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눈] 다시 사람이 찾는 평창강은 요원한가

신현태 2023. 5. 3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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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고 신비롭던 가마우지
강·호수의 물고기 씨 말리는
골치아픈 존재로 주민 원성
‘죽음의 강’으로 변한 평창강
유해조수 지정 필요성 제기
▲ 신현태 평창주재 국장

최근 여름 물놀이와 행락철에 다다랐지만 많은 행락객들로 북적거려야할 강과 계곡에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겼다. 물고기를 찾아보기 힘든 강이 되었으니 물고기잡이와 물놀이로 행락을 즐기는 사람들이 강과 계곡을 외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평창강과 동강, 주천강 등 강가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요즘 한자리에 모였다 하면 물고기를 싹쓸이로 잡아먹는 민물가마우지에 대한 원성(?)을 털어 놓는데 열을 올린다. 10여년 전부터 도내 산간계곡 청정하천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던 가마우지들이 왕성한 번식력으로 개체수를 늘려 이젠 산간계곡 하천의 제왕이 돼 물고기의 씨를 말리고 있으니 주민들의 불만과 원성도 높아질 수밖에.

한강하류 넓고 큰 하천과 호수에 서식하던 민물가마우지들이 이젠 영서 내륙 깊은 골짜기까지 영역을 넓혀 강 최상류지역부터 물고기가 사라진 죽음의 강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20년 전쯤 평창강 일대에 처음 가마우지가 한두 마리씩 출몰했을 때 주민들은 처음 보는 시커멓고 덩치 큰 이 새를 신기해했다. 당시 평창강 상류에 하수처리장이 들어서며 수질이 좋아지고 어족자원이 풍부해져 가마우지가 찾는다고 주민들은 반가워 했다.

가마우지가 나타나면 신기한 새가 있다고 필자에게 제보하는 주민들도 꽤 있었다. 물속에 잠수해 고기를 잡아먹고는 강가 바위에 올라앉아 날개를 늘어뜨리고 깃털을 말리는 모습은 멋있고 신비롭기까지 했다.

이랬던 가마우지가 그 사이 급속히 개체 수를 늘려 이젠 강과 호수의 물고기 씨를 말리는 골치 아픈 존재로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가마우지 개체 수가 급속히 증가하며 강원도가 조사한 올해 도내 가마우지 서식지는 춘천·원주·홍천·횡성·영월·평창·정선 등 9개 시·군, 51곳에 이르고 지금도 서식지를 확장해 가고 있다. 남한강 최상류 평창군내에도 몇 년 전부터 평창읍의 평창강변에 번식지를 만들어 매년 수백 마리의 가마우지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

늘어난 가마우지는 평창강 일대는 물론 상류 뇌운·금당계곡과 정선 동강, 영월의 서강과 주천강 등 물고기가 서식할만한 곳마다 2∼3마리에서 수십 마리씩 떼지어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가마우지는 한마리가 하루 0.7∼1㎏의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급증한 개체수가 매일 잡아먹는 물고기로 강과 호수에 물고기 남아있을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청정하천과 계곡, 호수를 찾아 낚시를 하고 물고기를 잡으며 천렵을 즐기는 행락객의 발길이 뚝 끊겨 적막한 죽음의 강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여름 피서 행락객들의 지역 방문으로 펜션과 민박 이용, 식음 등으로 일정 부분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줬던 것도 사라져 지역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또 물고기가 사라지며 물고기의 먹이가 됐던 각종 수생곤충의 개체 수가 급증, 봄철 날파리떼와 여름철 하루살이 등이 창궐해 주민들의 생활에도 불편을 주는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지자체들은 수년전부터 환경부에 가마우지의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지정되지 않았고 현재는 가마우지 퇴치를 위해 번식지 묵은 둥지 제거나 나무흔들기 등 비살생적 방법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호수 가운데 섬이나 강변의 가파른 산사면 등 사람 접근이 어려운 요새(?)에 만드는 번식지를 찾아 둥지를 제거하고 나무를 흔드는 것도 어렵고 효과도 미미하다. 유해조수 지정을 통한 개체 수 조절만이 청정 하천과 호수를 되살리고 다시 사람이 찾는 휴식처로 돌리는 길이란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물고기가 사라지고 사람이 찾지 않는 강과 호수를 되살리는 일이 늦어질수록 주민들의 원성은 높아지고 행정의 신뢰는 떨어지는 이치를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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