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16] 영화, 세상을 넘어뜨리거나 일으켜 세우거나
최고위층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죠. 하지만 이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얀시의 하루를 되풀이합니다. 그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하고, 그가 믿는 것을 따라 믿으면서. 우리는 11년 동안 쉴 새 없이 대중을 조작해왔습니다. 중요한 점은 그 안에 어떤 종류의 다양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 세대 전체가 모든 문제에 있어 얀시의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길러졌습니다. 영화, 드라마, 공연, 광고 등, 얀시의 물결은 꾸준히 공급되고 있습니다. - 필립 K. 딕 ‘얀시의 허울’ 중에서
전 정권이 영화 ‘판도라’를 보고 탈원전을 했다 아니다 말이 많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450만 관객을 중심으로 과장된 원전 공포에 노출된 사람들이 그 정책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탈원전으로 지난 5년간 한국전력공사는 손실을 수십조원 입었고 태양광 사업으로 국토는 황폐해졌다. 국가와 국민이 감당해야 할 피해는 앞으로도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영화로 끝나지 않는다. 가령 ‘화려한 휴가’ ‘택시 운전사’는 1980년의 광주를, ‘태일이’는 노동운동을, ‘변호인’ ‘킹메이커’는 현 야당 출신 대통령들을 미화한다. 반면 ‘백년 전쟁’ ‘남산의 부장들’ ‘26년’은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을 이룬 대통령들을 부정한다. ‘쉬리’ ‘베를린’ ‘공조’는 북한이 주적이라는 생각을 지워버리고 ‘괴물’ ‘귀향’ ‘암살’은 반미 반일 감정을 부추긴다.
소설 속 사회는 얀시라는 인물을 통해 대중을 지배한다. 사람들은 얀시를 삶의 모델이자 정신적 멘토라고 믿는다. 일상생활을 모방하는 것은 물론 정치, 역사, 교육, 과학, 문화에 대해 그와 똑같이 말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얀시는 엄청난 자본과 수많은 인력을 투입해 만든 정부 정책의 광고 모델로 영상에서만 존재하는 가상 인물이다.
6월 1일 개막하는 제3회 서울락스퍼영화제는 원전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영화 세 편을 공개한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뉴 클리어 나우’를 개막작으로 선정하고 ‘판도라의 약속’과 ‘아토믹 호프’도 함께 상영한다. 정전 70주년을 맞아 북한 인권, 한국전쟁 영화 특별 기획전도 갖는다.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영화가 사회를 기울게 할 수 있었다면 영화로 세상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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