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향 법조팀은 '여성시대'
편집국장 "법조 여성지원자 많았다"
여성 목소리 반영된 법조 보도 등
최근 법조 기자단 분위기도 달라져
“실제로 모두가 남성인 경우는 훨씬 많은데 모두가 여자인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이보라 경향신문 법조팀 기자는 넷플릭스 드라마 ‘퀸메이커’를 떠올렸다. 재벌그룹의 해결사 역할을 했던 주인공부터 유력 서울시장 후보들, 전형적 빌런 재벌 회장까지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 모두 여성인 정치 드라마다. 드라마 속 이야기와 완벽히 똑같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경향신문 법조팀 안에서 중요한 역할은 여성 기자들의 몫이다. 법조 현장에 나가 직접 취재하고 보도하는 법조팀 기자들 전부 여성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이뤄진 경향신문 편집국 인사에서 법조팀장을 제외한 팀원 5명이 모두 여성 기자로 구성됐다. 현재 기자 3명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법무부,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을 담당하고, 기자 2명은 대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헌법재판소, 법원행정처 등을 출입해 일하고 있다. 법조팀장은 데스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법조 현장은 이 5명의 기자가 맡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여성 법조 반장이 있거나, 여성 기자 수가 남성보다 더 많을 때도 있었지만 법조팀원 모두가 여성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광호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법조팀 인사에 대해 “저희 원칙대로 기자들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팀원 5명 모두 여성인 걸 나중에 구성해놓고 나서 알게 될 정도로 여성 기자 배치를 특별히 의식하거나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며 “당시 법조에 지원했던 여성 기자들이 많이 있었다. 대체로 여성 기자 수 자체가 많이 늘었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그런 언론사가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뉴스룸 내 여성 기자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신문산업 실태조사)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법조팀에 여성 기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건 분명 “전례 없던 일”이고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법조반장인 이혜리 경향신문 기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법조팀에 배치된 여성 기자는 극히 소수였다고 기억한다. 과거엔 법조팀에 배치되더라도 여성 기자들은 검찰보단 주로 법원을 담당했고, 법조팀을 지원하기까지 여성 기자들이 한 번 더 고민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최근 들어 여성 기자들이 많아지면서 법조 기자단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는 “2016년 말 법조 출입 당시만 해도 구성원 7명 중 저 혼자 여성이었고, 법조 기자단 전반적으로도 여성 기자들이 수적으로 적었다”며 “주요 언론들이 나름대로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법조팀에 여성 기자들이 많이 배치 됐다는 것, 기자들이 법조팀을 이전보다 편하게 지원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본다”고 했다.
검찰 수사 내용·판결 위주인 법조 보도들 사이, 여성의 목소리와 시각이 반영된 다양한 주제의 기사도 나올 수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내 여성 간부급·평검사 비율 증가세를 다루거나(<중앙지검 여성 간부·평검사 비율 3년째 상승세···‘성평등 정책’도 속도>), 검찰 조직 내 성평등 실태를 파악했으며(<검찰 내부 규정 ‘성평등’하게 바뀌었나…44개 중 7개 개정>), 국내 법조계 내 여성 변호사 성차별 문제를 짚어내기도 했다(<여성 변호사 합격률 50% 시대의 그늘>).
이보라 기자는 해당 보도들에 대해 “젠더감수성 높은 남성 기자들도 많지만, 아무래도 여성 기자와 차이가 있다고 하면 근본적인 관심도가 다르다는 점일 것 같다”며 “법조 특성 상 검찰 수사 취재에 매몰되기 쉽고 단독 경쟁도 심한데, 여자 기자들이 많이 활동했기 때문에 그동안 볼 수 없던 법조 기사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남초’ 조직인 검찰, 법원 등을 출입하며 여성 기자들이 마주치는 어려움도 여전히 존재한다. 여성 기자라는 이유로 취재나 보도에서 어떤 변화를 드러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분명히 있을 테다. 이혜리 기자는 “여성 기자들이 뭔가를 한다고 했을 때 특별히 더 여성성을 드러내고 차별화해야 한다는 게 압박으로 다가와선 안 될 것 같다. 일단 기존 법조팀 시스템을 잘 운영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면서도 “검찰이나 법원 조직은 의사결정 라인에서 남성들이 압도적이고, 기자들이 마주치는 취재대상 대부분이 남성인 상황에서 여성 기자들이 어떻게 취재를 더 잘 할 수 있을지, 기사를 다르게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들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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