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시간엔 꺼지고, 케밥 척척… 삼성·LG “이젠 중동”

이해인 기자 2023. 5.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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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특화 가전으로, 세계인구 24% 중동·아프리카 공략

29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5성급 니키 비치 리조트. 2023년형 삼성전자의 네오 QLED 8K TV와 비스포크 냉장고,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가 공개됐다. 2023년형 삼성 가전 신제품을 중동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였다. LG전자도 지난 3월 두바이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 ‘LG쇼케이스’를 열었다. LG전자는 면적 725㎡ 공간에 LG OLED TV 신제품뿐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인 무드업 냉장고, 테이블형 공기청정기 에어로퍼니처 등을 소개했다. 중동 아프리카 지역 76국에서 파트너사와 바이어 등 400명이 참석했다.

삼성과 LG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무슬림 기도 시간에 맞춰 조명의 조도가 낮아지는 기능을 탑재하거나, 케밥 같은 지역 특화 메뉴에 적합한 조리 기능을 갖춘 제품도 선보였다. 2023년 중동 인구는 4억8300만명, 아프리카 인구는 14억6047만명으로 두 지역 인구는 전 세계의 24%에 달한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0% 성장 혹은 감소하는 것과 달리 두 지역은 매년 2% 안팎 성장하고 있다. 소비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래픽=양진경

◇중동 맞춤형 제품 속속 내놔

중동·아프리카는 정체기를 맞은 세계 가전 시장에서 보기 드문 성장세가 이어지는 시장이다.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제품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특히 중동 지역은 유독 전자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UAE는 ICT(정보통신기술) 도입 정도 순위에서 한국(93.7점)에 이은 2위(92.3점)다.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인식도 좋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아프리카 TV 시장에서 삼성과 LG의 점유율은 각 36.8%, 21.1%로 1·2위를 차지했다.

삼성과 LG는 시장 특화형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삼성의 가전 관리 앱 스마트싱스의 ‘기도 모드’가 대표적이다. 하루 5번 기도를 하는 이슬람 문화를 고려해 개발된 맞춤형 서비스다. 정해진 기도 시간이 되면 사용자의 워치에 알람이 오고, 기도에 집중할 환경이 조성된다. 스마트 블라인드가 작동되고 조명의 조도가 낮아지며 TV 전원은 꺼진다. 이슬람 경전인 쿠란 디지털 버전도 앱 형태로 스마트폰에 탑재된다. 삼성 관계자는 “중동에서 스마트싱스 앱 사용자는 2000만명 이상”이라며 “향후 3개월마다 100만명씩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오래전부터 이 시장에 진출해 터를 닦았다. 2004년 석유 부호를 겨냥해 71인치 금장 PDP TV를 출시했고 2019년엔 세계 최초로 아랍어 음성 인식 기능을 탑재한 OLED TV를 출시했다. 중산층의 소비가 늘어나자 이들을 위한 제품도 나왔다. 광파오븐에 케밥, 통닭구이 등 지역 특화 메뉴에 적합한 조리 기능을 탑재한 중동형 제품을 내놨다.

◇모래를 막아라... 고효율이 핵심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선 모래 바람이 많은 기후 특성을 고려한 제품과 낙후된 전력망을 고려한 고효율 제품이 인기다. 삼성 스마트싱스 앱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스마트 블라인드가 작동해 외부 먼지를 차단하고 공기청정기가 가동되며 로봇 청소기가 실내를 청소한다. LG전자도 현지에서 팔리는 실외기에는 고온, 먼지 등 외부 환경에 의한 부식과 손상을 막아주는 특수 열교환기 ‘골드핀’을 탑재하고 있다. 낙후된 전력망 탓에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현지 특성을 고려한 제품도 많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에어컨 DVM S2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해 냉난방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대폭 강화했다.

두 회사는 아프리카 시장 공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냉장고·세탁기·건조기 등에 장착되는 핵심 부품인 디지털인버터모터(DIT)를 20년까지 무상으로 보증하기로 했다. 보증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10년 더 늘린 것이다. 작년 12월부터 레소토 현지 기술전문학교와 함께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를 열고 현지 청소년들에게 정보기술(IT)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부터 나이지리아 주요 도시에서 ‘LG 올레드 TV 게이밍 챌린지’를 열면서 게이밍 인구를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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