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강원 노포 탐방] 49. 인제 남북면옥

진교원 2023. 5. 3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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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100% 메밀, 변함없는 맛 비결은 ‘성실함’
1955년 인제읍 남북리서 국수장사 시작
1961년 정식 허가, 2013년 상동리 이전
시아버지·시어머니 이은 한채숙 대표
조리과 전공 아들 권순갑씨 승계 준비
전분·밀가루 대체 시절에도 메밀 유지
100% 순메밀 사용 메밀국수 맛집 입소문
동치미물국수·비빔국수·잔치국수에
돼지수육·감자전 곁들이면 일품
▲ 인제 남북면옥 전경

인제읍 상동리에 있는 3대째 국수 점포 ‘남북면옥(대표 한채숙·58)’. 가게 입구의 현판에는 ‘Since 1955~’ 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순간, ‘가게 이름부터가 좀 생소하다’는 생각에 주인에게 물었다. “고향 이름이죠” 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대로 삶의 터전이었던 정겨운 고향인 ‘남북리’에서 따 온 이름이었다. 남북리와 상동리는 붙어있어서 멀지는 않다.

남북면옥은 지난 1955년 인제읍 남북리(현 인제군보건소 인근)에서 국수장사를 처음 시작했다. 지금은 작고한 권계복(1914년생)·김옥희(1919년생) 씨가 국숫집 문을 열었다.

▲ 한채숙 남북면옥 대표

한채숙 씨의 시아버지·시어머니가 창업자인 셈이다. 남북면옥은 처음엔 겨울철 농한기에만 국숫집을 임시 운영했다. 사철장사는 그 당시 사회여건으로 볼 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전쟁 후 먹고 살기 어렵던 시절, 국수 장사는 집 살림살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국수 장사가 가족들이 그나마 단란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메밀은 보통 겨울에 많이 먹을 수 밖에 없는 작물이다. 대개 여름에 씨를 뿌려 늦가을에 거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겨울이 제철이 된다. 사실상 사철 음식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그 시절에 사시사철 메밀 구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1년내내 좋은 상태로 메밀을 보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한 씨는 “메뉴판에 ‘평양식’이라고 쓴 이유는 ‘시아버지가 자신들의 국수가 평양식일 것이라는 생각에 써 놨다’라고 한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25년전 메뉴판에는 ‘평양식순메밀국수’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 현재 메뉴 차림표

남북면옥은 지난 1961년 정식 허가 등록을 했다. 겨울에만 문을 여는 무허가 식당이었던 시절을 지나, 정식 허가와 함께 인제군청 옆 충혼탑 인근 자리(인제읍 상동리 343의21번지)로 국수 가게를 옮겼다. 국수 장사가 계속 잘 됐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2013년 9월 현재 건물(인제읍 상동리 265의1번지)을 신축하면서 국수 가게를 다시 옮겼다. 남북면옥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 무렵부터다. ‘100% 순메밀을 사용하는 가성비 좋은 메밀국수 맛집’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들었다.

한 씨의 고향은 양구읍이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남편 권수일(사망당시 62세) 씨와 지금으로부터 33년전에 결혼을 했다. 친구 권유에 못 이겨 미팅을 나갔다. 한 씨는 이렇게 말한다.

▲ 순메밀동치미물국수

“첫 인상은 선했어요. 구김살 없고 편안해 보였지요. 권 씨와 인연이 닿았는지 인제로 시집을 오게 됐죠. 결혼을 하자마자 곧 바로 국수 영업전선에 나섰어요(웃음).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남편 모두 인제 토박이예요. 국수 비법은 없어요. 성실함이 최고죠. 메밀은 워낙에 예민해서 타이밍을 놓치면 국수가 맛이 없어요. 그게 가장 힘들지요. 맛을 똑같이 유지하는 비결이니까요.”

한 씨의 손을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니, 그 손에서 맛의 비결을 느낄 수 있었다.

남북면옥이 첫 개업을 할 당시 인제지역에는 화전민이 많았고, 쌀농사보다는 오히려 메밀농사가 잘 됐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난 1970년대 들어서면서 정부에서 화전 개간 금지를 시행하며 메밀 양이 줄었고 장사도 한동안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전분과 수입 밀가루가 메밀시장을 대체하던 시기와 맞물리는 시점이다. 한 씨는 남편 등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 순메밀비빔국수

“정부 규제로 지역에서 메밀을 생산하지 못하니 장사에 타격이 왔다고 해요. 정말 힘든 나날이었다고 해요. 그 당시에는 수입 메밀도 없던 때고…. 그래도 남편 권 씨의 부모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메밀을 구해서 국수를 뽑았다고 해요. 지역 곳곳에 농사짓는 사람들을 수시로 찾아다니며 메밀을 공급 받았다고 합니다. 남편도 배달을 많이 다니고, 겨울에는 무척 바빴다고 항상 말을 했어요. 물론 너무 힘들었지만 시부모님들은 천직으로 여기고 열심히 장사를 했다고 해요.”

남북면옥은 외관이 깔끔하다. 주차장은 따로 없다. 식당 앞쪽 도로에 주차를 하고 먹을 수 있다. 도로가 매우 좁은 편이어서 손님이 많을 경우 주차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큰 어려움은 없다. 남북면옥 내부는 좌식 테이블이 있는 메인홀과 입식 테이블이 있는 룸으로 나눠져 있다.

▲ 순메밀잔치국수

음식은 순메밀동치미물국수, 순메밀비빔국수, 순메밀잔치국수, 돼지수육, 감자전 등을 팔고 있다. 순메밀국수라는 이름에 걸맞게 메밀 함량 100%. 면발이 무척 가는 편이고, 부드럽다. 이 집 동치미물국수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간이 세지 않은 동치미 국물이 더해진 깔끔한 맛의 국수, 처음엔 별 맛이 없다가 거의 다 먹어갈 때 맛있는 듯 하고, 그 맛이 생각나서 또 먹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순메밀비빔국수는 냉면이나 일반 비빔국수에 들어가는 양념과 비슷하다. 비빔국수를 먹은 후 동치미를 부어 먹어도 색 다른 맛이다. 반은 비빔국수로, 반은 물국수로. 벽면에는 동치미국수와 비빔국수를 맛있게 조합하는 양념 비율도 나와 있다. ‘국수 끈기가 없고, 국물 흡수율이 높다’는 100% 순메밀국수에 대한 특징도 설명해 놓고 있다. 순메밀잔치국수와 감자전도 사이드메뉴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돼지수육이 정말 맛있다고 극찬을 하는 손님들이 많다. 갓 삶아서 나와 육질이 부드럽고 돼지 잡내가 전혀 나지 않는 수육이다.

▲ 메밀국수 면을 뽑고 있는 한채숙 대표

남북면옥은 현재 한채숙 씨의 아들 권순갑(31) 씨가 함께 일하고 있다. 솔직히 힘이 든다고 말하는 아들 권 씨는 인제에서 초·중·고를 나와 대학에서 조리과를 전공했다. 그는 “어머니 밑에서 열심히 배워 국숫집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습니다. 물론 부모님이 하시던 방식 그대로 이어가야겠지요. 찾아오는 사람들이 우리집이 막국수 집인지, 국숫집인지 헷갈려하며 많이 물어봅니다. 그냥 할아버지때부터 국숫집으로 전해져 내려 오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남북면옥의 물국수와 비빔국수 중에 고르라고 하면 참 고민이다. 수육은 꼭 먹어야 하고…. 오랫동안 생각날 만한 노포다. 진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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