과 첨단 기술의 자립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던 ‘중요 문헌’ 50편이 선별되어 수록됐다.
국가 주석의 중요 어록이나 발언문을 편찬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대표적인 선전 방식이다. 중국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의 혁명 어록을 비롯해, 당대에 가장 중요한 현안을 주제로 역대 주석의 발언을 편찬해 발행하는 식이다. 이렇게 발간된 책은 곳곳에 산재한 공산당 지방 조직을 중심으로 ‘학습 열풍’이 불기도 한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당국이 미국과의 기술 디커플링을 일종의 ‘전시(戰時) 상태’로 보고 전 국민 정신 무장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중국 시장에서 전면 퇴출시키면서 자국 반도체 부품 업계에도 혼란을 야기한 것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에 당위성을 얻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인민일보는 이날 책에 수록된 문헌의 주요 발췌문을 공개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21년 5월 28일 중국과학원 회의에서 “과학이 제대로 서면 민족이 우뚝 설 것이고, 과학이 강하면 국가가 강할 것이다”라면서 “중국의 자주 혁신 사업은 엄청난 발전의 공간이 있으며, 새로운 과학 혁명과 산업 혁신 변화에서 기회를 잡아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도 했다. 또 ‘핵심 기술 자립’에 대한 발언을 묶은 글에서는 “핵심 기술은 ‘연(緣)’에 기대어선 절대 얻어질 수 없고, 무조건 자력갱생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나 한국·일본 등과의 외교 관계를 통해 기술 발전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 동안의 발언을 편찬한 글에서는 “기술 자립 자강은 국제 무대에서 중국의 우위를 확고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키포인트이며, 이 문제를 꼭 생존과 연결 지어 고민해야 한다”는 문구가 나왔다. 비슷한 시기 중앙정치국 집단학습에선 양자컴퓨팅 기술을 언급하며 “핵심 기술 돌파로 중요한 기술 영역에서 자주와 자립을 실현시켜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하는 우리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의 입 역할을 하는 인민일보는 책 발행 소식을 전하며 “과학·기술 자립은 강국의 기초이며, 안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기술 발전과 자립을 국가의 ‘전략 목표’, ‘중점 과제’로 표현하면서 궁극적으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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