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도 은퇴 못하는 ‘마처 세대’를 아시나요...짠내 나는 60년대생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마처 세대).” ‘이중 부양’의 짐을 어깨에 맨 채 은퇴하지 못하는 60년대생의 삶을 다룬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 여러 세대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60년대생들은 이들의 삶에 동질감을 느꼈고, 자녀 세대들은 부모 세대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을 전했다.
유튜브 채널 KBS 시사직격에 지난 28일 ‘대기업 은퇴하고도 가족을 위해 계속 일해야 하는 60년대생의 노후’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와 30일 현재까지 89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영상은 유튜브 인기 급상승 영상으로 꼽혔는데, 특히 중년층 사이에서 카카오톡 등을 통해 공유되며 많은 이들이 시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영상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가장 높은 비율(약 860만명)을 차지하며 우리나라의 호황기와 불황기를 모두 겪으며 단련된 60년대생이 여전히 경제활동을 접지 못하는 현실에 주목했다. 제작진은 60년대생을 두고 80년대 중후반부터 한국 경제가 도약할 때 노동시장에 진입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민주화를 위해 힘썼으며, 90년대에는 IMF 금융 위기도 겪은 세대라고 설명했다. 중년에 들어서는 부모 부양과 자녀교육을 도맡아 이중고에 시달렸지만, 배고픈 시기도 견뎌냈던 강인함으로 그저 묵묵하게 열심히 살아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들 등록금에 대리 뛰고, 독박 육아에 시어머니 부양까지
영상은 새벽 1시 시급 6000원 정도의 대리운전 일을 하는 63년생 이한수(가명)씨가 콜을 놓칠 세라 바삐 달리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4인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이 씨는 대출금, 월세, 식비, 아들의 대학원 등록금까지 오롯이 자신의 몫이라고 했다. 이한수 씨는 “십수년 대기업 다니다가 조기 퇴직하고 고깃집을 차렸다가 망했다”며 “나이 제한 없이 고생하는 만큼 일하는 직업을 구해야 했다”고 했다. 그는 밤을 꼬박 새우고도 목표 콜수를 채우지 못해 퇴근하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는 “지금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다. 노후를 생각할 형편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매일 지키는 생활 수칙은 ‘나를 위해서는 하루에 만원 이상 쓰지 않기’다.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의 손주를 떠안게 된 60년대생 여성 A씨의 사연도 소개됐다. A씨는 아침마다 아이들을 깨워 아침밥을 먹여 등교 시키고 있다. 양육비를 받지만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26년동안 집에서 모셔온 시어머니도 여전히 A씨 부부가 부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아이들을 저희 부부가 맡아서 보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이 조금 있다”며 “부부만 살림하면 괜찮은데 한 달 전에 시어머님이 요양원에 가셨다”고 했다. 보험료 등 여러 지출로 통장 잔고는 매달 바닥을 보이고, A씨는 다니던 직장의 월급으로도 모자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의미의 ‘마처 세대’는 60년대생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60년대생은 이전세대를 사적으로 부양하는 동시에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챙겨야 하는 세대”라며 “입시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면서 후세대에 대한 지출이 전 세대보다 매우 컸던 특징도 지닌다. 이중 부양의 책임이 60년대생에게 있지만 그 부분은 사회에서 주목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세대별로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60년대생들은 “애들은 다 컸지만 시골 양가에 팔순 어른들이 계셔 은퇴를 못한다” “90대 노모를 모시고 20대 아들을 키우는 평범한 가장이다. 방법을 몰라 그냥 열심히 산다. 인생 참 쉽지 않다” 등의 공감을 표했다. 자녀 세대는 “자식에게 그렇게 퍼주지 말라고 해도 자식 힘들면 매번 도움 주는 부모님께 항상 죄송하다” “자식에게 피해 끼치지 않으려 열심히 일하는 부모님께 전화라도 한 통 드려야겠다” “마음이 아프다. 이제 자신을 위해 사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통계로도 증명되는 고된 일생
60년대생 등 고령층의 고된 일생은 통계로도 고스란히 증명된다. 경제적인 이유로 직접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고령층이 증가하면서 일하는 60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10년 사이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60세 이상 취업자는 577만2000명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41만3000명 늘었다. 이는 2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20년 전인 2003년 2월에는 185만6000명에 불과했지만, 2013년 2월에 273만4000명으로 늘었고, 올해 2월에는 10년 전의 2.1배인 570만명대로 올라섰다.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60대에 진입하면서 고령층 인구 자체가 급증한 영향도 컸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자리를 구한 고령층이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실제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보여주는 고용률도 높아졌다. 지난 2월 60세 이상 고용률은 42.8%로, 통계 작성 이래 2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고용률은 2003년 2월(32.0%)에서 2013년 2월(32.8%)까지 10년 사이 0.8%포인트 상승했지만, 최근 10년 동안 42.8%로 10%포인트 대폭 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고령층 고용률 상승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수의 약 40%가 노동 빈곤층(working poor)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 부족 등 경제적인 요인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는 고령층이 많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고령층의 고용률 상승에는 자녀로부터 지원받는 사적이전 금액 감소, 고령층의 생활비 빠르게 증가, 공적연금 및 자산소득은 변화가 없는 점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발표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 조사 결과를 보면 55~79세 인구 가운데 장래 근로를 희망하는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57.1%)’이 가장 많았다. 이어 ‘일하는 즐거움·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서(34.7%)’가 뒤를 이었다.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50~60년대생들은 고도성장기의 혜택을 가장 누렸던 세대이기도 하지만, 자식에게 주거, 교육 등에 있어 경제적, 물질적으로 모든 것을 쏟아부은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한편, 삶의 가치관을 점검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며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 50~60년대생들의 부모인 80~90대 초고령층에 초점을 맞춰 부양 시설, 보건 시스템 등 지원 프로그램을 확충한다면 자연히 이들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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