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상 재해’ 인과성 입증 못해도 보상
질병과 업무의 연관성을 입증하지 않고도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공상추정제’가 다음달 본격 시행된다. 공무원이 유해한 환경에서 일하다 병을 얻었어도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무원 재해보상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이 지난해 6월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이번 개정령은 관련 세부사항을 담고 있다.
개정령은 우선 ‘공상추정제’ 적용 대상 질병을 근골격계 질병, 뇌혈관 또는 심장 질병, 직업성 암, 정신질환으로 정했다. 공상추정제란 공무원이 공무 수행과정에서 유해하거나 위험한 환경에 상당 기간 노출돼 질병에 걸리는 경우 공무상 재해로 추정하는 제도이다. 공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성을 밝히지 못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다.
공무상 재해로 추정하는 구체적인 질병명, 공무원 직종이나 직무, 유해하거나 위험한 환경에서 재직한 기간 등 구체적인 요건은 공무상 질병 판정 기준(인사혁신처 예규)에 담길 예정이다.
개정령은 또 공무상 사고로 발생한 것이 명백한 부상의 경우 공무원 재해보상심의회의 심의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직접 보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 폭행을 당한 경찰공무원이나 화재진압·인명구조 과정에서 화상을 입은 소방공무원 등의 경우 공단이 직접 요양급여 요건을 심사·결정해 신청인에게 통보하게 된다. 인사처는 이 경우 심의 기간이 대폭 단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무상 재해 심의의 전문성을 높여, 보상 금액이 부당하게 깎이는 사례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개정령은 공단이 요양기간을 산정할 때 의학적 자문이 필요한 경우, 의료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칠 수 있도록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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