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속겨가 시리얼로, 맥주 찌꺼기가 식빵으로

이미지 기자 2023. 5. 3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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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업사이클링’ 이젠 대세… 버려지던 식재료가 새 식품 된다

농심켈로그는 지난 3월 밀가루를 만들면서 남는 속겨와 껍질 등 밀기울을 활용해 아침 식사용 시리얼 제품 ‘든든한 브랜그래놀라’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지금까지 20만 팩이 판매됐는데, 밀가루 8.6의 밀기울이 활용된 셈이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지난해 말, 밀기울에 맥주를 짜고 남은 맥주박을 섞어 만든 ‘착한 빵식 통밀 식빵’을 내놓았다. 밀기울과 맥주박의 열량이 낮을 뿐더러 식이섬유도 많다는 점을 강조해 다이어트용 빵으로 만들었다.

식품업계가 이전만 해도 상품가치가 별로 없다고 여겼던 자투리 식재료와 가공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을 활용해 새로운 식품을 만드는 ‘푸드 업사이클링’에 뛰어들고 있다. 맥주를 만들고 남은 보리 껍질과 참기름을 짜내고 남은 깻묵 등이 과자·우유 등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과거만 해도 식품 부산물을 사료나 퇴비로 사용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푸드 업사이클링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남은 껍질·부스러기도 새 상품으로

CJ제일제당은 사내 벤처 프로그램 1호 사업으로 추진했던 푸드 업사이클링 과자 ‘익사이클 바삭칩’의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깨진 조각 쌀과 콩비지 같은 식품 부산물로 만든 익사이클 바삭칩을 내놓았는데, 1년 만에 23만봉이 팔리는 등 사업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해당 사업팀을 사내 독립 기업으로 분리하고, 올해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식자재를 대규모로 다루는 급식업체들도 푸드 업사이클링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푸드업사이클링 브랜드 ‘비요미’를 운영 중인 삼성웰스토리는 이달부터 농산물 플랫폼 ‘예스어스’를 통해 공급받은 못난이 농산물들을 재가공해 상품화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 역시 이달부터 양배추 조각을 활용해 만든 코울슬로를 신제품으로 출시하는 등 푸드 업사이클링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식품 부산물 등을 활용한 신상품 출시가 활발하다. 미국·캐나다 마트와 아마존 등에 물건을 납품하는 ‘호프 앤드 세서미’는 참기름을 짜내고 남은 참깨 부산물을 이용해 ‘참깨 우유’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푸드 업사이클을 통해 만든 식물성 우유 인증도 받았다. 미국 ‘어글리피클’은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야채를 활용해 피클과 소스 등을 만들고, ‘버나나’는 라틴 아메리카의 유기농 바나나 농장에서 상품 가치가 없는 것만 모아 다크초콜릿 바나나 칩으로 재가공한다. 영국의 토스트에일은 맥주를 만들고 남은 맥주 부산물을 이용해 식빵을 만들고 있다.

◇비용 절감·친환경 동시에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는 지난해 530억달러(약 66조원)에서 연평균 4.6% 성장해 2032년 833억달러(약 10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드 업사이클링을 통해 내놓은 제품들은 아직까지는 일반 과자나 식품보다 식감이 다소 거칠고, 비용이 10% 이상 비싼 경우가 많다. 식품 부산물로 만들었다는 소비자 거부감을 없애는 것도 숙제이다.

하지만 버려지는 음식물이나 식재료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처리 과정에서 생겨나는 온실 가스도 줄이는 효과가 있는 만큼 ‘친환경 활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조리 과정에서 버려지는 식품과 유통 단계에서 재고로 남아 처분되는 식재료 등 매년 전 세계에서 10억t이 넘는 음식물이 버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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