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지원 업은 베네수엘라…고립 벗고 외교무대 복귀 시동
룰라 “제재 과해” 마두로 두둔
브라질에서 2014년 이후 9년 만에 남미국가연합(우나수르) 정상회의가 다시 열리는 가운데, 서방의 제재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돼온 베네수엘라가 브라질 지원 속에 외교무대 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남미 정상회의 하루 전날인 29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회담했다. 양국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양국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회담을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하며 대화 재개와 협력을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을 공유하는 이웃과 대화를 나누지 않은 채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며 “마두로 대통령이 이곳에 오는 것이 중요한 건 이것이 마두로 대통령 복귀의 시작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마두로 대통령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비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마두로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마두로가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부과한 900여개의 제재와 관련해 “지나치게 과하다”고 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베네수엘라에 많은 편견이 있다면서 마두로 대통령의 외교 복귀를 지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양국 정부의 개방적이고 영구적인 대화를 재구축했다”며 “우리에 대한 제재 해제를 미국에 요구하기 위해 남미 정상들에게 공동 대응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또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가입을 원한다는 뜻도 전했고, 룰라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 외교 관계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때 공식적으로 단절됐다. 2018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지만, 미국·일본·영국·프랑스·아르헨티나 등이 2019년 후안 과이도 당시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지지하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도 그를 인정하면서다. 올해 1월 룰라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룰라 대통령은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브라질대사관에 외교관을 파견했다. 룰라 대통령의 지원을 업은 마두로 대통령은 30일부터 브라질리아 이타마라치궁에서 열리는 남미국가연합 정상회의를 통해 외교무대에 다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9년 만에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은 미국 및 유럽연합(EU) 중심의 질서에서 벗어난 지역 협의체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 전반기, 10점 만점에 2.2점 ‘처참한 성적표’
- KBS 기자 500명이 반대했는데···윤 대통령 “박장범, 조직 내 신망”
- 23기 정숙 “조건 만남 범죄 사실 아냐”… 제작진은 왜 사과했나?
- 미 대선 선거인단 269대 269일 땐 어떻게···우편투표도 관전포인트
- [단독]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일었던 양평고속도로 용역 업체도 관급 공사 수주↑
- 유승민 “윤 대통령 부부, 국민 앞에 나와 잘못 참회하고 사과해야”
- “부끄럽고 참담” “또 녹취 튼다 한다”···‘대통령 육성’ 공개에 위기감 고조되는 여당
- 김용민 “임기 단축 개헌하면 내년 5월 끝···탄핵보다 더 빨라”
- [한국갤럽]윤 대통령, 역대 최저 19% 지지율…TK선 18% ‘지지층 붕괴’
- 민주당, 대통령 관저 ‘호화 스크린골프장’ 설치 의혹 제기… 경호처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