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소프트파워 시대, 부산은?

윤지영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023. 5.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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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1세기, 우리는 강제적이고 물리적 힘이 위주였던 하드 파워(hard power)시대를 거쳐 설득과 이해, 자발적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 시대에 살고 있다. 도시의 소프트 파워가 강해질수록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으로 도시의 호감도는 높아지고 시민의 충성도는 단단해진다. 이러한 과정은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천이 된다. 도시의 소프트 파워는 콘텐츠(contents)에서 나온다. 콘텐츠를 풍부하게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 이종 간, 유종 간 등 관계의 경계 없이 융합했을 때 생산되는 창의적인 콘텐츠는 강력한 소프트 파워를 내뿜는다. 소프트 파워의 자양분으로 지식 정보 문화 예술 교육 가치 이념 등이 대표적이다.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도시의 브랜드력은 도시의 소프트 파워에 따라 업다운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성은 날로 커지고 중요해진다. 소프트웨어는 하드 인프라의 보완적 기능을 넘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고 도시의 브랜드 파워에 크게 기여하는 핵심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야말로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가 대세가 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너도나도 도시의 브랜드력을 높이기 위해 소프트웨어 입히기에 분주하다.

환경적으로 쇠퇴돼 가고 경제적으로 쇠락했던 스페인의 빌바오시는 유명 건축가가 지은 아름다운 건축물 구겐하임 미술관에 의해 회생한 도시로 유명하다. 한때 산업도시 항만도시로 유명했으나 도시의 낙후로 존재감 없던 빌바오시는 도시 부활을 위해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을 결정하고 대대적인 도시재생을 일으켜 유럽의 대표적인 문화도시로 탈바꿈을 한 것이다. 쇠락한 도시를 재생하기 위해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구겐하임 미술관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문화환경 조성에 재투자해 소프트웨어 입히기에 좀 더 집중했다. 바스크 지역 문화를 잊지 않고 곳곳에 바스크 문화와 이질적인 미술관이 잘 융화돼 재생산될 수 있도록 만든 흔적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건립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빌바오시는 세계적인 유명 문화관광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이른바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히 유명 건축가가 선보인 이름다운 건축물의 하드 인프라 건립에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를 건축물과 조화로울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에 힘을 더욱 썼다는 점이다. 지속가능한 도시 환경에는 하드 인프라가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하지만,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구겐하임 미술관이라는 하드 인프라의 명성이 다가 아닌 구겐하임 미술관을 둘러싼 소프트웨어를 통해 빌바오시의 장소 만들기는 성공적이었고 도시를 회생시킨 단단한 자산으로서 도시를 브랜딩했다.

이쯤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볼 필요가 있겠다. 최근까지도 부산은 오롯이 하드 인프라에 여념이 없었다. 누가 이용하는지, 무엇 때문에 이 시설이 필요한지, 어떤 외관으로 들어서야 좋은지, 이 위치가 적절한지, 시설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시설로 인해 어떤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 등등의 수많은 고민이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건립이 우선이었고, 성과와 수익 창출이 우선순위에 있었다. 과정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라 결과물만이 존재하다 보니, 사전에 고민해야 할 것들을 사후에 처리하려 하니 여간 복잡하지 않다.


부산은 많은 물적자산을 가진 부자(富者)도시다. 자연경관 면에서도 우수한 수준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도시 경쟁력에서 국제적인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우리네 속담이 얘기하듯이, 건축물에서 작은 시설 하나에 이르기까지 공급자의 관점보다는 사용자의 관점에서 소프트웨어를 입히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부가가치(value added)를 일으키는 비물적자산이 대세인 소프트 파워의 시대에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소프트 파워시대, 부산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야 할지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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