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우리집' 올여름 에어컨 창문에 걸어볼까

이재덕 기자 2023. 5. 3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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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타공 금지·크기 작은 방 등 제약 많은 공간엔 ‘창문형’으로 냉방
벽걸이·스탠드 사이 가격…프리미엄 제품은 설치비까지 150만원대
창이 너무 작거나 여닫이라면 ‘이동형’ 선택해 배관만 실외로 연결
창문형 에어컨 브랜드 파세코의 ‘프리미엄2’ 모델이 장착된 모습. 실외기가 따로 없는 일체형 에어컨으로, 벽에 배관 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다. 파세코 제공

집주인이 아니라면 설치가 어려운 가전제품이 있다. 벽에 여러 개 나사못을 박거나 커다란 구멍을 뚫어야 하는 벽걸이 TV와 에어컨 등이 그렇다. 여름철 무더위를 참지 못해 에어컨을 사기로 했지만 “타공은 절대 안 된다”는 집주인 반대에 포기하는 세입자도 많다. 그럴 때 적합한 제품이 바로 ‘창문형(창호형) 에어컨’이다. 창틀에 끼우는 방식으로 비교적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고 실외기가 따로 없어 타공 자체가 필요 없다.

벽에 구멍 뚫기 어려운 방, 원룸 등 제약 많은 4~6평 크기 공간에서 사용하기 적당하다 보니 창문형 에어컨은 2019년 전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장점이 많지만 사실 단점도 분명한 제품이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구입부터 했다가는 반품하거나 되파는 경우도 다수다. 창문형 에어컨을 고를 때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어야 할까.

■ 구조상 소음 커… 40㏈ 훌쩍 넘겨

3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창문형 에어컨의 가장 큰 단점은 소음이다. 에어컨은 냉매가스를 액체로 만들었다가 기체로 바꾸는 일을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빼앗아 공기를 차게 만든다. 에어컨 내부 장치 중에서 가장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건 모터를 돌려 냉매가스를 압축, 고온·고압의 기체로 만드는 ‘컴프레서’다. 강력한 냉방이 필요할 땐 컴프레서 모터가 빨리 돌아가면서 실내 온도를 낮추는데 그만큼 더 소음이 심하다. 창문형 에어컨은 컴프레서가 에어컨 내부에 있어 구조상 소음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에는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를 두 개로 두는 등 컴프레서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소음을 낮춘 제품이 나오고 있다. 일찌감치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파세코의 신제품 ‘프리미엄2’, LG전자의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 삼성전자 ‘윈도우핏’ 등이 대표적이다. 평소에는 40㏈(데시벨)을 훌쩍 넘기지만, 저소음 취침모드에서는 30대 초중반 ㏈까지 소음 수준을 낮췄다.

창문형 에어컨을 장착하면 집 밖 소음이 더 잘 들어온다. 안쪽 창은 항시 열어두어야 하고, 에어컨을 작동시킬 때는 바깥 창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도로변에 있는 집이라면 창문형 에어컨 설치 시 외부 소음에 시달릴 수 있다.

■ ‘창툭튀’ 막으려면 매립형으로

창문형 에어컨은 창틀에 걸치는 ‘거치형’과 창틀 전체에 맞춰 끼우는 ‘매립형’이 있다. 거치형이든 매립형이든 에어컨을 창틀에 설치하려면 제조사에서 별도로 제공하는 설치키트를 창틀에 우선 부착한 뒤 그 위에 에어컨을 올려야 한다.

창문형 에어컨의 두께는 통상 27㎝ 전후다. 거치형의 경우 안쪽 창틀에만 에어컨을 고정하는 방식이다 보니 방 쪽으로 20㎝ 이상 튀어나오는 ‘창툭튀’ 디자인이 불가피하다. 실내 공기가 에어컨의 실내 흡입구로 들어가면 증발기를 거쳐 찬 바람이 되는데, 실내 흡입구가 에어컨 측면에 있어서 이를 막지 않으려면 거치형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거치형은 값이 싼 편이지만 보기에 예쁘지 않고 커튼이나 블라인드 설치도 어렵다.

반면 매립형은 튀어나오는 정도를 최소화했다. 주택에 달린 이중창(PVC)은 폭이 23~27㎝인데 여기에 매립형 에어컨이 꽉 차게 설치돼 방 쪽으로는 0~4㎝ 나오는 데 그친다. 국내 출시 제품 중 유일한 매립형 제품인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는 공기 흡입구를 전면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창툭튀를 개선했다. 다만 이 제품을 단일창에 설치하면 10㎝ 이상 창툭튀가 생긴다. 다른 단점으로는 창틀과 창틀, 창틀과 에어컨 사이 틈으로 빗물이 스미거나 벌레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제조업체에서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마감키트 등을 따로 판매한다. 틈새에 실리콘 마감재를 끼워 구멍을 메우는 것이다.

창문형 에어컨을 쓰면 이중창의 단열 효과가 떨어지고 실내외 온도 차로 안쪽 벽에 습기가 생길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이 때문에 여름이 지난 뒤에는 창문형 에어컨을 따로 떼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 설치 불가능하면 이동식 제품으로

창문형 에어컨 설치 자체가 불가능한 곳도 있다. 에어컨 전체를 창문에 끼워야 하기 때문에 창문 크기가 작으면 부착할 수 없다. 창틀이 단단하고 미닫이인 경우만 가능하다. 구식 알루미늄 창틀, 목재 창틀, 여닫이 창틀에는 설치가 어렵다.

창틀 치수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삼성 제품은 창틀 레일 높이가 15㎜ 이상 돼야 하고 레일 간 간격이 8~15㎜여야 한다. LG 제품은 레일 두께가 9~15㎜인 창틀에 장착할 수 있다. 또 창밖으로 더운 바람이 배출되기 때문에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쪽에 두어야 한다.

창문형 에어컨 가격대는 벽걸이형 에어컨과 비슷하거나 이보다 높고, 스탠드형 에어컨보다는 낮은 수준이어서 사실 가성비가 높진 않다. 파세코의 프리미엄2와 삼성전자의 윈도우핏은 각각 80만원대, 1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지만, 설치·마감 키트 등을 감안하면 8만~10만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가장 비싼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는 설치·마감 키트 등을 포함하면 최대 153만원에 이른다.

한편 창문 크기나 창틀 치수 등 문제로 창문형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다면 이동식 에어컨도 고려해볼 만하다. 에어컨 본체는 방 안에 두고 더운 바람이 빠져나가는 배관만 창문에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이라 창문이 작아도 쓸 수 있다. 다만 창문형에 비해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배관 때문에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창문형 에어컨보다 냉방 효과가 다소 떨어지는 것도 단점이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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