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농장 고발…개들 본연의 아름다운 모습 보여드려요”
개들의 존엄성 찾으려 사진 활동
상처받은 입양견들의 사연 담아
“갇힌 농장서 표정 어두워 ‘먹먹’
개들 위해 치유 메시지 전할 것”
식용으로 길러지며 희망 없는 나날을 보내다 구출된 개들이 사진작품의 주인공이 됐다.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사 내 서울메트로미술관에서 다음달 1일까지 열리는 ‘편견을 넘다: 소피 가먼드 구출견 사진전’에서다. 배우 다니엘 헤니의 반려견 ‘줄리엣’과 분홍색 체크무늬 리본이 잘 어울리는 ‘데이지’ 등 17마리 개들의 사진과 사연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각지의 식용 개 농가에서 구조해 해외로 입양 보낸 개들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프랑스 출신 사진작가 소피 가먼드(43)가 모두 찍었다. 가먼드는 구출견들을 촬영하기에 앞서 2019년 8월 HSI와 함께 경기 여주에 있는 식용 개 농장을 둘러봤다. 농장 실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그곳에서 구출된 개들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했다. 사진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가먼드를 지난 28일 전시장에서 만났다.
가먼드는 “열악한 농장 환경이 충격적이었고 (개들의) 어두운 표정에 마음이 아팠다”며 “이번 전시에서 포메라니안, 레트리버 등 크기나 품종에 상관없이 다양한 개들이 식용으로 길러지고 있는 현실을 알리고 개들 본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농장에서 만났던 구출견들과 미국에서 재회했을 때를 떠올리기도 했다. “미국 전역으로 입양된 개들을 찾아가 촬영하면서 ‘애비’ ‘로시’ ‘소주’ ‘그레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어요. 농장에선 사람을 피하기만 했던 아이들이 몰라보게 밝아진 모습에 감동했죠.”
개를 주로 촬영하는 가먼드는 샤워한 직후 개들의 모습을 찍은 ‘도그’ 시리즈로 ‘2014 소니 세계 사진 어워드’를 수상했다. 미국 전역 보호소에 버려진 핏불 450마리에 화관을 씌우고 각각 촬영한 ‘화려한 핏불’ 시리즈는 ‘2020 국제 사진 어워드’ 등 유명 사진전에서 잇따라 상을 받았다. 그는 이 시리즈로 사납게만 여겨지던 핏불 견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입양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난 가먼드는 10대 시절 반려토끼를 모델 삼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람보다는 동물과 함께 있는 시간이 좀 더 편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법을 공부하면서도 취미로 동물을 촬영했던 가먼드는 2010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후 본격적으로 개를 찍기 시작했다.
“뉴욕 생활 초기에 동물병원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자꾸 벽 뒤로 숨는 개가 있었어요. 왜 그럴까 궁금해 그 아이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전업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됐어요.”
그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개가 보호소에서 입양을 기다리다 죽음을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돼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했다. 사진을 통해 학대받은 개들의 존엄성을 되찾아주고 안락사 위기에 놓인 개들의 입양에 도움이 되고 싶어 동물단체들과 해외 보호소 등을 다니며 활동하고 있다.
가먼드와 함께 사는 반려견 ‘맥 로빈’ 역시 2016년 촬영을 위해 방문한 푸에르토리코의 한 동물보호소에서 만났다. 그는 “믹스견에 못생겼다는 이유로 안락사 위기에 처한 맥 로빈을 입양했다”며 “편견과 달리 사려 깊고 사랑스러우며 애교가 많아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개 2500여마리를 사진에 담아온 가먼드는 사진 촬영을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한다. 그는 “개는 사람과 오랜 시간 유대감을 형성해온 특별한 동물인 만큼 개 역시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도 개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개의 표정과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먼드는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개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 그로 인한 지역사회 문제를 푸는 데 힘을 보태고자 인도와 멕시코 등지에서 사진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상처받은 개들이 다시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치유될 수 있도록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사진 작업을 계속할 거예요.”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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