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AI의 심장을 만든다” 엔비디아의 독주
“우리는 새로운 컴퓨팅 시대의 임계점에 서 있다. 이제 누구나 말만 하면 (코딩 기술 없이도)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29일(이하 현지 시각)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IT 박람회 ‘컴퓨텍스’에서 엔비디아의 새로운 인공지능(AI) 수퍼컴퓨터 플랫폼을 소개하며 ‘새로운 컴퓨팅 시대’를 선언했다. 이날 AI 수퍼컴퓨터 플랫폼 ‘DGX GH200′, AI를 사용해 게임 속 배경 캐릭터가 사용자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에이스 포 게임즈’ 같은 AI 서비스를 대거 공개한 황 CEO는 “컴퓨팅 혁명이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엔비디아는 생성 AI의 심장으로 불리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새롭게 열리는 AI 시대를 엔비디아가 주도한다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엔비디아는 최근 테크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업체이다. AI 학습에 필수적인 GPU(그래픽처리장치)의 90%를 장악한 엔비디아는 최근 GPU 제작 업체를 넘어 AI 관련 인프라 기업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컴퓨터 칩 제조 업체에서 AI 붐의 중심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주문 후 6개월 기다려야 하는 GPU
올 들어 엔비디아 주가는 172% 폭등했다. 지난 25일에는 주가가 하루 만에 전날 대비 24% 폭등했다. 시가총액은 9632억달러(1273조원)로 반도체 업체로는 처음으로 시총 1조달러를 눈앞에 뒀다.
엔비디아 폭풍 성장의 원동력은 GPU이다. GPU란 컴퓨터에서 그래픽과 영상을 빠르게 처리해 결과값을 모니터에 출력하는 장치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웬만한 컴퓨터 그래픽은 컴퓨터 중앙 처리 장치인 CPU에서 처리했지만, 게임 그래픽 수준이 높아지며 실시간으로 그래픽을 처리하는 장치가 필요해졌다. 이 시장을 선점한 곳이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1999년 지포스256을 내놓으며 GPU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CPU는 명령어가 입력된 순서대로 차례로 처리하는 방식이지만, GPU는 동시에 여러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꺼번에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AI 심화학습(딥러닝)에 활용된다.
특히 AI가 그림을 그려주고 글을 써주는 생성 AI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GPU 수요는 수직 상승했다.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AI 챗봇 챗GPT 초기 버전을 학습시키는 데는 1만개의 GPU가 필요했지만, 기능이 강화된 최근 버전 학습에는 이보다 3~5배 많은 GPU가 필요하다. 테크 기업마다 AI를 개발하다 보니 엔비디아 GPU는 점차 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현재 개당 3만3000달러(4400만원) 수준에 거래되는데, 돈을 낸다고 바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문 후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GPU 확보 경쟁은 미국에서 코로나 팬데믹 초기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의 화장실 휴지 사재기 현상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엔비디아는 5~7월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50% 웃도는 110억달러 안팎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GPU 넘어 AI 인프라 업체로 진화
엔비디아는 반도체 업체가 아닌 AI 업체로 진화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자사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인 ‘GTC 2023′에서 클라우드(가상 서버)를 통해 수퍼컴퓨팅 시스템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 ‘엔비디아 DGX’를 선보였다. 업체들이 직접 GPU를 구매하지 않아도 이 서비스를 구독하면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컴퓨팅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또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도구 ‘AI 파운데이션’과 단어 몇 개만 입력하면 상업 광고를 만들어주는 콘텐츠 엔진도 선보였다. 이스라엘에는 AI 수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있고, 대만의 반도체 설계 회사인 미디어텍과는 첨단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관련 기술 제휴를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AI 서버 출하량이 1년 전보다 38.4%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GPU 판매도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GPU(그래픽 처리 장치)
영상 정보를 처리하는 반도체. CPU(중앙처리장치)는 입력된 순서대로 하나씩 정보를 처리하지만, GPU는 한꺼번에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한다. 이 때문에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AI 분야의 핵심 부품으로 각광받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남 요인 암살용? 北, 자폭무인기로 BMW 폭발 장면 보도
- 중앙지검, 명태균 관련 ‘尹대통령 부부 고발’ 창원지검 이송
- 주말 한파주의보급 추위…다음주까지 초겨울 추위 이어져
- 尹대통령·시진핑, 페루서 2년만에 정상회담
- ‘북한강 시신 유기’ 양광준 동문 “동상 걸린 후배 챙겨주던 사람…경악”
- 권익위 “尹정부 전반기 26만명 집단 민원 해결”
- 수험표 배달에 수험생 수송까지...“콜택시냐” 경찰 내부 불만 나왔다
- Trump team plans to end EV tax credit, potentially hurting Korean automakers
- ‘해리스 지지’ 유명 배우 “미국 디스토피아, 떠나겠다”
- 내년 아파트 공시가격도 시세 변동만 반영...현실화율 69% 동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