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희의동행] 사회적 육아와 공동육아

2023. 5. 3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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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체증에 걸린 듯 가슴이 답답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걱정된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학교에서 학원으로 종종거리며 다니느라 아이들은 정작 제대로 된 삶의 지혜들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한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 같은 윤리와 예절교육보다는 아이들에게 차별화를 통해 선민의식을 심어주고 조기교육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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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체증에 걸린 듯 가슴이 답답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걱정된다. 우리 교육은 이대로 괜찮을까. 정말, 부를 좇아 부지런히 달려가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것일까.

‘언제나 마음은 태양’(1967·제임스 클라벨 감독)이라는 영화가 있다. 원제는 ‘To Sir With Love’인데 무너져버린 교육현장에서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는 사제지간을 그린 영화이다. 교사를 괴롭히고, 수업 태도가 불량하기 짝이 없는 영화의 장면들은 당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또 믿기지 않았다. 우리 정서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풍경이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교육자들은 우리 교육현장을 부러워하고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우리 교육현장에서 자국의 무너진 공교육 시스템의 답을 찾기도 했다.

한데 지금은 우리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학교에서 학원으로 종종거리며 다니느라 아이들은 정작 제대로 된 삶의 지혜들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체험들을 통해 삶의 지평과 사고의 폭을 넓히고, 그 체험들로 자신을 톺아보며 성찰하고 성숙한 한 인간으로 성장해나가는데 그런 기회는 여간해서 주어지지 않는다. 성공한 가문일수록 가정교육에 힘쓴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재상 류성룡은 일찌감치 조부로부터 절제와 배려를 배웠고,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새벽 다섯 시에 온 가족을 불러들여 아침을 먹으며 밥상머리 교육을 했으며,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자녀들에게 인성을 강조했다. 세계 명문가들의 자녀교육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웠고, 좋은 성품을 지닌 리더로 키우기 위해 부모 스스로가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더불어 아이들 스스로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다 함께 사는 법부터 배웠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도 이런 전통이 있었다. 삼강오륜의 기본질서 위에서 우리는 타인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

한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 같은 윤리와 예절교육보다는 아이들에게 차별화를 통해 선민의식을 심어주고 조기교육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과연 공부에만 내몰리는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인데 이제는 사회가 나서서 아이들이 건강하고 성숙한 한 명의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면 좋겠다. 경쟁을 부추기고 끝없이 내몰게만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마주치는 삶의 소소한 풍경들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의미를 찾으며, 영성과 덕성과 지성을 골고루 갖춘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나서서 도와주면 좋겠다. 사회적 육아, 공동육아, 든든하지 않은가. 아이들이 행복할 때 장래도 밝은 법. 아무쪼록 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으로 행복감을 느끼며 이 시기를 무사히 통과해 나갔으면 좋겠다.

은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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