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정책외교 불편한 진실...'K요리·BTS 좋아한다'에 속지말라 [김영준이 소리내다]

김영준 입력 2023. 5. 31. 00:11 수정 2023. 5. 31.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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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높아진 위상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공공외교가 펼쳐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근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하여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는 것을 많은 국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미국에서 보는 실상은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대다수 미 국민은 국내 문제에 집중하고, 러시아나 중국 등 강대국 문제에 주로 관심이 있다.

특히 국익이 직결되는 정책공공외교 현장에서 한국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한국 기업과 문화, 요리를 좋아하지만 국익을 도모할 핵심 파트너로 함께하는지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국의 대미 정책공공외교는 교포 및 유학생 중심, 한국에서 근무했거나 한국인과 결혼한 주한미군·외교관·주재원 혹은 한반도 전문가 소수 그룹과 국내 언론 특파원 중심이다. 이들을 넘어선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나 소통 전략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지난날 26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현재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한미경제연구소 (Korea Economic Institute) 및 조지 워싱턴 대학 한국연구소, 싱크탱크별 한국 석좌 및 프로그램 등이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 고군분투하며 대미 정책공공외교의 플랫폼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일본·이스라엘·유럽 등의 국가들 수준에서 미국과 지정학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 등 핵심 국익을 공유하며, 세계질서를 수립할 선진국형 정책공공외교로 격상할 시기가 왔다. 이를 위해선 다음의 요소들이 고려돼야 한다.


로비 대상 아닌 상시 협력 상대 돼야


첫 번째로, 한국계 중심의 인사들 혹은 일부 싱크탱크에만 과도하게 집중하고 기대는 경향을 넘어서야 한다. 여전히 공화당·민주당의 핵심 상원 의원 및 다선 하원 의원들, 양당 기부금의 기부자들, 양 당 지도부의 핵심 인사들에게 여전히 한국은 매력적이지만 핵심적인 경제적·정치적 파트너로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는 한국 국회와 미국 의회와 오래 일해오면서 한미 의원 연맹 창설을 적극 주장하고, 양측을 연결해오려고 노력해왔다.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중진 거물 정치인들은 핵심 이익 즉 지역구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적 이익, 대선 등 정치적 진로에 도움이 될 후원자나 동지를 찾는 것이지 한국 드라마나 방탄소년단(BTS)이 좋다고 함께 하진 않는다. 웃으며 사진 찍고, 어색한 식사하고, 악수하고 나서 연락이 두절되는 지금의 관계는 후진국형 관계에 불과하다. 돈을 갖다 바치는 로비가 아니라 솔직한 정치적 경제적 협력을 상시 공유하고 상호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로 발전돼야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된다.

두 번째로, 유명 싱크탱크나 대학에서 청중의 다수가 한인 유학생, 교포, 특파원 등만 대상으로 사진 찍고 끝나는 자기만족형 세미나 및 축사나 기조연설 수준의 이벤트형 정책 공공외교는 넘어서야 한다. 모든 세미나와 국제회의는 의의가 있고, 비용 대비 정책 기여의 효과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소위 미국 출장 기관장 및 고위 인사들의 방문은 일부 실제로 중요한 실무형 출장을 제외하고 미국 의원, 싱크탱크 전문가 등과 사진 찍고 부실한 결과 보고서만 제출하는 보여주기식 출장이 대다수였다. 세미나나 출장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목적을 달성하거나 한국을 모르는 미국인들에게 중요한 주제를 상기시키는 등의 구체적 효과를 기대하고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사진 찍고 관광 와서 구체적인 의제 없이 차 마시고 돌아가는 한국 인사들을 비웃고 무시한다.


미국 여론 주도하는 언론 활용해야


세 번째로, 국내 청중과 국내 언론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워싱턴DC에서는 미국 국민과 미국 언론, 여론 주도층에게 한국의 국익이 걸린 내용에 대해서 한국과 미국이 윈윈 관계가 되는 방향으로 설득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미국의 여론 주도층이 주목하는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뉴요커, CNN, 폭스뉴스, MSNBC, CBS, ABC 등 간판 시사프로 및 주요 뉴스에 출연해서 한미 공동의 이익 방향을 제시하고 미국 여론 주도층에 호소해야 한다.

미국의 일요일 아침 시사프로 Face the Nation, Meet the Press, State of the Union 등을 보면 이스라엘 총리, 장관이나 대사, 유럽 국가들 대사나 외교부 장관, 일본의 지원을 받는 전문가 그룹 등이 해당 국가의 이익을 위해 계속해서 여론전, 즉 정책공공외교를 수행한다. 한국에서 방문한 인사들은 미국에 와서도 국내 여론을 의식한 국내 언론 특파원 인터뷰를 벗어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행사 이후 국내 포털 검색으로 자기나 행사 검색하는 미국 출장은 의미가 없다. 미국 여론 주도층에 어떠한 효과를 남겼는지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KF) 주최 제5회 공공외교 주간이 개막한 가운데 김덕수 사물놀이가 공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양한 기관 외교 조율할 콘트롤타워 필요


마지막으로, 정책공공외교를 실천할 다양한 기관들을 효과적으로 후원할 재단과 이를 조율할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이는 현지 교민단체와 연결되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현존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 지부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공공외교는 정부 외교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나서지 못하는 일들을 전직 정부 인사들과 전문가 등이 수행하는 것이다. 민주평통, Korea Foundation,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분산돼 있는 정책공공외교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들과 정교하게 조정하고 후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캐나다 오타와, 토론토와 워싱턴DC 민주평통 지부는 캐나다 장관들과 국회의원, 미국의 하원의원 등이 참석하는 행사를 주관했다. 현지 교포들은 유권자들이자 후원자들이기 때문에, 외국 정부보다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이 크다. 이러한 여러 자원을 잘 조율하고 후원하는 것이 필요하고, 미국 싱크탱크와 의회 등은 외국 정부 돈을 로비스트법으로 직접 수령하는 것이 제한되기 때문에 일본의 사사카와 재단, 맨스필드 재단 등의 방식을 차용하여 후원할 필요가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워싱턴협의회가 지난해 11월 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통일문화 행사 'K평화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연합뉴스


워싱턴DC는 교황이 사는 교황청이 아니다. 세계평화를 논하는 유엔도 아니다. 가장 첨예한 정치외교적·군사적·경제적 이익이 거래되는 정책공공외교의 전쟁터이고, 24시간 365일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각국의 이익을 위하여 필사적으로 사교장에서, 싱크탱크 회의실에서, 방송사 스튜디오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해관계 조정과 신뢰의 축적은 의전으로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되는 정부 간 회의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정치인, 정부부처, 기업, 시민단체, 언론 방송사 등의 복잡한 각자의 이해관계가 지속적으로 정교하게 조정되고 주고받는 상황에서 국제 질서의 수립과 정책 향배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제는 선진국형 정책공공외교의 시간이다. 정책공공외교는 로비가 아니라 각국의 이해관계가 결판 나는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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