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70년 다시 꿈꾸는 미래] 1. 프롤로그-3년 1개월 간의 혈투

신재훈 2023. 5. 3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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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전투서 경찰·청년 북한군 맞서 춘천대첩 승전 초석”
도내 78건 격전·피난민 98만7000여명
춘천 옥산포 일대 민·관 거둔 최초의 승전
내평지서 경찰·청년당 북한군 남하 저지
“10여명 산화한 덕 국군 이남저지선 구축”
7연대 전선구축 ‘서울포위 3일 작전’ 좌절
춘천대첩 평화 문화기념관 건립 추진위 발족
초대 위원장에 진성균 유공자회 도지부장
“전승기념관 설립 안보교육·관광자원 활용”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다. 1953년 7월 27일 휴전이 성립되기까지 3년 1개월 2일 간 한반도는 쑥대밭이 됐다. 결국 국토의 허리가 잘린 지 올해로 꼭 70년. 강원도민일보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강원서부보훈지청과 함께 ‘끊어진 70년 다시 꿈꾸는 미래’를 연재한다. 전쟁의 상흔을 되짚어보고 한반도 상생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이다.

▲국군 제6사단 작전명령 제31호(1950.6.25)는 ‘춘천전투’ 관련 작전명령서와 작전지도, 각종 일람표, 전쟁대비 방침 등을 담고 있다. 출처=국가기록원

6·25전쟁은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기습남침으로 시작, 1953년 7월 27일 휴전이 성립되기까지 만 3년 1개월 2일간 계속됐다. 기간 중 남과 북은 38선을 각각 3회씩 돌파하며 낙동강에서 압록강까지 이동했다. 한국 전역에 145만t의 폭탄이 항공기로부터 투하됐고 1756만발의 포탄으로 전 국토의 80%가 쑥대밭이 됐다. 전쟁 결과 한국군 및 유엔군은 전사 17만 6000여명, 부상 55만 5000여명, 실종 및 포로 약 4만 2000명의 인명 피해를 입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강원도내 피난민은 1951년 9월 98만7160명으로 집계됐다. 인명피해는 총 13만777명으로 행방불명이 8만819명으로 제일 많았다. 사망 1만7122명, 부상자 1만5483명, 납치 1만528명, 학살 희생자 6825명으로 나타났다. 북한군의 남침, 한국의 반격 등 전쟁 중 186건의 크고 작은 전투들이 전개됐다. 북한을 지척에 두고 있는 강원도내에서는 78건의 주요 전투가 진행, 가장 많은 격전이 치러졌다. 두번째로 격전지가 많은 경기도의 48건과 비교해도 30건 가량 많아 강원도내 피해는 전방위적으로 확산, 도민들의 희생과 상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38선길을 상징하는 공원상징 조형물.

■북한군의 대대적인 남침준비

해방이 되고 남한에는 미군이, 북한에는 소련군이 들어서면서 남과 북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강원도는 그 갈등의 최전선이자 마지막 보루였다. 38선이 그어지면서 철원, 인제, 양구, 양양, 고성이 북한 관할이 됐다. 선 하나에 마을이, 이웃이 갈라졌다. 38선을 앞에 둔 지역에서는 총성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인제지역 수몰민이기도 한 김철호(81)씨는 38선의 고충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김철호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전에는 38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하고 왕래를 하기도 했다”며 “전쟁 직전 총격전이 잦아져 고개 너머 학교를 가지 못하기도 했다”고 했다. 북한이 어론국민학교까지 밀고 들어와 한 달을 버틴 적도 있었다. 6·25 전쟁 이전부터 38선 주민들에게 전쟁은 일상과도 같았다.

1950년 봄, 북한의 전쟁 준비가 시작됐다. 북의 남침 당시 춘천 일대를 맡은 부대는 북한의 제2사단이었다. 춘천문화원이 발간한 ‘한국전쟁과 춘천’과 국방부군사편찬연구소 등에 따르면 북한군 제2사단은 제2군단의 조공으로 춘천-가평-송현 방면에서 공격을 해 제12사단의 좌측방을 엄호하는 임무를 담당했다. 당시 병력은 물론 포병화력이 춘천을 방어하는 제7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북한의 기습사실을 국군이 알게된 것은 1950년 6월 19일 오후 3시쯤 북한군 제2사단 포병연대 소속의 자주포승무원이 국군 제7연대에 투항하면서다. 그는 북한군이 공격을 개시한다는 정보를 털어놓았으며, 이를 보고받은 6사단 7연대 박용덕 일등상사는 신포리 부근에 1개 연대로 추산되는 북한군이 집결된 것을 확인했다. 이 보고를 받은 7연대 임부택 중령은 같은달 21일 부귀리 북쪽 간천고개에서 북한군의 45㎜ 대전차포가 전방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 이를 사단 본부에 보고하고 주말에 실시할 외출·외박은 춘천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통제하기도 했다.

북한의 준비는 치밀했다. 제2사단은 1950년 6월까지 함흥시와 함주군에 주둔, 같은달 12일부터 이들은 남침을 위해 17일까지 추곡리, 장촌리, 원천리 일대에 군대를 집결시켰다. 이후 24일 제2사단은 참모장 현파의 명의로 완전 전투준비 이후 상태를 검열을 지시, 전투 준비를 마친 제2사단 예하 부대들은 공격개시선으로 이동해 전쟁 발발 하루전인 1950년 6월 24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국군의 방어선 지뢰지대에 통로를 개척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다. 3년 여에 걸친 6·25 전쟁의 시작이다.

▲ 인제 38공원에 위치한 38선 표지석.

■대한민국의 첫 승전, 춘천 원창리 전투·춘천 대첩

북한은 춘천을 노렸다. 춘천지구 전투는 1950년 전쟁이 발발하고 6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춘천 옥산포와 소양강, 봉의산, 원창고개 일대에서 민·관이 거둔 최초의 승전이다. 6·25 전쟁 발발 이후 북한군은 제2·12사단병력과 포 406문, 자동포 32문 등을 투입, 화천방면에 집결했던 북한군 제2사단은 춘천군을 건너 국도를 따라 춘천을 향했다.

양구에 집결했던 북 제12사단은 춘천군 북산면 내평으로 침공했다. 첫 침략지인 내평전투는 춘천 중심부가 전쟁에 대비할 수 있게 시간을 벌어줬다. 내평전투는 6·25 전쟁 초기 첫 승리인 춘천대첩의 초석이 됐다.

당시 내평리를 담당하던 내평지서(지구대)에는 경찰관과 대한청년단 단원 등 14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들은 압도적인 병력과 장비로 무장한 북한군의 공세에 맞서 약 1시간 가량 교전,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했다. 북한군의 움직임을 10명 남짓의 경찰관들이 막을 동안 국군은 춘천 이남 저지선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경찰 13명과 대한청년당 1명이 합심해 전투에 나섰던 ‘내평전투’에서 경찰 10명과 단원 1명이 전사, 경찰 3명이 간신히 탈출해 당시 상황을 알렸다. 엄기석(71) 내평초 총동문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내평전투에서 10여명이 전사를 했다”며 “당시 적은 인원으로 북한군 2개 사단을 1시간 가량 저지했고 이 덕분에 한국이 살았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진호 춘천시의장 역시 “내평전투에서 시간을 벌어줬기 때문에 우리 군이 대비를 할 수 있었다”며 “내평전투의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할 때”라고 했다.

북한군은 춘천을 전면 공격하기 위해 우두평야로 몰려들었고 국군 제16포병대대와 전투를 감행했다. 이에 국군은 우세한 북한군의 화력에 대항하며 25일부터 27일까지 3일 동안 버텨 북한군 전사자 6572명, 포로 122명을 기록했다. 특히 춘천 원창고개 전투는 세계 전투사에서 대전으로 평가받는 춘천대첩의 수많은 전투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전투로 기록돼 있다. 1950년 6월 27일. 제6사단 예하 7연대(연대장 임부택 중령)는 상급부대로부터 원창고개에서 북한군을 격멸한 뒤 홍천 이남으로 철수하라는 작전명령을 받는다.

다음날 7연대는 방어선을 구축해 지연전을 펼치며 원창고개로 향했다. 소양교, 조양동, 근화동, 후평동 일대에서 교전을 벌이며 원창고개에 이른 7연대는 예하 2대대를 8부 능선, 1대대를 아래쪽에 각각 배치시키며 전선을 구축한다. 하지만 북한군 2개 연대 규모의 병력이 밀고 올라와 이 전투에서 국군은 북한군의 남하를 3일간 지연시켜 춘천을 거쳐 서울을 포위하려던 북한군의 ‘3일 작전’을 좌절시켰다.

신재훈 eric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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